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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Feb 12. 2020

언제까지나 천진한 어른으로 남고싶다.

나의 밑도 끝도 없는 뒷배에게 다시 한번 고함

나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다시 한번 고함



요즘따라 엄마와 함께 어두운 운동장을 걷던 시절이 생각난다. 

최악의 시절이었다. 망한 유치원에 이어 엄마가 새로 준비중이었던 일도 거하게 사기를 당하고 말았던 때였다.


엄마는 힘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였는지. 운동을 위해서 였는지. 밤이 되면, 집 근처 운동장을 걸었다. 그 옆에는 나도 있었다. 빠른 속도도, 그렇다고 느린 속도도 아닌. 그저 묵묵히 쯤의 부사가 어울릴법한 걸음 걸이로.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별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여덟시 무렵부터 어둠 속을 하염없이 걸었다. 열바퀴고 스무바퀴고 엄마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때때로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엄마에게 왜 걷느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저 엄마를 따라 걸었다. 조용하고 깜깜한 운동장에는 별이 빛났다.



어둠 속을 걷다가 문득 무서움을 느낀 내가 무섭다고 하니, 신실한 엄마는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라고 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서든 나를 지켜주실꺼라고 했다. 나는 이런(?) 말을 쉽게 잘 믿어서 이내 수긍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서움은 가지시 않았다. 





무서웠지만 엄마를 따라 걸어야 했고, 자연스레 별을 보게 되었다. 순간 천진한 발상이 떠올랐다.


'그래. 내 이름은 별이니까. 저 별들이 나를 지켜줄꺼야.'


내 이름의 마지막 자인 '별'을 보며 걸었다. 용감함이 내 마음속에 주입됐다. 하늘의 별이 보이는 한,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후 밤의 운동장을 걸어도,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낯선이가 동행을 제안해도 무서움을 쉬이 타지 않았다. 밑도끝도 없는 자신감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신념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 근거없는 뒷배 덕분일까? 나는 삶에 대한 기대치와 긍정파워도 남들보다 높다. 상처는 쉽게 받아도 조금만 지나면 좋은 일, 좋은 사람이 내앞에 다가올거라는 기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대체로 밝고 긍정적으로 지내려 한다. 물론 빛에 상응하는 어둠의 시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드는 고민은 삶에 대한 내 기대를 조금 내려놓아야 하나?이다. 나이가 들어도, 외형만 늙지. 내 마음과 생각은 그대로 인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좋은게 좋은거라며' 쉽게 타협을 권하고, 눈을 감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상대방이 잘못한 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이 입장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불의의 상황에서 바른 소리를 내려면, 내 목숨 정도는 담보가 되어야 한다. 잘못한 놈이 더 당당하다. 이상한 논리가 상식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이런 말들을 유독 더 많이 보고 들어서 그런지. 지친다. 오늘도 그렇고. 


 이런 상황에서 결국 드는 생각은 내가 이상한가?이다. 내가 너무 세상을 꽃동산으로 보고, 다 좋은사람이라는 틀에 넣고 보는 걸까? 내 기대치가 너무 높으니까. 상처를 잘 받고, 실망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이제 꽃동산에서 나올 때가 된 걸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하드웨어는 비록 험악해도, 마음만은 제발 천진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천진한 어른으로 남고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며 불의에는 목소리도 높이고 싶다. 그려려면 결국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포기하고 타협하느니, 더 강해지는 방법을 선택하겠다. 더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능력을 키워야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는 이가 있다면, 눈을 부릅 뜨고 달겨들어야지. 다시 한번 다짐한다. 세상에 좋은게 좋은 건 없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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