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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Jul 20. 2024

직장에서 이해 안가는 인간 유형 고찰 일지

아니, 사무실에서 손톱은 왜 깎고, 화장실에서 통화는 왜 하시나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아,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 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언젠간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인간관계라고 하던데, 백번 이해되는 부분이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하루에 8시간씩 마주쳐야 하니 말이다. 업무에서 부딪히는 것은 차치하고, 업무 외에 무실에서 내가 이해 안 가는 형들을 나열해보려 한다. 이건 특히 내가 싫어하는 모습들을 나열한 것일 뿐, 누군가는 쿨하게 넘길 수도 있겠다. 그래, 나 좀스럽다!

1. 사무실에서 왜 손톱을 깎는가?


이건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반반으로 갈리는 논제였다. 사무실에서 굳이~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예의에 어긋날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다. 왜 하필 사무실에서 굳이! 손톱을 깎느냐는 말이다. 사무실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래도 사무실이다. 정적을 깨는 딱! 딱! 딱! 소리••• 한 번 그 소리에 귀가 반응하면, 다른 것에 신경 쓰고 싶어도 자꾸만 나도 모르게 들린다. 집에서는 거슬리지 않았던 손톱들이 왜 사무실에서는 그렇게 깎고 싶어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잔해들을 잘 버리기만 하면 모르겠으나,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위생상으로도 보기 힘든데, 나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싶다. 손톱 깎는 거 그래, 얼마 안 걸린다. 그래서 나도 반대로 얘기한다. 거참, 얼마 안 걸리는 거 집에서 좀 깎읍시다. 


2. 남 험담


업무적으로 부딪칠 수 있다. 그래,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시시건건 남을 험담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쟤는 저래서 별로더라, 얘는 이래서 승진을 못했잖아. 너 그거 알아? 사실 A과장 과거가.. 나도 어디서 들은 건데..


아무래도 통상 9 to 6.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 직장 상사, 동료, 후배 등 할 얘기가 참 많을 것이다. 어쩌면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건 그날의 에피소드처럼 하나의 가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도 매번 들으면 피곤하다. 들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자문한다면, 글쎄- 결국 사람은 입체적이고 양면적이다. 내가 그 사람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선입견을 바라보고 다가가는 건 참 위험하다는 걸 익히 경험해 봐서 느낀 게 여러 번이다. 


일례로, 업무 태도가 안 좋다는 B대리님과 함께 협업할 일이 있었는데, 실제로 깔끔하게 처리해 주셔서 업무적으로는 되려 배울 게 많았다. 되려 어디서 그런 이상한 소문이 돌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 사이에 사람이 바뀐 건가?) 


한편, 내가 남의 험담을 들을수록 나 역시 어디선가 조리돌림 당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앞에서 침을 뱉겠냐만, 가끔 귀가 미친 듯이 간지러운 날이면 누군가가 회식하면서 내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하게 웃어넘길 뿐이다. 여하튼, 결국 말로 상처 준 건 다시 본인에게 되돌아온다. 명심하자. 



3. 담배 권유 하지 마십시오


요새 나를 힘들게 하는 투탑이다. 바로 술과 담배. 담배를 많이 피우는 팀으로 와서 그런가, 비흡연자의 일상은 참으로 쓸쓸하기 짝이 없다. 흡연자의 자리 이탈은 그토록 자연스럽고 인정하는 분위기이나, 비흡연자의 쉬는 시간은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


아 그렇다고 해서 담배를 피우겠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가끔 술자리에 가서 너도 피울래? 하고 권유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괜찮다고 답하면, 아 그래 너는 이런 거 피지 마라! 몸에 안 좋다-하며 멋쩍은 듯 집어넣는다는 거다. 나 역시 민망하다. 어쩌면 그들의 레퍼토리는 하나 같이 똑같은 것일까?


4. 그놈의 술술술
 


이게 바로 기업의 조직문화 측면이 아닐까 싶다. 우리 회사는 술 잘 먹는 사람이 살아남는 거야!! 으아!! 가는 거야!!! 

코로나19로 회식이 줄어들고, 전보다 술 강요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높은 분이 줄 때 은근 눈치를 주는 건 아직 어쩔 수 없나 보다. 눈없새(눈치없는새끼)처럼 가만히 받고 술잔만 같이 부딪히자니 이제는 눈치가 보이는 연차다.(젠장, 신입 때는 잘 넘어갔는데!) 코로나19로 취업하기는 정말 어려웠지만, 정작 이때 회식이 줄어서 웃프게도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적당히 마시는 건 나도 찬성이다. 그리고 강요하지 않으면 이렇게나 싫어할 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본인만 취하는 걸 넘어갈 수 없다. 내가 취하면 너도 취해야 한다. 내가 마시면, 너도 역시 마셔야 한다. 동고동락도 아니고 같이 죽자는 이 태도로 인해 환멸이 날 지경이다. 


술도 마시면 는다고 했던가? 아마도 내가 제일 술을 못 마시는 것 같다. 물론 타고난 영역도 있겠지만, 다음날 숙취로 아플 걸 생각하면 이제는 모든 적당히 마시고만 싶다.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술자리. 비싼 음식 먹어서 좋지만 회식이 꺼려지는 이유다. 다 같이 행복하게 적당히 마시는 음주 문화가 자리 잡힐 수는 없는 걸까?



5. 화장실에서 통화 좀 그만!! 제발!!

남들 열심히 볼일 보고 있는데 왜 굳이 통화를 화장실에서 하는 걸까? 물론 피치 못할 때가 있긴 하다. 정말 받아야 하는 통화인데 이미 화장실 안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융통성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경우는, 왜 개인 통화를 구태여 화장실로 끌고 오냐는 말이다. 


항상 이런 경우에는 궁금하다. 통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은 화장실의 물 내리는 소리, 아니면 핸드드라이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의 용변 소리는 차단이 되려나?



본의 아니게 잔뜩 투정만 부린 글이 되어버렸다. 인정한다. 나 조금 예민한 편이다.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처럼 예민한 직장인이 한 명쯤, 아니 솔직히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직장 다니면서 무던해지기는 쉽지 않은 법이니. 어쩌면 에티켓이라고 불릴 수 있는 영역들, 다들 조금만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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