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FJ 언니 이야기 #01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신지 27일째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2022년 12월 중국에서 누구보다 힘들었던 나는 필사의 탈출?로 그 곳을 벗어났고
2023년 12월 독일에서 나름 만족스럽게 감히 행복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던 나는
12월 31일이 갓 몇분 지난 후주터 지금까지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히 행복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다니... 그런 단어는 막 내뱉는게 아니었어
아버지가 거짓말처럼 훨훨 하늘로 가버리신 그날부터 나는 현실에서 해야할 일들을 마주해
매일 정신이 없었고, 이제는 사무적으로 전화기에 안녕하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 하며 많은
관공서 및 은행 직원들과 통화한다.
처음에 국민은행에서 아버지에게 온 전화를 떨리는 손으로 받던 나는 그들의 사무적 태도에 눈물이 쏙 들어갔고 하늘같던 내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데 그 흔한 위로의 말따위는 없이 일처리방법을 뱉어내는 그들의 말을
메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하늘은 없어졌는데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흘러갔고, 나는 하루 하루 아버지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이제 더이상 손을 떨며 아버지 핸드폰을 열지 않고, 오는 전화에도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뼈속까지 J인 나는 모든 걸 계획적으로 하는 편인데 아버지가 안 계신 건 향후 10년, 아니 많이 내가 양보하더라도 향후 5년 안에는 없었다. 워낙 건강하시고 청년같던 아버지셔서 이런 일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질 못했다. 물론 헤어짐이 계획없이 갑자기 다가올 거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시기에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아무리 아무리 아버지가 원하시던 바대로 가셨다고 애써 위로를 해보지만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 언젠가 엄마도, 나도, 동생도, 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되겠지... 많이 힘들고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자리를 지킬수 밖에 없다. 나에게는 남은 엄마와 동생이 있으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겠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생길지도 모르는 일에서 남은 가족은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다. 나는 아버지의 큰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