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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ee Nov 01. 2022

역행자 - 기록하고 싶은 문장 (2)

정체성 만들기 

자의식 해체를 이루었다면, 새로운 자의식을 세워야 할 차례다. 정체성은 삶의 동기다. 


정체성 변화는 좌절, 열등감, 생존 위기, 동기부여, 책 등 다양한 계기로 일어난다. 


정체성을 바꾼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 최고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기관인 우리 뇌는 모든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정한 정체성에 맞춰서 입력과 출력의 모드를 바꿔나간다. 최근 들어서 나는(자청) 작가, 아마추어 운동선수로 정체성을 만들어나갔다. 그전에 사업가의 정체성을 가졌을 때엔 세상 모든 것이 비즈니스로만 보였다. 식당에 가도 편하게 밥을 먹지 않고 메뉴와 테이블 수, 직원 수, 고객 회전율을 계산하느라 바빴다. 카페에 가면 그곳의 사업 구조와 순수익을 분석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작가로 정체성을 바꾼 후에는 누군가 사업 얘기를 하면 심드렁해지게 되었다(좀 벌게 된 탓도 이쓸 것이다). 대신 매일 스포츠 관련 영상을 보고, 골프와 테니스를 치며 글만 쓰고 있다. 재작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절반쯤은 다른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 정체성이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정도의 체험이 없으면, 여간해선 정체성 변화가 힘들다.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나는 내일부터 부자로 살아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체성을 바꿀 '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유투버라는 정체성을 갖기로 한 건, 인기 유투버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성장을 위한 자게 강제였다. 이게 정체성 변화의 핵심 비결이다. 

즉, 뭔가를 더 잘하고 싶으면 결심을 할 게 아니라 환경부터 만드는 것이다. 자동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도록 세팅을 하면 나는 저절로 열심히 살게 된다. 자유의지니 노력이니 진정성이니 따위의 듣기 좋고 허망한 것들을 믿는 대신, 나를 훈련시킬 운동장을 만들어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게 핵심이다. 


정체성 변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에는 뭐가 있을까? 


1. 책을 통한 간접 최면 

뇌는 실제 현실이나 상상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떄문에,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차오르게 된다. 적어도 부정적인 감정은 확실히 씻을 수 있다. 


2. 환경 설계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방법. 주로 쓰는 방법으로는 '선언하기'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난 00가 될 거야!"라고 떠드는 것이다. 환경 설계가 불러온 행동과 판단의 차이는 하루하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수년이 흐르면 넘어 설 수 없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3. 집단무의식 

사람은 어떤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이 떠받드는 것을 가치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 

최근 내가 아마추어 운동선수의 정체성을 가지려고 했다는 건 이미 말했다. 나는 테니스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거기 들어가면서부터 저절로 '어떻게 하면 테니스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유트브 영상을 보며 공부하게 됐다. 왜 그럴까? 테니스 동호회에선 테니스 잘하는 사람이 왕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테니스 얘기만하고 선수 경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신급으로 추앙받는다. 

본업을 희생하면서까지 취미 활동에 빠져서는 안되지만 만약 테니스 배우는 것이 행복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경우라면, 테니스 동호회에 들어가는 게 단시간에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된다. 


그럼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면? 그렇다.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들어가면 된다. 돈을 벌고 싶다면, 돈에 관심 많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물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고민하면서 '이상한 사람 만나면 어쩌지?' 등의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수는 있지만 그 또한 본능적인 두려움일 뿐이다. 본능을 역행하여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정신적 자유를 얻을 확률도 크다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었고 나만의 사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먹고사는 일에서 좀 벗어나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지금, 나는 돈에 연연하지 않고 이렇게 글 쓰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만약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먼저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의식을 해체하고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자기 자신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버릴 필요가 있다. 


본인이 수많은 결점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오히려 탁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자의식을 역행자의 중요 키워드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나 상대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지 않고, 그저 조건 지워진 유한한 존재라는 걸 철저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인간의 진짜 본성과 작동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가 되고 싶으면, 나 스스로를 믿기보다 환경 설정을 더 중요시했다. 내 머리를 믿기보다는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이해하는 것에 투자했다. 인간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한다면, 나를 이해할 수 있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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