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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라이브러리 Feb 15. 2024

좋은 날 와서 같이 밥 한끼 먹고 갈게

ISFJ 언니 이야기 #02

나는 꿈이 많은 편이다. 

왠지 몰라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살아있는 삼촌, 유명한 연예인들..

내 꿈에 등장한 사람은 아주 다양하고도 많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하지만 49재가 다 되도록 아버지는 감감 무소식이셨다.


그런데 바로 오늘 새벽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멋진 수트를 입고 말이다. 너무나 깔끔하고도 젊은 아버지는 뒤에 후광까지

비춰지는 모습이셨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떻게 아버지가 오셨지?라는 의문을 품었는 듯 하다. 아버지께 " 아빠, 어떻게 오셨어요?" 

했더니 아버지는 큰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쉿" 하시고는 

" 내가 말했지? 좋은 날이 되면 아빠가 와서 다 같이 밥 한끼 먹겠다고"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솔직히 아빠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속에 나는 맞다고, 내가 말을 잊고 있었노라고 " 맞아요, 아빠-" 라고 힘차게 답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다시 한번 따라해 보라고 마치 잊으면 안된다는 듯이 내게 복창시키셨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 좋은 날이 오면 같이 밥 한끼 먹는다!" 를 큰소리로 따라 외쳤다. 

내 목소리를 들으신 아버지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셨고 나는 꿈 속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그러다 아버지는 다시 홀연히 사라지셨고, 나는 갑자기 다시는 우리 네 식구가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동생을 껴 안고 펑펑 울다 잠이 깼다. 


깨어보니 새벽 6시 9분...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안방에 계신 엄마가 깨실까봐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였지만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다 쏟아냈다. 그리고 아버지 말씀을 잊을까봐 얼른 음성메모에 녹음을 하고 바로 기도를 드렸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좋은 곳으로 가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게 못했던 말씀을 하시러 잠시 오셨다 가신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항상 중요한 일은 내게 상의하시고 말씀하셨으니까... 


꿈에서 깬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아버지 다운 말씀이셨다. 우리는 좋은 일이 생기면 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전화해서 자랑했고 아버지는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금일봉과 맛있는 밥을 사주시며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런 아버지가 계시니, 이제는 어떠한 의욕도 없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버지가 나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신 것이다. 당신이 떠난 후 너무나 무기력해보이는 딸들이 안타까우셨을까? 

49재를 3일 남긴 아버지가 꿈속에서 또렷히 하신 말씀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질 않아 용기내어 되뇌어 본다. 



"아빠, 앞으로 좋은 일 많이 만들테니까 꼭 와서 밥 한끼 하고 가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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