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ODORE CODE May 17. 2020

맨땅으로 매거진 만들기.

대치동 마케터 일기 ep. 2 : " 대치동 매거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Chapter 1.  막내 왔니?


  어느덧 입사한지 2주가 조금 지났을 무렵, 제 호칭은 ‘막내실장’이 되었습니다. 입사일로 따지나 나이로 따지나 막내였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밝히고 싶지 않다고 계약을 하기 전에 신신당부를 드렸지만, 제 액면가는 이미 막내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 Comment : 학원관계자 연령대 구성 *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4~50대가 절반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0대가 그 다음으로 비중이 많았고, 20대의 경우 파트타이머 또는 아르바이트로 함께하곤 합니다. 입학상담 및 수업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학부모였거나/학부모인' 분으로 모시는 문화가 자리잡은 터라, 연령대가 비교적 높습니다.


 어떻게 저떻게 회사에 적응하고 있을 무렵, 오너원장님께서 임무를 주셨습니다. 평소라면 밝은 표정으로 “막내실장님 왔어요?” 라면서 가볍게 인사해주셨을텐데, “얼른 앉아봐요 실장님”이라면서 운을 띄셨습니다. 원장님 손에는 학원전단지와 정규반 시간표가 들려있었습니다. 매우 심장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선생님이 정말 잘 가르치시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수강생이 안나와요”


 그렇습니다. 선생님 개별홍보를 준비해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강의에 비해서 수강생 이탈율도 적었고, 선생님의 프로필과 학습컨텐츠 모두 탄탄해보였기에 의아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학원계 특성상, 수업이 열리고 나서는 학생들의 이동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수강생들을 끌어모아야 했습니다. 오너원장님이 직접 나서서 조치를 취하고 싶어하신 정도였으니, 꽤 급한 불인 셈이었습니다.



Chapter 2.  어 신문이네.. 어 신문이네?


 당시, 대치점으로 출강하시는 선생님만 대략 400명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운영본부 브랜딩팀”이 위치한 건물로 오시는 강사님이 90여명이었습니다. 브랜드를 말하는 부서에서 실장으로 있는 만큼, 각기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세워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나요.. 갑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떨어진 셈이니, 패닉이 왔습니다. 한번도 수강해보지 않았던 선생님을, 빠르고 깊이있게 브랜딩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았습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사무실로 걸어 올라가는 길목에, 매일 마주치는 신문을 쳐다봤습니다. 매일같이 읽던 신문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도 재밌었습니다. (일하기 싫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운명적 만남이었던 것인지.. 지금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강남서초 내일신문과 노컷뉴스에 기고된 수능대비 학습법 칼럼이었는데, 아니 글쎄 이게 제가 찾던 '그' 선생님께서 쓰신 글이었습니다. 오르비나 수만휘 등의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기고된 학습칼럼도 엄청난 흥행을 일으킬 수 있는데, 신문에 나온 소재라면 더 없이 좋은 아이템이 되겠거니 싶었습니다. 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니, 즉시 사무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날 새벽 2시, 선생님을 위한 특별홍보 기획안이 완성됐습니다.


* Comment : 대치동 매거진의 시작 *
< D-DAY : 대치동이 말하는, 대치동의 공부법. > 이라는 컨셉으로 전국에 있는 수험생(특히 고3 및 N수생)을 대상으로 준비했습니다. 구글과 다음, 네이버에서 강사이름을 검색하였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신뢰도 추락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검색엔진최적화를 다루는 것과 동시에, '인터뷰' 라는 컨셉으로 학원 및 강사의 전문적인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Chapter 3.  콘텐츠의 구성, 그리고 SNS채널


“학원과 강사를 알리되, 광고라고 느껴지지 않게” 준비하도록 온 힘을 가했습니다. 당장의 강의티켓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속적으로 학원의 브랜드와 강사진의 소개를 이어가려면 그에 따른 컨셉과 위계를 잡아야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사실 그래야만 다음번에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하기도 하구요... )  페이퍼 매거진의 사례, 그리고 온라인 매거진의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페이퍼 매거진의 성공적인 사례로는 '무신사', '대학내일' 등이 있었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MZ 세대에게 크게 유행하는 잡지였습니다. 온라인 매거진의 경우, '스카이에듀(ST Unitas, 현현교육)' 등 인터넷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제작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민해본 결과, 최종적으로 지목한 것은 타임지(TIME)의 사례였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만큼이나 특정인물을 홍보하기에 특화된 매거진은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야말로 최적화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보여줄 수 있는 매거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매거진에서 인물의 바디라인과 상품노출 등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에 반하여, 타임지는 특정 인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구도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효과를 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는, 배경에 색감을 거의 두지 않아야 했습니다. 이는 디자이너님이 누끼를 따서 붙이기에도 훨씬 수월한 환경일 것이라는 계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으로 완성된 매거진 표지. PDF로 배부하기에 공유가 쉽고, QR코드를 추가했기에 추가유입을 고려할 수 있었다.


[ 2019 D-DAY MAGAZINE ]


- 예상타겟 : 강남/서초/송파거주 10대후반

- 목표노출 : 통합 3만 조회


- 배부방식 : PDF 무료배포

- 노출방식 : SNS 게재 및 바이럴

- 제작방식 : 포토샵(표지) 및 인디자인(내지)


- 기초정보 : 학력 및 출강 프로필

- 심층정보 : 현장강의 수강생 FAQ, 자유양식 칼럼

- 아이덴티티 : 친필서명, 브랜드컬러 및 로고

- 매거진분류 : (Vol.1) 6월 모의평가 (Vol.2) 9월 모의평가 (Vol.3) 수능 및 논술




 당시 대학생이었던 디자이너님과 단 둘이서 준비한 'D-DAY' 매거진 프로젝트는 길고도 험한 여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영상기반이셨던 터라 인디자인과 포토샵이 많이 낯설으셨던 까닭인지, 디자이너님의 연이은 실수로 발생한 오탈자와 글자배열을 지속적으로 교정하면서 디렉션을 내려야했습니다. 또한 로우파일이 날라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치게 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이어가는 등 좌충우돌한 경험을 새벽에 공유하게 됐습니다.


  그와 동시에 선생님의 현장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과, 독학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설문을 돌려, "선생님에게 궁금한 점" "지금 이 시즌에 준비해야하는/공략해야하는 공부법" 등을 수합했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스타일대로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있는 현장강의 수강생의 질문이라면, 간접적으로 선생님의 수업방식과 수업색깔을 넌지시 홍보할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기에 중심을 많이 두었습니다.


  총 10개의 질문지를 선별한 후, 선별까닭과 예시답변 및 기대효과선생님에게 전달해드렸습니다. 나름 강사님이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참여해주실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지만, 잔인한 스케쥴 속에서 금쪽같은 시간을 추가로 내어주시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데드라인을 놓치지 않으시도록, 마감이 다가오면 커피를 사가면서 리마인드를 해드렸습니다만.. 두차례(10일 가량)나 데드라인을 지나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충 컨트롤프릭 부들부들 거리는 소리)

* Comment : 대치동 선생님의 스케쥴 *

대치동 학원가에 출강중인 선생님들께서는 인터넷강의 촬영이나 기숙학원 수업 등을 병행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서 빠른 소통이 어려운 것은 물론, 넉넉한 데드라인을 제공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제 때에 받아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추후 학원관계자 분들의 조언에 따르면, "데드라인이 길고 짧은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으로 리마인드를 드리는 것 뿐"이라고 합니다. 액트플랜을 짜실때 저처럼 실수하지 마시고.. 꼭 3~7일 정도 앞당겨서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원고를 제공받고, 교정작업을 완성하고, 후속작의 예고와 브랜드 표기까지 모두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중에 나온 페이퍼 매거진과 온라인 매거진, 그리고 커뮤니티 칼럼을 정말 원없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가볍고, 더 광고스럽지 않고, 더 도움이 되는 글이 될 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레퍼런스를 어마무시하게 참고했습니다. 초기의 기획단계에 활용한 레퍼런스를 하루정도 참고했다면, 브랜드를 입히는 과정에서 찾아본 레퍼런스는 거즘 모든 기간으로 잡았습니다.


완성까지 12일, 정리까지 14일 가량 걸린 D-DAY 매거진 프로젝트. 다시는 매거진을 안다룰꺼리며 큰소리 쳤는데, 그 해에 두번 더 매거진을 발행했다.

  완성된 PDF파일을 서둘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학원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면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마음 속 찝찝했던 기운과 아쉬웠던 점이 한가득 남아있었지만, 이미 조회수는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모니터를 보고있자니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Comment : 매거진의 리워드에 대하여 *

참여해주신 강사님들에게 별도의 원고료를 지급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유료 구독 혹은 구매콘텐츠가 아니었던지라 학원차원에서 소정의 원고료 지급을 검토해보면 어떻겠냐고 윗선에 말씀드렸으나, 칼같이 잘렸습니다. 대신 인쇄소에 PDF를 맡기면서 가장 좋은 재질의 종이와 잉크로 출력을 요청드렸고, 이를 받아와서 감사편지와 함께 선생님에게 드렸습니다. 인쇄비가 생각보다 더 나오긴 했지만, 이 정도 권한 남용(?)조차 못한다면 너무 송구스러울 것이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Chapter 4.  떴다! 7일간 50,000명. 그리고 남은 것.


 일주일간의 추적을 통해 SNS 게시글에 1만명이 조회 또는 다운로드를 하였고, 전월대비 홈페이지의 유입자가 5만명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사용한 월 평균 홍보비가 5~10만원이었던 만큼, 콘텐츠 노출을 위해서 별도의 비용집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꽤 괜찮은 수확을 거둔 셈이었습니다. 하루는 동종업종(학원계) 종사자분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제가 만든 매거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돈을 내야지 받을 수 있는 잡지인 줄 알았다" "따로 출판할 생각이 정말 없냐" "그쪽 학원 로고 가리고 우리 학원에 비치하면 안되냐"등의 호평을 받게되면서, 이때부터 대치동 마케터로 조금씩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14일간 정신없이 준비한 프로젝트였고, 팀에서 처음 시도한 에셋(매거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조금 흐르고서 다시 매거진을 펼쳐보니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아쉬움이 한가득 묻어나오는게 아닙니까! "아 이 질문은 조금 더 깊게 찔러볼껄" "아 이거 레이아웃 더 이동시켜둘껄" "아 이거 누끼 더 잡아둘껄" 등 고쳐나가야할 것이 겁나 매우 몹시 엄청 많이 보였습니다. 부끄러웠던 역사(?)를 잊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싶었던 것인지, 브랜드 디자이너님을 추가로 채용하고서 일정보다 빠르게 두번째 발행호와 세번째 발행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2019년 9월과 10월에 발표한 매거진(vol 2&3)이다. 인스타그램 바이럴을 위해 정방형으로도 표지를 제작해두었다.

 

  Vol. 2 이후부터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간,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쥬... 수능국어, 수능수학(가형), 학생부종합전형(자기소개서/면접)을 다루는 질문지에서는 특히나 제 주관과 아이디어가 뚜렷하게 나타나게 됐습니다. 20살의 제가, 재수를 하는 과정에서 직접 느꼈던 경험과 궁금증을 생생하게 제시하였고, 동시에 사이드잡으로 수능대비 팀과외(국어/수학) 반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부모님들이 궁금해하셨던 질문을 모조리 담아냈습니다. 이외로도 제가 작성해둔 학습칼럼(orbi.kr/00024228081 등)을 여러차례에 걸쳐 강사님들에게 레퍼런스로 보여드리는 등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매거진을 완성시켜나갔습니다.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덕분인지, 두번째와 세번째 발행호는 각각 1.3만명과 2.1만명이 조회/다운로드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면서(2019.12.31. 집계) 프로젝트를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대치동 매거진이자 학원의 매거진을 준비하면 온라인 바이럴에 큰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대치동 대신 전해드립니다(대대전)'이라는 5.2만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2020.05.18. 기준) 대나무숲 페이지에서도 언급이 되는 등 브랜드 이미지와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거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과 소통하면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업무처리 부분에서 깔끔하다는 인상을 전무님과 대표이사님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힘들고 힘들었으며 저를 힘들게하다 못해 힘들게 만든 프로젝트였지만, 그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게 만든 고마운 독립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다시 열 생각도, 마음도, 여력도 없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니어 마케터, 그리고 브랜드 마케터를 꿈꾸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감 소재는 학교후배를 만나거나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가져오는 것들입니다. 다음 번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에필로그. "대치동 매거진을 만들겠습니다!"


홍보 기획안이 완성된 다음날, 대표이사님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습니다.

"대표님, 일전에 말씀하신 선생님의 홍보를 매거진으로 준비해보겠습니다. 이름은 < D-DAY >로, Daechi의 D이자 학원의 이니셜의 D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도록 지었습니다. 레퍼런스와 예상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


한참 기획안을 보시던 대표님이, 드디어 첫 운을 떼어주셨습니다.

"좋아요. 기왕 하는 김에, 더 많은 선생님이 참여할 수 있게 판을 키워보세요. 선생님들이 참여를 꺼려하시거나, 비협조적이면 제 이름을 팔아서라도 완성시키세요."


그렇게 대표이사님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프로젝트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THEODORE_CODE #대치동매거진을만들어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번의 인수인계, 한명의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