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왜 우냐고 물었지, 그래서 참았어

감정과 다시 연결되는 길

by 마로
“왜 울어?”

그 말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그건 궁금함이 아니라 울면 안 된다는 꾸짖음이었다.

나는 울음을 삼켰고 감정도 같이 삼켰다.

그건 습관이 되었고 지금까지 굳어졌다.


울음은 멈췄지만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유가 있어서 울었다. 속상해서 답답해서 무서워서 짜증나서.


그런데 왜 우냐고 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감정을 설명하는 말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말하면 약한 아이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렇게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감정은 말이 없으면 커진다.

속에서 조용히 부풀다가 어느 순간 퍽, 하고 터진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나는 또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지?’ 그 이유를 찾는데 부단히도 오래 걸렸다.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왔는데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었다.

나는 현관 앞 복도에 주저앉아 울었다.

오후 4시 햇살이 노랗게 기울던 시간이었다.


엄마가 왔다. 내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울면 엄마가 더 힘들어. 7살이면 기다릴 수 있어야지.”


그땐 내가 잘못한 줄 알았다. 슬픔보다 죄책감이 더 컸다.

울음이 엄마를 힘들게 했다면 나는 더 이상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나는 혼자 있을 때 울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난 7살이니까.


감정을 참는 건 오래된 습관이었다.
속상해도 넘겼고 억울해도 조용했고
화가 나도 먼저 미안하다 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넌 참 이해심이 많아.” “너 참 성격 좋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상했다.

왜 나는 늘, 내 편이 아닌 것 같을까?

그렇게 크다 보니 감정이 고장이 났다.

느껴지지 않았다. 기뻐도 덤덤했고 아파도 말이 없었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도 웃을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문득 눈물이 났다.

아무 일도 없는데 울었다.

그건 슬퍼서가 아니라 제때 울지 못해

눈물 저장 용량이 넘쳐 흘렀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런 아픔이 쌓여 n년째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살기 위해 두드렸다.

상담 때 선생님께서 내 말을 조용히 들으시곤 나지막히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듣고 울었다.

나도 몰랐던 눈물이 쏟아졌다. 이유 없는 눈물이 아니라 이유가 너무 오래 묻혀 있던 눈물이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사라진다는 걸.


나는 이제 마음껏 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참는 대신 설명하는 사람. 억누르는 대신 꺼내보는 사람.


감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이제는 믿어보고 보여주려 한다.

내 안의 어린 나는 여전히 울고 싶어 한다.

지금은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울어도 돼. 이제는 누구도 널 혼내지 않아.
그 울음은 너를 지켜준 거였어.”


감정을 참는 대신

감정과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그건 약해지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로 돌아오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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