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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이 공감컴퍼니 Jul 15. 2021

[상담사의 일기]3 모자람

'나의 진심이 내담자분들의 간절함에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런 말을 자주 되뇌인다. 

모자라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자주 공감한다.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공부를 쉬지 못하고, 

뭘 자꾸 더 배우고, 워크숍을 찾아 가서 듣는다. 

그래서 노력하는 상담사로 살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지만 진짜 뭐가 모자라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담자와 비슷한 내담자분이 찾아온다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나 열심히 사는 분들이 계시다. 

대부분의 분들은 겉으로는 가만히 있는 거같아도 무언가 내면 속에서 자신을 위한 작업을 쉬지 않으신다.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을 정도인데 그 열심을 좀 내려놓거나 치워두질 못하신다.  


그런 상담자와 내담자의 하루는 참 다채롭다. 

평이한 하루가 지나가기도 하지만 상담이 널을 뛰는 날이 있다. 

생각지 못한 내담자의 통찰 때문에 뒤로 쿵 나자빠질 것 처럼 놀라기도 하고

참 변한다는 게 남북통일만큼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내담자 분 앞에 그저 앉아 있는 날도  있다. 

    

    첫 시간은 한숨

    둘째 시간은 기절

    셋째 시간은 안도

    넷째 시간은 즐거움

    다섯째 시간은 걱정


사연을 다 기록할 수 없지만

한주간 두 분의 내담자께서 나를 울게 만들었다. 

대놓고 울진 않았지만

삶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에서

나는 경외심을 느꼈다. 


한 분에게는 이런 말씀을 드렸다. 

'그 분과 관계 회복을 위하기 앞서 

나의 자존심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보고, 깨어진 신뢰를 회복할때까지 애를 써 봅시다'

라고.


또 한분의 의지 앞에서는 특별한 다른 말씀을 드리진 않았다. 

놀라는 표정이나 감동하는 제스추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깊은 감동이 올라왔다. 

지난 일들 속에서 살아낸 시간들을 함께 지켜본 사람은 말이 없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습관처럼 '잘 살아보겠다'라며 뱉는 말이 별 무게 없는 말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깊은 곳에서 물 한 컵을 떠올리는 것 같은 심오하고 신중한 작업이라는 것을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서로는 잘 안다. 


완벽한 일상을 살고

완벽한 캐릭터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라

그렇게나 완벽하고 싶고, 남보다 정확하고 싶은 마음자체가 평정심을 이미 잃은 불완전 욕망이고, 불완전함을 더 뜨겁게 달구는 발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완벽한 구슬을 상징하는 '화씨의 구슬'을 탐하는 진나라 소양왕의 탐심 같은 것^^)

나의 모자람을 보듬어 주고

사랑하는 이의 모자람을 참아내고, 때로는 사랑스럽게 보아줄 수 있는 것이 완전함으로의 길인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내담자 분 앞에 서고, 

있는 그대로의 내담자 분을 바라보려고

오늘도 모자란 이대로 의자에 앉는다. 


그런데 나는 조금 더 완벽한 상담자로서 더 완벽한 도움을 드리고 싶은 그런 욕구가 올라온다.

그래서 괴로운데, 

그냥 생각을 잠시 딱 접고 웃는다. 미소로 내 앞의 내담자를 맞이한다. 

어쩔 수 없는 모자란 이중의 인격 그대로^^; '자유롭고도 완벽하고 싶은'



Josef Joachim
Frei Aber Einsam "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 Frei Aber Froh "자유롭고 행복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3MreemUwbHE

 J. Brahms Scherzo for Violin & Piano from F.A.E Sonata (브람스 스케르초)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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