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음식
크리스마스면 남편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빵 (Kerstestol 케아스트스톨)이 있는데, 건포도를 넣고 아몬드를 위에 뿌려서 굽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빵덕후 남편에 의하면) 빵 안에 넣는, 아몬드를 곱게 갈아 설탕과 섞은 마지펜 (Marzipan)이야. 앙금빵의 앙금같은 거지.
그리고 얼마전에 부활절이고 (Pasen 파슨), 성령 강림절 (이런 우리말은 처음들어보네. 영어로는 Whitsun, 네덜란드어로는 Pinksteren 핑크스테른, 부활절 일요일 50일 후)이었어거든? 그래서 남편이 부활절 빵하고 성령강림절 빵이 먹고 싶다는 거야. 그게 뭘까, 궁금한 마음에 빵 집에 가서 그걸 사서 먹었지.
그런데 먹으면서 들여다보니, 크리스마스 빵하고 부활절 빵하고 성령강림절 빵이 다 똑같은 거 같은거야! 건포도 들어가고 마지펜 들어간 두툼한 빵! 어쩐지 속은 기분에 물어보니 내 추측이 맞았어. 아니…이름만 바꿔서 같은 음식으로 여러가지 명절 요리를 만들다니… 이래도 되는거야? 아무리 우리나라 음식하고 비교하려고 해도 상상이 안 갔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종을 제사 때 쓰면 제사술, 차례 때 쓰면 차례술, 이런 것과 비슷한 걸까? 그러고보니 뭐 말이 안 되지는 않기도 하고, 네덜란드의 음식들은 내게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게 뭔지 알려주는 것만 같더라.
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건포도를 많이 쓴다는 거야. 이런 특별한 빵이 아니더라도 모닝빵처럼 가벼운 밀도의 동그란 흰 빵도 건포도를 많이 넣어 구우면 크렌튼볼 (Krentenbol)인데, 달달한 점심이 먹고 싶은 사람들은 우유랑 같이 이걸 먹어. 중간에 버터는 꼭 발라 먹어야지.
보통 회사에서 전일 워크샵이 있으면 점심을 워크샵하는 곳으로 넣어주거든. 그래서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어느 날 케이터링 회사에서 단체 점심 카트를 밀고 들어왔는데, 제공된 음식이 건포도 빵과 우유여서, 황당했던 적이 있어. (정말 이것만 먹고 될까싶은 마음...당연히 되면서...) 그렇게 황당해 해 놓고는 맛있게 먹었지. (…)
매일 먹는 빵을 좀 더 재밌고 맛있게 만들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건포도를 넣은 거 같아. 그리고 여러 향신료나 아몬드까지 넣으면 더 특별해지는 거 같고. 단순하면서도 할 수 있는 적정선의 정성이 들어간, 그런 음식들이 네덜란드의 전통음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