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반전은 결혼
1부: 결혼, 그리고 첫 번째 반전
나는 결혼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드라마틱한 순간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늘 반전의 연속이었다. 결혼 준비는 일 년을 두고 해도 모자랄 만큼 복잡했다.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의 도움으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었지만, 진짜 부딪힌 것은 감정의 변화였다.
보통 신랑신부는 예식 일정에 맞춰 예물, 집, 예단 등으로 바쁘지만, 우리는 아직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다. 부모님의 전적인 도움으로 결혼을 시작했고, 모든 절차는 간소화되었다. 스물셋, 젊은 나이에 시작하는 신혼살림, 그래서 근사한 아파트보다는 복층 오피스텔을 선택했다. 차근차근 넓혀가겠다는 마음,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맞았다. 살림살이를 채우고 집을 꾸미는 일은 즐거웠다. 웨딩 페어, 가구 쇼핑, 발품을 팔며 아늑한 공간을 만드는 행복을 경험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커플들이 다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다툼이 없었다. 남편은 내 뜻을 존중해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고, 나 역시 남편의 의견에 반하거나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우리는 너무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고 어리고 순진했다. 집을 고를 때도 미래지향적이고 경제적 안목이 부족했고,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으로 이루어진 의존적 결혼을 했다. 지금이라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경제적 자립은 결혼의 완성, 성인으로서의 독립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생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부부는 열심히 살았다. 초기 자산에 비해 꽤 성장했고, 아이 셋을 키우며 최대한의 집을 마련하려 노력 중이다. 남편은 한 직장에서 십 년을 넘게 일하며 같은 회사 고위급 중직을 맡고 있다. 건강을 돌보지 못할 만큼 일했지만, 이제는 서로의 건강을 생각하며 삶의 균형을 찾고 있다. 나는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사랑임을 깨달았다. 어린 신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깊고 단단한 사랑을 하고 있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정직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하다. 결혼은 내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었다.
예전에는 결혼하면 내 뜻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변화해야 함을 안다. 내 선택이 가정의 분위기를 바꾼다. 삶의 기준이 ‘나’에서 ‘우리’로 옮겨졌다. 단단한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가족을 지키는 힘이 생겼다. 결혼이 주는 심적인 변화는 안정감이다. 책임과 인내, 사랑이 더해져 몸과 마음에 평안을 준다.
2부: 모든 것은 반전의 반전
이제는 어린 신부의 고충을 이야기하려 한다.
결혼 후 모든 결정은 ‘나’가 아닌 ‘우리’가 되었다. 직업선택, 저녁메뉴, 작은 선택까지도 내 뜻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함께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2년간의 연애를 했으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첫 번째 반전이었다.
연애와 생활은 다르다. 나 중심의 생활에서 ‘우리’로 전환해야 했고, 생활패턴도 바꿔야 했다.
남편과 가족의 입맛에 맞추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려 노력했다. 시집살이의 부담이 없었다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특별히 큰 사랑을 받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딸이 될 수 없지만 딸이 되었고, 엄마가 될 수 없는 어머니이지만 엄마가 되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반전은 사랑싸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애 시절 다툼의 승자는 늘 나였는데, 이제는 승패가 사라졌다. 오히려 내 기대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남편은 역시 남의 편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랑싸움에는 주기가 있다. 1년, 3년, 5년마다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모든 연인이 나와 같을 수는 없지만, 나는 그 시기마다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조금 지나면 또 다른 반전이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다. 결혼은 반전의 반전, 예상치 못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나와 가정이 함께 하는 돌봄과 성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랑과 책임, 인내를 배우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 단단해지게 된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