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 줄 아는 용기

자존심

by 마로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은 갑자기 찾아온다.

별 뜻 없는 말에도 마음이 찌릿하고

괜히 그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나는 그런 순간마다 꼭 마음속에서 전쟁이 일었다.

‘이건 참으면 안 되지.’

‘이 말을 꼭 해야지.’

그렇게 애써 담담한 척을 하다가

언젠가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니라

내 안 어딘가가 다친 거구나 하고 느꼈다.

그때부터 감정의 방향이 달라졌다.


누군가의 말이 나를 건드릴 때

“그 말이 왜 이렇게 아프지?”

그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안정됐다.



자존심이 상할 때 나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

(의학적 근거가 없는 개인적 경험입니다.)


1. 자존심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받은 마음'을 먼저 본다.


자존심이 상했을 때는

내 안의 다친 부분이 어딘가를 먼저 보면 이유가 보인다.

“왜 이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무엇이 나를 건드렸을까?”

이렇게 물으면 감정의 주도권이 상대에게서 나에게로 돌아온다.

그 순간, 이미 마음은 흔들리지 않기 시작한다.


2. 인정하되 멈추기


자존심이 상하면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즉시 반응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것

그게 진짜 강함이다.

“지금 화난 게 아니라 상처받은 거야.”

이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면

방어 대신 자존감이 남는다.


그 두 가지를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달라졌다.

더 이상 ‘이기려는 마음’보다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 앞섰다.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마음을 세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예전엔 몰랐다.

아빠 사업이 잘될 땐 세상이 마치 내 편인 줄 알았다.

그냥 아빠 사업을 받으면 되는 줄 알고

자만했다.


그때의 나는 솔직히 사람들을 조금 아래에서 봤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라고 믿었고

그 아래의 사람들은 덜 노력한 거라 생각했다.


돈을 아끼면 악착같다 생각했던

무지 했던 나 자신이 있었다.

(내가 잘난 게 아니었는데도...)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잘 나가던 시절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리막 아니.. 낭떠러지를 만나고 나서야 보였다.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브레이크 없이 떨어지는 나 자신을...


그제야..

내가 외면했던 사람들의 표정

말없이 버티던 사람들의 무게

그게 전부 눈에 들어왔다.


오만하고 건방졌던 나 자신을

다 내려놓고 그때의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게 되었다.

이제야 안다.
자존심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진짜다.



내려놓기까지 많은 눈물과

많은 아픔이 있었다.

밑바닥에서 보이는 세상은 다르다.

그곳엔 진짜 사람들이 있고

겸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들이 있다.




높이 올라가서 본 세상은 반짝였지만,
낮은 자리에서 본 세상은 따뜻했다.
내가 부끄럽다고 느꼈던 그 순간이,
어쩌면 사람으로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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