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고 출근하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퇴사 절차, 퇴사 유의 사항, 퇴사 꿀팁 등 유튜브에 있는 영상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이 글을 보고 있을 또 다른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억을 더듬어 정보를 나눈다.
- 회사마다 퇴사 프로세스가 있다. 인사 관련 안내 사항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 내 경우엔 이랬다.
상급자 면담 - 면담 기록 & 퇴사 사유 작성 - 상급자 결재 - 인사팀 결재 - 결재 - 결재
- 면담은 지나고 나선 별거 없다고 하지만 당사자에겐 굉장히 큰 일이다.
- 사수 혹은 팀장에게 처음 퇴사 의사를 말하는 그 순간, 와 미친
- "저 혹시 개인 면담 가능할까요?" 난 이 대사로 첫 시작을 했다.
- 회의실이나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사유를 구체적으로 다~ 말할 필요는 없다.
- 사수 - 팀장 - 실장, 이렇게 세 번 면담했다.
- 퇴사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 대부분은 말리거나 회유할 수 없음을 알아채고 응원을 해준다.
- 악담을 했던 그 실장님은 1년 후 집으로 가셨다.
- 그리고 이제 정들었던 동료들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 뭉클하다.
- 동기이자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던 동료가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한 그날, 그의 진심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는 언젠가 다시 만나고싶다.
-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퇴사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로 한 순간, 그때부터 회사에서 인연을 맺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 연락이 뚝 끊기는 것에 서운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더라.
- 그냥 서로 다른 삶의 페이지로 갔으니 더 이상 내 스토리의 등장인물이 아니게 된 거니까.
- 우리사주를 샀다면 그대로 돈 날아간다. 눈물 쪼금 난다.
- 회사가 들어준 개인 보험은 직접 전화해서 해지해야 한다.
- 퇴사까지 2주가 안 걸렸다.
- 내가 없어도 당연하게 회사는 아주 잘 돌아간다.
95%의 확률로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탈출은 지능순"
"야수의 심장 ㅇㅈ"
주의할 점은 저 말이 그냥 마냥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고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만 찾아봐도 퇴사 후회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있지만 감당하기는 싫은 리스크를 먼저 한다는
고마운 실험체 A에 대한 의례적인 인사치레일 확률이 높다.
회사에서 만난 동료는 딱 그 정도까지의 인연이다.
그중 진짜 인연 한두 명이 남는데, 여러 사람에게 에너지 분산하지 말고,
그 한두 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 같다.
그래서 퇴사는 지능순인가 아니면 야수의 심장을 가진 자들이 하는 것인가?
나는 둘 다 아니고 그냥 내가 살고 싶은 삶이 회사원이 아니어서 퇴사했다.
회사를 다니며 경험한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 프로젝트 맡아서 완료하는 것도 재밌었고, 팬데믹으로 온 난리통에 동료들과 으쌰으쌰한 것도 재밌었고, 회식도 재밌었다. 딱 1차까지만. 회사 생활을 진심으로 찐으로 즐기니까 나올때도 미련은 없었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정과 은근한 자부심도 약발이 다 했는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었다. 회사는 단순히 돈을 주는 곳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규정해 주는 무대이기도 했는데 그 무대가 좁게 느껴졌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보다 그 밖의 삶이 더 반짝였다.
원하는 삶이 뭐냐고 물어보셨던 분께
자유롭게 여행 다니며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는 삶이라고 말했고,
그분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에 날 초대해 주셨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선 할 말이 산더미 같으니 따로 글을 쓰겠다.
내가 바라는 삶을 살자고 결심한 이후, 내 안의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 내가 나답게 살면서도 먹고 살 수 있겠다.”
머리로 한 계산은 아니었고 내 안에서 올라온 어떤 확신,
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것이었다.
다른 시간선의 내가,
회사원이 아니라 나다운 삶으로 사업을 하든 뭐를 하든
잘 먹고 잘살며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있다면,
지금의 나도 그 시간선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또 있고 심지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다른 세계의 한국 분들을 만나고
조언을 구하고 노하우를 더 알고 싶어서
한국의 삶을 정리하고 쿠알라룸푸르로 갔다.
친한 친구의 카톡이 깊은 여운을 줬다.
"미ㅊX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