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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Dec 07. 2022

[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의식의 성장을 위해, 마음을 채우기 위해 내가 당장 버려야 할 것들.

                                        

현재 내 삶의 초점은 자기 고찰과 정체성 확립에 맞춰져 있다.


책을 구매할 때나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콘텐츠 또한 이러한 주제로 이루어진것을 살펴본다.

점점 나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도 이에 반응을 하며 이전에는 의미 없는 무분별한 콘텐츠로

내 정신을 어지럽혔다면, 최근에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같은 목적을 가진
양질의 콘텐츠들이 나의 피드를 이루어 그나마 양심적인 SNS소비를 하고있다.


넷플릭스 추천 콘텐츠 중 하나였던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나는 도시로부터 벗어난 후, 광활하게 넓은 소비 패턴에서

한 두가지에 집중적인 소비 패턴으로 바뀌었다. 꼭 나에게 필요한 것에만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활 PT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가는 차비, 계절이 바뀔 때만 사는 옷 몇 벌,

하지만 도서비에는 단연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소비 패턴이 바뀐 거지만

나는 이에 만족감을 느끼며 그동안 정말 쓸데없는 소비를 많이 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다시 독립을 하게 된다면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집에 두리라고
다짐을 하던 찰나 우연하게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되었다.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한 시간가량의 짤막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면 인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주제로

조슈아, 라이언이 그들의 실천을 통해 일어난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물건이 많을 때 우울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쓸데없는 물건이 많을수록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에요.

출처 : Netflix 다큐멘터리 |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통영에 내려와 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소비를 할 겨를이 없다.

월화수목금토 [일]-[운동]-[집] 이게 나의 일상이다.

서울에서는 자취를 했기 때문에 식생활비 비중이 높았고,

피아노 강사로 일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으로서 신뢰가 가는 깔끔한 매무새를 위해
가방, 신발, 옷을 자주 구매했었다.


그리고 집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휴식을 위해 집을 꾸밀 예쁜 소품들,

잘 키우지도 못하는 식물들, 정돈된 모습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깔맞춤 한 주방, 욕실 용품들.



통영 본가로 이사를 오면서 큰 가구들은 팔아넘기고 자질구레한 물건들은 포장되어 통영으로 함께 내려왔다.

좁은 내 방에 소품들을 놓을 자리도 없을뿐더러 생활하다 보니 굳이 필요한 것도 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들은 그들만의 취향이 확실하게 묻어나는

방을 꾸며서 올린다. 그리고 댓글에서는 그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 제품들이 유명해지면 해당 브랜드에서 새로 출시할 물건들을 협찬을 해준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다.







제 추억을 간직하겠다고 상자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의 추억들은 물건에 담긴 게 아니에요. 우리 안에 있는 거죠.

출처 : Netflix 다큐멘터리 |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의 학창 시절 동안 내가 쓰고, 만들고, 그려놓은 수많은 학습 자료들, 노력해서 받은 멋진 상장들,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담임선생님의 도장이 찍힌 일기들. 많은 사람들이 추억의 상자 속에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았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많아지는 물건들에 정리를 하려다 감당하지 못하던 때가 왔다. 그 이후로는 여러 차례를 이사 다니며 몇 가지들은 없어지기도 했고, 또 몇 가지들은 지금 우리 집 창고 안에 먼지에 둘러싸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몇 년에 한 번 우연히 짐 정리를 하면 보는 게 전부다.

'그땐 이랬었지. 나 진짜 대단했네.', '이런 일이 있었구나. 너무 좋았었다.' 하며 찬란했던 추억 속에 잠긴다.

하지만 그뿐 우리는 다시 상자 속에 추억들을 고이 넣어두고 더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현실을 살아간다.



이 문장에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대사가 떠올랐다.

교도 소장의 사무실에서 LP로 가곡을 듣던 앤디는

교도관들의 방해를 막고 10여 년 만의 선율에 심취하기 위해 문을 잠그고 방송 마이크를 켠다.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는 '피가로의 결혼' 교도소 운동장을 순식간에 에워싸고 많은 수감자들이 오랜 기간 잊고 살았던 아름다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려하던 것을 멈춰 선다.
 앤디는 교도소에서 위반된 행동으로 2주 동안 독방에 갇혀있다 나왔다.


수감자 동료들로부터 어떻게 버텨냈냐는 질문을 받는데 모차르트가 자신의 친구가 되어줬다고 한다.


동료 1 : 2주 살 가치가 있었어?


앤디 : 누워서 떡먹기지


동료 2 : 독방이 쉬울 리 있나.


동료 3 : 일주일이 일 년 같을 텐데.


동료 4 : 그러게 말이야.


앤디 : 모차르트 씨가 내 친구가 되어줬지


동료 1 : 독방에 축음기를 갖고 갔단 말이야?


앤디 :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 안에 있어. (가슴을 가리키며) 이 안에도 있어.


그래서 음악이 아름다운 거야. 그것은 빼앗아 갈 수 없거든.


___________________정적이 흐른다.


앤디 : 음악에 대해서 그렇게 안 느껴봤어?


레드 : 글쎄. 음 젊었을 땐 하모니카를 잘 불긴 했지. 이젠 흥미를 잃었지만. 여기선 소용이 없었으니까.


앤디 : 이런 곳 일 수록 더 소용이 있죠. 잊지 않게 해 주니까요.


레드 : 잊어?


앤디 : 세상에는 이렇게 돌로만 이루어진 세상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는 거죠.


마음속의 그 어떤 건 아무도 뺏지 못하고 손댈 수 없다고요. 자신만의 것이라고요.


레드 : 무슨 얘기야?


앤디 : 희망이요.


희망은 위험하다며 반대하는 레드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수감자들.



뇌리에 깊게 남은 장면이었다.

왜 이 장면이 미니멀리즘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 거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뜬금없긴 하다. 하지만 연관 지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SNS는 기업과 인간 사이에 빼놓을 수없는 커다란 매개체가 되었다.

우리의 삶은 자유로 워보이지만 실은 수많은 통제를 당하고 있다.

어느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광고판이 있는 곳을 지나가는지, 어떤 물건을 많이 샀는지,
어떤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지

시스템은 모든 것을 분석하여 개개인마다 흥미를 가질만한 제품들을 추천하며 알고리즘을 만든다.

너무나도 쉽게 현혹되고 있다.


앤디가 표현한 돌로만 이루어진 세상 (=감옥) 은 감옥 밖의 또 다른 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감옥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창살 하나 차이뿐 사실은 어디서 바라보든 똑같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혼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잃고, 나를 잃으며 의미 없는 소비를 하며 짧은 쾌락을 추구한다.

우리는 물질로 충동적인 욕구를 잠시 채울 수는 있겠지만, 결코 마음속 깊이 자리하는 공허함은 채우지 못한다.


새것은 갖자마자 헌 것이 된다. 낡아가고 해져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려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구잡이로 뽑아내는 자본주의 생산품들이 아닌
내가 진정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옛 추억들은 가슴속에 기억하면 된다. 지나고 보면 찬란했던 순간들이기에.
지금 이 시절도 훗날엔 찬란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그러니 매 순간이 찬란하다.






미니멀리즘 메시지가 강력한 이유도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 성공하고 관계를 발전하고 싶은 욕구, 더 깊은 것들에서 만족감이 오는 법이거든요.

출처 : Netflix 다큐멘터리 |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아름다운 노래 한 곡으로 잠시를 살아갈 수 있다.


마음에 와닿는 시인의 말 한 구절로 순간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감명 깊게 본 영화 하나로 하루를 살아갈 수도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떠들며 보낸 시간들로 일주일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려


물욕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더 짙은 행복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의미 있는 물건이 적을수록 그 물건들이 훨씬 더 가치 있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앞길을 막는 해방물을 조금 버려야 할 겁니다.

출처 : Netflix 다큐멘터리 |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다다익선', '거거익선'


많은 일상 브이로그 유튜브들이 일명 플렉스를 하며 달아놓는 자막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크면 클수록 좋다.

정말 필요해서 구매한 물건도 있겠지만 많은 유튜버들이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나의 물건을 궁금해하고
나를 부러워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런 단어들로 나의 소비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본 다큐멘터리에도 나온다. 내가 이 물건이 당장 필요치 않더라도 구매해야 된다고 결제를 하는 것은

4살짜리 아이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며 쌩 떼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리고 구매한 물건은 순식간에 일상 속에 당연한 것이 되어 잊히고 또 다른 소비를 한다.

우리는 조금 더 마음과 의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린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봐야 하거든요. 원하는 대로 변화해야죠.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게 됐어요.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에 집중하게 됐죠. 소비가 아닌 공동체 의식에 집중하게 됐어요. 제 인생을 되찾았어요.

출처 : Netflix 다큐멘터리 |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사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이런 생각도 했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소비가 당연한 거 아닌가? 기업이 성장하려면 소비자들이 필요하고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회가 돌고 돌아야 하는 것 아닌가?"


2000년대 이후 혁명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 왔다.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삶에서 편리성을 얻었다. 효율성을 얻었다.


하지만 흥망성쇠라고 하지 않던가.

엄청난 발전으로부터 새롭게 초래된 부정적인 측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다.

세상의 역사는 돌고 돈다. '세상이 말기다 말기'라고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망하지는 않는다. 수 세기 동안 해왔던 말일 것이다.

말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변화이기 때문에 달라지는 세상을 낯설게 느끼고 말기라고 표현하지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 과시적 소비패턴과 행동들로부터 우리는 많이 지쳐간다.

의식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대해 탐구를 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엉망이지 않다. 이런 한 명 한 명이 모이며 집단의식이 높아질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나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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