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 뭐야 이게 끝이야?

by 업무자동화Theo

그날도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쇼츠를 넘기고 있었다. 지인에게 톡이 와서 주말 일정을 잡으려다 달력을 봤는데, 어느새 2개월이 지났는지 새삼 시간이 참 순식간에 지나갔구나고 느꼈다. 그리고 지난 2개월을 뭐했길래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지하고 돌아보니 바쁘기는 오지게 바빴으나 하는 일의 맥락이나 형태는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집, 회사. 회사에선 예상치 못했던 긴급 상황들이 종종 발생했으나, 큰 맥락에선 같은 일이었다.


5년째 단순 반복 업무들의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업무자동화를 도입했는데, 정작 내 삶이 단순 반복적이라는 자각에 웃음이 났다. 내가 이미 로봇인데, 자동화 로봇 SW로 자동화를 하고 있었다니ㅋㅋ..


익숙해진 것이 문제인걸까? 입사한 지 7년, 어느 순간부터 내 일상은 너무 뻔한 반복의 연속이었다. 회사에선 막힘이 없었다. 선,후배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서로 업무를 도와주는 분위기였고 가끔 이직 제안이 들어와도 지금 이 회사에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의 가치를 저울질해보면 언제나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다 떠나서 내가 일하는 업계에선 다니고 있던 회사가 한국에선 1위였다.


무슨 일을 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위한 비전도 많았다.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성과도 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재고 수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하며 단순히 시간만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재고비용을 줄 일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허함이 쌓여갔다. 자동화로 업무 효율을 개선하면서도 정작 내 삶은 효율화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효율, 개선”을 말했지만, 내 삶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출근, 퇴근, 운동, 드라마, 게임.

회사에서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쓰며, 어떻게 하루를 잘 넘길까에 더 집중했다. 성장하는 느낌은 사라지고, 적당히 눈치 보며 흐름에 맞추는 직장인으로 살아갔다.


내 삶은 뜨겁지 않았다. 그냥 매트릭스 같은 틀 안에서, 이미 짜인 패턴에 끌려가는 삶. 하루하루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그날,

지하철에서 내 삶의 끝이 정해진 느낌을 받았다.

직장x25년 -> 아파트 대출 -> 자녀 교육비 -> 일년에 한 두번 여행 -> 꽥


물론 회사 일이 나쁜 건 아니었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건 멋진 일이었고,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재미가 사라졌다.


답을 찾고 있던 중, 당시 멘토 님을 통해 소개받은 자리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본인이 진짜 원하는 건 뭐예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가슴이 사정없이 뛰고 한번도 내가 원하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홀리듯이 내 안에 있던 내가 원하는 삶을 말했다. 너무 단순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냥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였다.

“자유롭게 여행다니면서 사고 싶은거 다 사고,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싶어요.”

그 대답을 내뱉는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흔들렸다. 그런데 곧바로 돌아온 말이 있었다.


“세상은 1 아니면 0이에요. 하느냐, 마느냐. 그럼 왜 지금 하지 않나요?”

그 말을 듣자, 내가 붙잡고 있던 이유들이 전부 부질없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내 안의 잠금장치를 풀 계기가 필요하다.’


업무 자동화를 하며 늘 말하던 것을 내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

"반복되는 패턴은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정말 본질적인, 가치 있는 일을 해야합니다!"


그렇게 나는 삶을 리셋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