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FJ 언니 이야기 #02
나는 꿈이 많은 편이다.
왠지 몰라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살아있는 삼촌, 유명한 연예인들..
내 꿈에 등장한 사람은 아주 다양하고도 많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하지만 49재가 다 되도록 아버지는 감감 무소식이셨다.
그런데 바로 오늘 새벽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멋진 수트를 입고 말이다. 너무나 깔끔하고도 젊은 아버지는 뒤에 후광까지
비춰지는 모습이셨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떻게 아버지가 오셨지?라는 의문을 품었는 듯 하다. 아버지께 " 아빠, 어떻게 오셨어요?"
했더니 아버지는 큰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쉿" 하시고는
" 내가 말했지? 좋은 날이 되면 아빠가 와서 다 같이 밥 한끼 먹겠다고"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솔직히 아빠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꿈 속에 나는 맞다고, 내가 그 말을 잊고 있었노라고 " 맞아요, 아빠-" 라고 힘차게 답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다시 한번 따라해 보라고 마치 잊으면 안된다는 듯이 내게 복창시키셨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 좋은 날이 오면 같이 밥 한끼 먹는다!" 를 큰소리로 따라 외쳤다.
내 목소리를 들으신 아버지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셨고 나는 꿈 속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그러다 아버지는 다시 홀연히 사라지셨고, 나는 갑자기 다시는 우리 네 식구가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동생을 껴 안고 펑펑 울다 잠이 깼다.
깨어보니 새벽 6시 9분...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안방에 계신 엄마가 깨실까봐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였지만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다 쏟아냈다. 그리고 아버지 말씀을 잊을까봐 얼른 음성메모에 녹음을 하고 바로 기도를 드렸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좋은 곳으로 가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게 못했던 말씀을 하시러 잠시 오셨다 가신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항상 중요한 일은 내게 상의하시고 말씀하셨으니까...
꿈에서 깬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아버지 다운 말씀이셨다. 우리는 좋은 일이 생기면 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전화해서 자랑했고 아버지는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금일봉과 맛있는 밥을 사주시며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런 아버지가 안 계시니, 이제는 어떠한 의욕도 없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버지가 나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신 것이다. 당신이 떠난 후 너무나 무기력해보이는 딸들이 안타까우셨을까?
49재를 3일 남긴 아버지가 꿈속에서 또렷히 하신 말씀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질 않아 용기내어 되뇌어 본다.
"아빠, 앞으로 좋은 일 많이 만들테니까 꼭 와서 밥 한끼 하고 가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