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잃은 나에게, 늦은 위로를 건네는 중입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다 보니… 정말 괜찮지 않은 내가 남았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그거였다. ‘괜찮다고만 말하는, 괜찮지 않은 나.’
아무렇지 않은 척. 오랜 시간 익숙하게 걸쳐온 나의 태도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있으면 사람들은 말했다.
“넌 참 차분하다.”
“감정 기복이 없어서 부럽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말들을 들으며 속으로 울고 있었다.
덤덤한 게 아니라 그저 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표현할 줄 몰랐던 나였다.
그들은 그런 나를 ‘차분하다’는 말로 단정지어버렸다.
눈치를 봤고 위축됐고 울고 싶어도 울면 안 된다고 배워왔다. 그렇게 커왔다.
감정은 조용히 삼켜야 했고,
표현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어릴 적,
“그렇게 웃지 마, 경박해 보여.”
“예의 없게 왜 그렇게 말해?”
“네가 맞더라도, 그 말투는 아니지.”
튀는 행동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얼굴은 굳었고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입을 다무는 것이 정답이라 믿었다. 그게 잘 자라는 것이라고 그렇게 크는 게 옳은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내 감정을 숨기게 된 것이.
무엇을 느껴도 되는 건지 느낀다 해도 말해도 되는 건지조차 알지 못한 채,
감정이라는 단어의 경계는 점점 흐려졌다.
울고 싶을 땐 “울면 지는 거야”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고
속상할 땐 “그 정도는 참아야지”라는 자기검열이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가 슬픈 건지 화가 난 건지 혹은 그냥 무기력한 건지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었다.
아이를 안고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고
갑자기 화가 나기도 했고
남편이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했다.
그건 아마도, 너무 오래 참고 있었던 마음들이
참다 참다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내 감정은 늘 내 안에 있었다.
단지, 누구도 그것을 꺼내도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았을 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고 소중하다.
누군가를 위해 참고 억누르고 감추느라 마음이 닳아버렸다면
이제는 꺼내도 괜찮다.
나를 위한 말 한마디
나를 위한 눈물 한 방울조차
허락하지 못했던 시간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지금 이 말을 건네고 싶다.
이젠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