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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이 공감컴퍼니 Jan 12. 2024

[상담사의 일기]7 브런치에 모이는 이들은 어떤이들일까

"안타까워요 선생님!!'

#1. 브런치에 모이는 사람들은 누구?


마지막 글이 제작년 3월 16일에 쓴 글이었다. 벌써 2년전의 일이 되었다. 

3.16.이면 수술 전날 일텐데 입원날 글을 쓴건지, 나름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이었나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나는 브런치 글을 쓸 여유도 생기고, 컨디션도 올라오는 것 같다. 

상담사의 일기라는 걸 왜 쓰려고 했는지 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차피 상담사는 상담했던 내용을 날마다 공개적으로 일기로 적을 수도 없을 뿐더러 

상담사들은 대체로 진지한 사람들이라 그다지 일상이 특별하거나 자극적일 것도 별로 없을 것이다. 


적을 수 없는데 적으려고 했다니 ㅎㅎ

하지만 상담자의 가슴속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새겨진다. 


여튼.

아는 사람이 많은 페북에는 적을 수 없었던 수술 전날의 기분을 브런치에 적고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몇 명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브런치 글을 보고 건강은 괜찮은지 연락을 해온것이다. 

이분들은 특이하게도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떠올리면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분들이었다.

'아, 브런치는 이런 분들이 드나드는 곳이구나 ' 생각을 했다. 


다시 상담사의 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자연스러운 회복의 일상을 슬쩍 다시 적어보려 했는데 

어머나, 2년이 흘렀다. 

2년 동안 다시 상담을 시작하고, 대학원 강의도 무사히 했다. 그런데, 틈새의 시간, 짜투리의 시간마다 여전히 누워 있어야 했다. 그래서 TV를 보거나 겨우 책 조금 읽는 거 말고는 뭔가 엑스트라로 더 할 수 있는게 없었다는 걸 새해가 되면서 실감했다. 

 상담 짜투리 시간에 눕게 되면 알람을 10개씩 맞춰놓고 누울때도 있다. 낮잠을 너무 곤히 잔다. 

그러던 내가 올해들어 조금 몸이 더 나아진다고 느끼고 있던 그 타이밍에

나를 안타까와 하는 분들 중 한 분이(이 분 역시 모처럼의 연락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분^^) 역시나 '안타깝다'고 하시면서 좀 더 '퍼스널 브랜딩'에 애를 써 보세요'라고 응원을 주셨다. 


#2. '안타까워요 선생님!!'


이란 말을 나만큼 많이 듣는 상담사가 있을까? ㅎㅎ

'처음 연락 드리기 전에 선생님 유투브 보고 왔어요. 그런데 지금와서 얘기지만 안타까왔어요'

"네?'

"조금만 홍보를 좀 하면 선생님 유투브랑, 선생님이 좀 뜰 수 있을거 같은데....'

연말 연초를 지나면서 지인들 뿐 아니라 내담자 분들에게 새해 인사로 들은 격려와 진심어린 안타까움의 인사다. 내담자분들을 염려하게 해드리면 안되지 ㅎㅎ 

그럼 정말 퍼스널 브랜딩에 힘을 쏟아야 하나????

잘 할 수 있는 일이 몇가지 안되는 내가 현대사회에 적응하는데 있어서 필요한건 대부분 너~무 안되거나 못하는 것들이다. 거기에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거가 포함되는 거 같다. 

 나는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소소한 모임이나 프로그램 그 잡채,에만 조금 특화되어 있을 뿐이다. 

이점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해드리는 거 같다. 특히 뭐라도 힘을 실어주고,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내담자분들껜 더더욱 감사를 드리고 싶다. 평범한상담소의 백곰님께도. 


#3. 내담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올해 들어 결심한 것 중 하나는 '뭐라도 적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2년 만에 일곱번째 상담사의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기도노트를 좀 더 세세하게 적기로 했다. 

한동안 대충 적었던 기도노트. 대충적는 다는 건 간절함이 부족하거나 

기도를 들어줄 이에 대한 믿음이 허술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기도노트에 내담자 분들의 이름만 적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기도제목을 조목조목 적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애를 쓰고 있는 상담전략을 이뤄달라고 부탁드리거나, 

좀 더 어울리는 상담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내담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에 있어서는 용기를 달라고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결할때가 된 내담자분에 대해서는 종결 이야기를 잘 꺼내고, 잘 종결할 수 있게, 그러니까 헤어질 결심을 잘 하고, 이행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기도를 쓰고 있다. 


이것도 매일 반복하다보니, 이미 적어놓은 제목은 대충 읽듯이 지나가게 되어서

안되겠다 싶었다. 중보기도는 그분을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므로 간절함이 핵심인데

이런 영혼없는 -정말 영혼이 없다는 건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기도는 빈수레와 같지 않은가!

그래서 내방하시는 요일에 따라 요일별로 내담자분들의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2024년도가 어디로 튈지....?


나는 모른다. 

그저 기대할 뿐이다. 

좀 더 맘편히 다음 페이지들을 기대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때때로 초초해져도 할 수 없지. 

하지만 가끔씩 안부를 묻거나, '잘될거야'라는 응원을 툭 던지는 나의 사람들때문에

잘 갈거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잘 되실 거라는 말씀^^

이 하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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