첫 문화유산 프로그램 기획

역사 속 대비를 통해 평화를 더 소중히

by 무제

문화재단 직원으로 세계기록유산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알리는 공간인 조선통신사 역사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처음 역사관에 발령 받았을 때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부산진성공원, 영가대, 조선통신사 역사관이 한 지역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세 곳은 '동구 자성로 99'라는 하나의 번지수로 묶여있을 만큼 가까이 위치해 있었다.

부산시 동구 자성로 99(조선통신사 역사관-영가대-부산진성공원)

- 임진왜란 당시 군사 요충지였던 부산진성

-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무사 항해를 기원했던 영가대

- 한일 양국의 평화를 상징하는 조선통신사 역사관


이 지리적 인연이 만들어내는 역사적 의미가 나에게는 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갈등의 시기, 국교 회복의 상징, 평화의 가치가 한 지역 안에서 공존한다는 것. 기획자로서 이런 맥락을 연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스토리를 살릴 수 있도록 참여자들이 세 곳을 도보로 체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참가자들이 갈등과 평화라는 대비되는 역사를 직접 경험하면서 평화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다.


부산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해설사를 섭외하고,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2022년에 처음 시작한 이 투어 프로그램은 2025년까지 매년 성공적인 수치를 기록했고, 참여 경로 중 '지인 소개'가 50%를 차지할 만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참여했다.

특히 역사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유일한 유료 프로그램임에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유지되고 있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느낀 깨달음은 역사를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맥락 속에서 체험할 때 그 의미가 더 깊어진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공간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를 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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