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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정 Jun 27. 2020

작은 기업의 브랜드가 승리하려면?

아이돌 팬덤에서 브랜드 팬덤을 배우다

아이돌 세계에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있다.


SM, YG, JYP가 성공 브랜드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들이다. 두세개의 중박 이상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있다(큐브, 플레디스, FNC 등). 그리고. 한 개의 브랜드에 사활을 거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평범한 연습생들이 매력적인 아이돌그룹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투자력과 기획력이 필요하다.

둘 중에 하나만 부족해도 성공할 수가 없다. 십년전만해도 이 능력을 모두 갖춘 기획사가 3대 기획사뿐이었다. 그래서 성공한 아이돌그룹은 의례 이 기획사들 중 하나에서 나왔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3대 기획사가 아닌 곳에서 성공한 아이돌이 탄생했다.

2009년에 데뷔한 큐브의 비스트였다. 바로 뒤를 이어 2010년 울림의 인피니트가 데뷔한다. 비스트와 인피니트는 아이돌이 설 수 있는 정점까지 올라갔다. 이 두 그룹은 중소돌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중소돌이란 중소기획사 출신 아이돌이라는 의미다)


2013년 (당시 기준) 듣보 기획사 빅히트에서 방탄소년단이 데뷔한다. 그리고 2014년 RBW에서 마마무가 데뷔한다. 이 두 아이돌 그룹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구질구질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내가 깊이 알지 못하는 비스트를 제외하고) 인피니트, 방탄소년단, 마마무.

투자력과 기획력이 3대 기획사에 비해 조금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어떻게 중소돌의 한계를 넘어 거대한 팬덤을 이룰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다음의 세가지로 생각한다.


첫째, 전형성의 탈피. 

아이돌팬들은 3대 기획사들이 추구하는 창법, 비주얼, 노래스타일이 있다고 말한다.

저 얼굴은 전형적인 SM상이라거나, 저 창법은 JYP스럽다던가. 그 3대 기획사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아이돌스러움’을 정의했다.


그런데 성공한 중소돌들은 멤버 각각의 개성, 노래스타일, 퍼포먼스가 그 아이돌스러움에서 많이 벗어났다. 마마무를 기획했던 RBW의 김도훈대표는 멤버들의 선발 기준은 단 두가지, 가창력과 유쾌한 에너지라고 밝혔다.

‘후발 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각 기업체들의 독특한 색채와 틈새전략입니다. 남들과 똑같다는 것은 결국 뒤쳐진다는 것입니다’, RBW의 김진우 공동대표의 말이다.


둘째, 진정성. 

인피니트, 방탄소년단, 마마무의 멤버들 모두 공통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보컬을 공부해왔다던가, 길거리 댄서였다던가, 크루들과 어울려 버스킹을 했었다던가,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실력을 갈고 닦아왔다는 스토리다.


3대 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컨셉에 따라 기획된 멤버들이라면, 이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임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아이돌로 데뷔한 이후에도 실현된 꿈 앞에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악에 대한 실력, 음악을 향한 애정, 음악을 대하는 성실함이 그들의 진정성을 증명했고 팬심으로 이어졌다.



셋째, 자신들만의 관점 표출.

대형기획사는 충분히 검증된 성공 모델을 갖고 있다. 최고의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 아이돌 멤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시스템과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반해, 방탄소년단과 마마무의 멤버들은 직접 음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았다. 특히 빅히트의 방시혁대표는 멤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했고 존중했다.


그래서 그들은 음악을 수행하는 퍼포머를 넘어서, 스스로의 관점을 가진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것은 팬들의 자부심이 되었고, 한곡 한곡의 퀄리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성을 부여했다.


작은 기업의 브랜드가 큰 기업의 브랜드를 이길 수 있을까?


그릭 요거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작은 기업 초바니(Chobani)를 전형성 탈피, 진정성, 자신들만의 관점 표출이라는 꼭지에서 생각해보자.


첫째, 전형성의 탈피

“이게 진짜 요거트인가?”


1994년 갓 미국에 온 터키 쿠르드족 출신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는 슈퍼마켓의 요거트를 맛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부모는 가난한 낙농업자였다. 그가 고향에서 먹었던 요거트는 꾸덕꾸덕하고 건강한 맛의 그릭 요거트였다. 미국의 요거트는 달고 묽었다.


고향에서 먹었던 그릭 요거트를 미국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그는 크래프트의 버려진 요거트 공장에서 그릭 요거트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시장 조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트렌드도 몰랐다. 소비자들에게 기대하는 요거트를 물어본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믿었다. 내가 좋아했던 요거트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거라고, 달고 묽은 요거트가 아니라 건강한 요거트가 필요하다고.


그 믿음은 미국 요거트 시장 자체를 변화시켰다. 당시 0.8%에 불과했던 그릭요거트 시장은 현재 54%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브랜드 이름은 초바니(Chobani). 창업 5년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고, 현재의 기업가치는39억 달러에 이른다. 단순한 요거트 브랜드지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식품 기업으로 꼽힌다.


당신이 초바니를 처음 만들던 때로 돌아가보자.
그 때 제너럴밀즈, 크래프트, 네슬레 같은
세계적인 식품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이 질문에 함디 울루카야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시장을 지키는 것 외에는 별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시장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Speciality가 아닌 Mass가 되기를 원했다.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둘째, 진정성

“단순한 목표, 진짜 요거트를 만들자,
이것이 10년전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2018년,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건강(Wellness)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앞당기는 것.”


함디 울루카야는 ‘현대의 브랜드들은 역할과 기능을 초월한 무언가를 상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요거트를 만들지만, 우리의 비즈니스는 wellness다’라고 말한다. Wellness는 초바니의 제품이고, 신념이고, 목표다.


Wellness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은 ‘초바니 인큐베이터(Chobani Incubator)’로도 증명된다.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누군가 지혜를 나누어 주었다면, 우리는 더 성공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할 일은 경험을 통해 얻은 내 지혜를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초바니는 자신들과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성공하도록 돕고 있다. 단 조건이 있다. 비싸거나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다루는 사업자는 배제된다. 모두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natural food에 한한다.


‘작은 브랜드는 그것을 정말 사랑해서 하는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초바니는 이를 위해 ‘Inspiration & Incubation Center’라고 부르는 자신들의 카페에서 고객들과 끊임없이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본사 직원들도 반드시 격주로 Retail Tour라 부르는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들의 온라인 팬클럽인 Chobaniacs는 새로운 제안을 퍼붓는 열렬한 팬덤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새로운 맛들이 팬클럽의 제안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초바니는 스스로를 Digital Native Company라고 지칭한다.


대기업은 많은 제품 중 하나로 요거트를 만들지만, 초바니는 정말 요거트를 좋아하는 전문가가 신념을 갖고 만든 브랜드다. 대기업은 매출과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만, 초바니는 좋은 요거트, 더 나아가 Wellness에 대한 신념이 그들의 목적이다. 사람들은 초바니의 진심을 믿고 지지한다. 대기업에 없는 열렬한 팬덤을 초바니가 갖고 있는 이유다.


셋째, 자신들만의 관점

“큰 회사들은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러시아 올림픽 공식 스폰서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동성애자 차별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의 관점때문에 누군가가 우리를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브랜드 중 하나로만 초바니를 기억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정신 때문이다. 초바니는 자유롭고 분명한 관점으로 사회적 이슈에 당당히 소신을 밝힌다.


그들의 관점이 가장 집중 된 것은 난민문제다.


스스로가 난민 출신이었던 함디 울류카야는 회사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직원들이 필요해지자 난민정착센터를 찾았다. “일자리가 있다면 더 이상 난민이 아니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직원 중 30% 이상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터키, 아프리카 등의 난민으로 고용했다.


초바니는 난민들을 값싼 인력으로 여기지 않았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난민들을 위해 통역을 고용하고, 합리적인 월급을 지불했다. 심지어 회사 주식의 10%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자신의 재산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서약까지 마쳤다.


이러한 그의 행보가 모두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함디 울류카야와 그의 가족들은 인종주의자들의 위협과 협박을 받고있다.


‘누군가 우리를 싫어해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그것이 Private company의 특권이다’라고 말하는 초바니. 초바니는 Food maker에서 food technology로 사업을 넓히며, 지구를 살리는 문제에도 자신들의 관점을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비전형성,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 아닌 애호가이자 전문가의 진정성,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신만의 관점 표출. 인피니트, BTS, 마마무 그리고 초바니가 증명한 ‘작은 기업의 브랜드가 큰 기업의 브랜드를 이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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