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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삶 Jun 25. 2020

배우자란?

우린 이게 좋은데요?

배우자라는 호칭을 어찌 정하게 되었을까?


결혼하면 서로를 뭐라고 부를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특별히 달라질 게 없었다.

우리에게 그 의미는 그저 공간의 결합? 생활의 공유 성격이 더 강했다.

그래도 어쨌든 식구가 생겼으니 사회적으로는 뭐라고 서로를 언급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이 고민은 친구가 먼저 나에게 질문을 던져줘서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땡스투 솜방)


먼저 남편

남편은 남의 편 같다. 원래는 남자와 편의 결합 단어지만 말이다.

그럼 상대방도 나를 여자와 편의 결합 단어인 여편으로 불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편네라는 속된 말로 변형되었기 때문에 패스.


그럼 아내라고 부르면 되지 않는가?

아내는 안+해, 로 안 사람이라는 뜻이다. 집안에 있는 사람이 아내다.

그럼 내가 집사람이 되는 것인가? 거부.


그럼 와이프

그럼 상대방을 허즈밴드라고 부를 것인가? 영어로 살 건지 한국말로 살 건지 고민해봐야 한다.


부인

부인... 그럼 상대방도 부인인가?


그래서 나온 게 배우자였다.


친구는 동반자라고 한다고 한다. 동반자도 따뜻하고 좋은 말이어서 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좀 더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말, 적당히 사회적인 관계에서 상대방을 설명하는 단어로 내게 배우자가 더 적합하다고 느껴져서 배우자라고 하기로 했다.


배우자의 뜻 역시 ‘베필’의 또 다른 말이어서 둘 다 아우를 수 있는 말이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상대로부터 배운다는 우리의 가치에 맞기도 하다.


게다가 혼인신고를 하고 등본을 떼서 보니 등본에는 상대방이 배우자로 나온다!

몰랐는데 상당히 공식적인 용어였다.

정작 신고를 하러 가서 쓴 서류에는 남편, 아내라는 말이 쓰여있기도 했지만..

어쨌든 신고를 다 마치고 나면 우리는 서로가 배우자가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어본다면 기꺼이 저렇게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이 이미 쓰는 단어를 비난하기보다,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 부르기로 정했습니다.

하고 결정 과정을 소개하는 기쁨을 나눌 것이다.


덧) 몇 번 나눠보고 말해봤지만 사람들이 굉장히 어색하게 반응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먼저 배우자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생긴다는 것!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것을 정할 때는 항상 고민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뭐라고 부를지 질문을 던져준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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