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기본기
사실, 난 국기나 수도명을 외우는 데 좀 부족해서 네덜란드의 국기가 뭔지도 몰랐어. 가끔 음식점에서 큐브치즈나 비터볼른을 시키면 거기에 국기가 붙은 이쑤시개를 찍어가져와서, 아주 자연스럽게 (…) 네덜란드 국기가 뭔지 알게 되었지.
그리고 빨간색/흰색/파란색의 조합이 프랑스 국기와 흡사해서 헷갈리기도 쉬워. 네덜란드의 상징을 그들의 왕궁의 색인 오렌지인데 (예를 들어 축구대표팀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왕을 축하하는 공휴일은 킹스데이에는 온 나라가 오렌지색이지), 왜 빨간색/흰색/파란색을 국기로 선택하게 되었을까?
알아보니, 스페인의 식민정치에 맞서 네덜란드의 주권을 확립한 윌리엄 1세 (오렌지 왕자)가 16세기 ‘왕자의 국기’로 오렌지색/흰색/파란색의 3색의 국기로 시작했대.
왜 오렌지색을 빨간색으로 바꿨는지가 참 네덜란드 사람들 답더라. 빨간색 천이 비싸고 오렌지 천이 더 구하기 쉬운 데다가, 오렌지색은 식물에서 추출했는데 색이 금방 바랬대. 거기에 더해 바다에서 더 잘보이는 빨간색으로 바꾸었다고 하네. 참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지 (출처)? 세계에는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다양한 3색 국기들이 많은데, 네덜란드가 3색을 쓰는 것의 원조라고 하더라. (출처 그리고 또 출처)
일반적인 상식으로 빨간색은 네덜란드 사람을 상징하고, 흰색은 교회를 상징하고, 파란색은 귀족을 상징한대 (출처). 같은 색으로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는 프랑스 국기에 비하면 스토리 텔링이 좀 별로지? 어쩐지 네덜란드는 여러 면에서 문화에 대한 마케팅이 부족한 것 같다.
엊그제 꽃가게에서 예쁜 꽃 한다발이 10유로길래 사고 났더니 마치 국기 처럼 파란색, 빨간색, 흰색인거야.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그 색의 뜻을 찾아보게 되었지. 딱히 네덜란드 국기의 의미는 아니지만, 어쩐지 국민성하고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빨간색 – 대담함, 힘과 용기. 네덜란드 사람들이 작은 자기네 나라를 벗어나 뱃길을 개척해 국제적인 영향을 미쳤지. 여러모로 새로운 것을 많이 발명한 나라야. CD, 블루투스를 비롯해 스트롭와플이며, 작은 나라임에도 만들어낸 게 많아.
흰색 – 평화와 정직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직하고 규율대로 살고, 다른 문화와의 평화를 중요시해. 그래서인지, 이민자의 폭력적인 시위나 테러리즘도 전무하다고 봐.
파란색 – 각성, 진실과 충실, 인내와 정의. 특히 충실(로열티)이 와 닿는데, 사람과의 관계나 회사에 다니는 면에서도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이 많아. 좋아하는 가게나 단골이 생기면 구지 다른 가게에 왜 가냐는 사람들도 많고. 아무리 선택할 게 많아도 자기한테 뭐가 좋은지 아는 그런 확신이 다른 여러 국민성 (이를테면 용기, 정의)하고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