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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터테이 Oct 13. 2021

한옥 리모델링, 드디어 첫 삽을 떴다

episode3. 부동산 양아치 중개원

한여름의 뙤약볕이 사그라든지 오래다. 

볕 좋을때 당장 수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힘든줄도 모르고 뙤약볕 아래서 풀을 베어놓은지 한참이 지났지만, 그 후로 한옥집에 손도 대지 못한채 멍하니 시간만 죽였다. 그동안 바람이 서늘해지고 계절이 바뀌었다.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의 태도가 다르다한들 이렇게 달라지다니, 속도 많이 끓였고 깨달음도 많이 얻었다. 모든 사람은 의심을 해야하며, 기록에 남겨야 된다는 아주 큰 깨달음을 말이다. 


계약을 할때만해도 그렇게 좋았던 집주인과 부동산 아저씨는 갑자기 말이 통하지않는 괴물로 바뀌었다. 어차피 사람 살지않는 빈 집이니, 잔금 치르기 전에 미리 수리를 시작해도 좋다고 하였다. 부동산 아저씨도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사람이 참으로 호탕하다 느꼈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봐선 알 수 없다고 생각하였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얼른 치르며, 전문적으로 한옥을 수리하는 업체를 찾았다. 업체마다 하는 말이 다르고, 견적이 다르니 미팅을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리모델링 도면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2.5억을 부르는 곳도 있었고, 7천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었다. 매번 다른 그림을 그리며 한옥 전문가들을 만났는데, 어느날 기존 집 주인이(아직 명의가 넘어온것이 아니기에) 자물쇠를 바꿔 대문을 잠궈버렸다.


잔금을 치르기 전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말이었다. 

분명히 계약할때는 그렇게 호탕하게 먼저 수리를 시작하라고 했던 사람이 갑자기 바뀐 모습에 심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동산에 연락을 해봤지만 '그럼 얼른 잔금치르세요' 라는 무미건조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분명 수리 먼저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계약 한거잖아요!"


"계약서에 안적혔잖아요."


그랬다. 

시시콜콜한것까지 계약서에 넣어야 했지만, 그렇게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는것을 몰랐다. 그날 나온 말들이 이리도 가볍게 공기중으로 흩날리는 알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 몰랐다.

계약서에 싸인하는 그 순간까지만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했던것이었다. 계약서를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 보았더니 나에게 유리한 항목은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무식이 죄라는 말이 이런거구나...


 



그때만 하더라도 기와가 이렇게까지 상하지는 않았다. 살릴 수 있는 기와가 그래도 많다고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때아닌 기상 이변으로 가을 장마가 그치지않고 지릿하게 이어오더니, 그 영향이 한옥집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쉽게 말하자면 계약서에 사인하던 그때와 가을 장마가 휩쓸고 지나간 지금의 견적을 비교하자면, 한옥 수리비가 몇 천만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했다.





갑자기 한옥집에 정내미가 똑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잔금을 치룰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엉덩이에 깔고있는 아파트가 팔려야 잔금을 치룰 수 있으니깐.

올 가을은 잔인하게도 왜이리 비가 많이 오는건지, 비가 내릴때마다 수리비가 더해질 것을 생각하니,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아파트가 팔리고나서, 잔금을 치뤘다.

잔금을 치루며 계약시 올렸던 명의를 변경하고 싶다 했더니, 흔쾌히 동의하며 계약서를 다시 썼다. 

그런데 갑자기 부동산 수수료가 올라갔다. 

0.4%로 기입했던 기존 계약서를 쫙쫙 찢더니 0.5%로 바꿔서 드리밀었다. 

기존과 왜 달라지는것이냐, 말이 안되지 않느냐 항의를 했지만,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깎으려 한다고 오히려 

노발대발 성질을 부린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부동산 중개인은 그야말로 이제야 본성이 드러나는건지, 양아치도 이런 생양아치가 없다. 


게다가 양아치 아저씨가 매물에 대한 설명, 소개를 다 했는데, 정작 계약서 사인은 다른 여자분이 했다. 

양아치 아저씨는 공인중개사가 아닌가보다. 명의만 빌려서 장사를 하는건지 혹은 보조원인데 사장행세를 하는건가 싶다. 칼만 들고있지 않았지,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한동안 부동산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오고갔지만, 엄마는 알겠다며 오히려 격앙되어있는 날 설득시켰다. 

돌아오며 하는 얘기로는, 그 순간 엄마는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고한다. 


"그 아저씨가 갑자기 돌변해서 헤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참 희한한 세상이다. 아무리 내가 하는 말이 이치에 맞아도, 또라이가 하는 헛소리에 맞춰야 한다. 


그 아저씨를 어떻게 해야 분이 풀릴까! 

너무 화가나고 약이올라 심장이 쿵덕쿵덕 요동을 친다. 





겨우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이미 정내미가 떨어졌다. 


아파트가 팔리지 않았으면, 

한옥집 중도금을 내지 않았으면,

엣, 퉤! 하고, 도로 내뱉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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