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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의 브라반트 여행기 1

네덜란드 여행

by 이나앨

코로나로 집콕생활을 하면서 여행병이 도질 때마다 네덜란드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고 있어. 오늘은 얼마전에 다녀온 브라반트 이야기를 해줄게.


브라반트는 (Noor Brabant 노드 브라반트가 정식명) 네덜란드 남쪽에 있어. 프랑스를 갈 때 브라반트를 거쳐서 벨기에를 거치면 노르망디 지역이기도 해. 실은 프랑스의 일부였던 적도 있어.


브라반트를 비롯해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임에도 확실히 지역색과 지역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거든. 사실 이방인의 눈으로는 그 지역색이 확연하지는 않아.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이 사투리와 표준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겠지?

DSCF6026_Original.jpg 암스테르담에는 공동묘지가 없어. 브라반트 틸버그 아래 홀르라는 작은 동네에 중심에 있던 공동묘지. 종교색이 물씬이야~


우리나라는 산맥에 따라 지역이 나뉘고 말과 태도가 다르다고 하는데, 이 평평한 땅에서 어쩜 개성이 확실할까? 그리고 약간의 지역차별도 있다고 하더라 (나도 가끔 눈치로 느껴). 아마도 이유는 역사와 이웃한 나라에 의한 게 아닐까 싶어. 종교개혁 즈음하여 브라반트 지역은 카톨릭교를 믿는 지역으로 그리고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이 있는 홀란드 지역은 개신교를 믿는 지역으로 문화가 나뉘나봐. 그리고 그 종교의 차이가 삶의 방식, 가치관, 음식도 많이 영향을 준 것 같아.



브라반트 로드트립 전에는, 필립스 발생지로 유명한 아인트호벤, 기술 대학교로 유명한 틸버그, 음식편에서 적은 뚱슈크림 보스볼로 유명한 든보스 (적어도 나한테는 유명한 정보...) 등의 도시가 있는 정도로 알았어. 그리고 든 보스는 오래된 도시라 아름답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가면이나 분장을 하고 먹고 마시고 인사불성 즐기는 카니발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DSCF5759_Original.jpg 물고기를 타고 여행하는 중세시대 아저씨 아줌마

그래서 그냥 갔다! 브라반트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각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 일정은 특별히 없었어. 그냥 차를 타고 대부분 즉흥적으로 다녔지만, 숙소는 미리 정했고, 든 보스를 시작으로 틸버그 근처 숙소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올라오기로 했지. 2박 3일 일정을 정리해보면, 이랬어.


1. 든 보스 (Den Bosch, 정식명은 's-Hertobenbosch) 구경

2. 든 둥흔 (Den Dungen) 의 B&B에 짐풀기

3. 헤스바익 캐슬 (Heeswijk Castle), 헨켄샤흐 캐슬 (Castle Henkenshage) 구경

4. (근처에서 일정보기 - 휴가지만 해야할 일은 했어야 했어...)

5. 틸버그 (Tilburg) 근처 홀르 (Goirle)의 호텔에 짐풀기 + 휴식

6. 론스 엔 드루넨스 다우는 (Loonse en Drunense Duinen) 구경


DSCF6037_Original.jpg 싱그러운 5월 풀잎들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내가 느낀 브라반트는 평온함이네. 조용하고 잔디와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지역이었어. 든보스는 들은대로 예뻤고, 보스볼은 기대에 맞게 맛있었지 (...).


이 지역 사람들은 부르곤디어 (Bourgondier), 레븐스흐니터 (Levensgenieter)라고들 한대. "삶을 즐기는 사람" 이라는 뜻인데,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고, 잘 차려입고, 뭐... 매일 와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식사하거나, 날 좋은 날 보트 타고 레져를 즐기는, '개미와 베짱이' 중에 하나를 골라 비교한다면 당연히 늴릴리 베짱이일 그런 느낌이야 (하지만 좋은 쪽으로). 실은 이 것도 일반적인 네덜란드 사람에 비해 그렇다는 거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에 비하면 아마 아주 현실적이고 검소하지 않을까 싶네.

DSCF5755_Original.jpg 노란바지에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도 아주 전형적인 브라반트 스타일이래 ㅎㅎ

음식점도 한 번 갔었는데 (2박 3일 여행에, 외식 한 번이라니... 코로나로 불편하기도 하고 마땅히 기회가 없었어) 월요일 점심이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는데, 가족 손님이 많더라.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이길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더라 ㅠㅠ. 그리고 어디를 가든 보는 음식이지만 (Friets 감자튀김이나 Carpaccio 칼파치오) 레스토랑들 음식이 훨씬 푸짐하고 맛있는 것 만 같았어. 여행타는 거였을까?


1. 아기자기 든 보스

반 고흐가 네덜란드 사람인 건 알지? 그가 이 지역에서 자랐어. 그래서 든 보스에 가면 반 고흐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 볼 수 도 있지. 우중충한 먹구름 때문에 슬쩍 둘러만 봤어. '왜 태양볕을 따라 프랑스로 간 건지 알 거 같아...' 하면서. 하지만 잠깐씩 해가 날 때마다 걸었던 든 보스는 아기자기하고 물과 나무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시더라. 물을 통해 그리고 둑을 통해 지켰던 오래된 도시로 곳 곳에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고. 나름의 좁은 운하도 있어서 할렘과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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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보스의 하이라이트는 도르래를 돌려 셀프 운전하는 배였어. 참 네덜란드 사람들 기가 막혀~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냈지? 전기도 필요없지, 지키는 사람도 필요없지, 오직 너의 힘으로 안전하게 물을 건널 수 있다니, 물과 항상 싸워야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의 삶이 보이더라.


누가 쓸 까 싶어도 끝도 없이 사람들이 오고 가. 나름 운동도 되고 재밌었어. 돌리는 데 포즈가 웃겨서 한바탕 웃었고. 너도 든 보스를 걸어다니면서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길 바랄게. 충분히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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