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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Aug 13. 2024

출간소식 | 누가 네덜란드에 관한 책을 살까

새로운 삶의 방식이 궁금하다면

회사를 다니며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10%를 브런치에 글을 쓰며 채웠다. 네덜란드 이야기라니 누가 읽어줄까, 어떤 면이 흥미로울까 고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뒤로, 난 10년 그냥 쓰다 보면 뭐든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네덜란드에 대한 글을 쓰는 재미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뜻밖의 소식이 왔다. 네덜란드에 대한 책을 함께 출간하자는 출판사 산지니의 제안이었다. 성취라는 느낌이 이런가 싶었다.

내 첫 책이 네덜란드에 대한 책이라니! 생각해 보면 이유가 있다. 아무도 들춰보지 않는 것 같은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관련 각종 책을 구석구석 찾아 섭렵해 보던 게 내 대학시절이다. 여행을 통해 북유럽에 모종의 동경이 생겼던 만큼 더 알고 싶고 언젠가 살아보고 싶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존재한다. 그게 궁금하기도 했고, 심중에는 나에게 진정으로 맞는 어딘가, 누군가들과 더 깊이 공유하며 살고 싶다는 동기가 있었을 테다.


많은 시간이 흘러 나는 지금 그 청정한 스칸디나비아가 아니라 마리화나와 홍등가로 유명한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만족한다. 네덜란드에 나의 짝꿍과 아기가 생겼으니 내 바람이었던, 내가 진정 나일 수 있는 공동체도 생긴 거다.

그리고 내가 읽었던 책들처럼, 한국의 누군가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세계의 이모저모를 풀어가고 있다.


가끔 한국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여기서 내 필명 이나앨이 나왔다)의 토끼굴을 지나온 것만 같다. 세상이 바뀌어 있고, 내가 갔다 온 우리나라가 마치 꿈인 것 같다. 그만큼 네덜란드와 한국은 다르지만, 생활인으로 현실을 살다 보면 비행기에서 내릴 때 충격 같이 다가온 문화차이도 잊고 하루하루 흘러간다. 그래서 네덜란드에 대한 심층탐구라는 내 글의 취지가 마음에 든다. 그 차이를 인지하는 내 시선 혹은 문화적 다양성을 잊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 사는 것은 이렇게 양면적이다. 항상 겉도는 느낌이 있어도, 내국인이 발견하지 못하는 재미를 더 찾아내니까.

지금 작업 중인 책은 이번 달 말로 최종원고를 마무리하고 올해에 교정작업을 마친다. 그러면 내년에는 세상에 나온다.


요새 네덜란드는 막연히 선진국이라고 알려지나 보다. 안락사가 허용되는 인간존엄의 국가, 동물보호가 좋아 유기묘 유기견이 없는 국가, 아이들이 최고로 행복한 국가. 나는 내가 산다고 네덜란드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는 싫다. 그리고 굳이 좋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비꼬기도 싫다. 그저 다른 것은 다를 뿐. 그 차이가 눈이 휘둥그레해지게 황당하고 때로는 마음에 쏙 들어도, 그것이 차이라 느낄 때 내 사고의 지평은 더 넓어지는 것이니.

내 책은 어떻게 보면 별로 인기 없는 어느 나라 네덜란드에 관한 책이다. 키워드 검색 추를 보면 관광면에서도, 유학면에서도, 이민면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의 생각 밖일

것이다. 인지도가 낮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래서 더 설렌다. 내 스무 살 시절 나에게

북유럽에 대한 꿈을 꾸게 했던 책들처럼, 누군가에게는 내가 쓰는 네덜란드에 대한 책이 아주 귀하고, 아주 시기적절하고, 흥미롭기를. 그런 소통 또한 내가 원하던 마음 맞는 이들 간의 공동체의 모습 아닐까.

하지만 네덜란드는 알면 알 수록 니치(niche)가 아니다. 그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는 모두가 한 번쯤 들어볼 만하다. 달라서도 그렇고, 재밌어서도 그렇다. 그리고 사람들이 행복하다.

그러면 네덜란드에 대한 책을 누가 살까. 새로운 삶의 방식이 궁금하다면, 누구나라고 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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