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seok Aug 15. 2020

노션으로 업무일지를 씁니다.

노션 한글 패치 기념 노션 사용기


2021년 3월 15일,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 퍼블리(PUBLY)에 본 브런치 글을 기반으로 한 아티클을 발행했습니다. 본 브런치 글에서는 다루지 않은 업무일지를 써야하는 이유와 2021년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업무일지 템플릿이 궁금하시면 퍼블리에서 확인해주세요 :) > 업무일지 아티클 보러가기




이 글을 쓰게 된 건, 이 트윗을 보았기 때문이다.


노션에 한글 패치가 된 후 어쩐지 어색한 기분을 느끼다가 code block을 만들려고 /cod를 쳤는데 CodePen만 나오는 것을 보고 아 이런 심각한데 싶었다. 노션을 사랑하는 몇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 명령어를 이용한 빠른 작업인데, 한글로 이 명령어를 다 쳐야 한다니? 자주 사용하는 table of contents block은 '목차'로 번역되어 있었다. 모든 block의 한글화 된 용어를 다시 외워야 한다니? 이건 아니잖아! 싶었고 성격이 급한 나는 그 순간 바로 언어를 English로 재설정했다.


그랬는데.. 이런 생각을 한 바로 다음 날 언어를 한글로 설정해도 영어로 입력한 / 명령어를 받아들이도록 패치했다는 트윗이 올라온 것! 어쩜 이렇게나 애자일할수가? 이런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자랑스러움이 느껴지며 영원히 미뤄오던 노션 사용기를 이제는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잘 나온다. Thanks, Notion!

사실 나는 작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간 6번의 노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 들의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에서 노션을 주제로 4번, 디지털 기록을 주제로 1번 워크숍을 진행했고, 체인지 메이커를 위한 조직 루트임팩트에서 노션 사용법으로 워크숍을 했다. 노션에 대한 호기심과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 시기에 비교적 빠르게 좋은 기회를 얻어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뉴먼(빌라선샤인 멤버)의 노션 선생님, 노션 탐구생활 소셜클럽의 고문으로 자리 잡았다.

밀레니얼 여성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에서 진행한 노션 워크숍 (전부 조기 마감되었다^^)

여러 차례 노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기초 노션 사용법, 노션 스페이스 공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워크숍을 통해 노션에 입문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지난 5월 블록 제한을 없앤 프리 플랜에 이어 노션의 첫 외국어 지원이기도 한 한글 패치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에 더 많은 노션 사용자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노션 한글 패치 기념으로 내가 노션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유인 주차별 업무일지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나의 루틴 속에 녹인 노션 업무일지

노션 워크숍을 하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용법은 알겠는데, 노션을 어떤 상황에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습관이 잘 들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에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본인의 루틴을 먼저 파악하고, 그 루틴 속에 노션을 녹여보세요." 말이 쉽지, 매일매일 상황이 바뀌는 현생에서 나만의 루틴을 유지하고 또 그 안에 새로운 도구를 자리 잡게 만드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나도 처음부터 완전무결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일지를 써온 건 아니었다. 지금의 형태로 업무일지 루틴을 정착하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19년 1월 셋째 주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작성해오고 있는 업무일지의 요소를 하나씩 뜯어보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시스템에 이르게 되었는지, 무엇이 장점인지, 앞으로 개선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2019 주차별 업무일지. 한 바닥 꽉 채워 쓰고 나서 12월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1. 보드 뷰 풀 페이지

나의 업무일지는 1년에 한 판, 보드 뷰 풀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 여러 개가 리스트에 쌓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 한 페이지 안에 정리하려다 보니 하게 된 선택이었다. 그룹을 분기 별로 나누고, INPUT BOX 그룹을 추가하여 업무일지가 아닌 정보성 페이지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보드 뷰 풀 페이지는 주로 칸반 작업에 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페이지를 적절히 분류한 후 한 번에 보기 편해서 잘 쓰고 있다.  

페이지를 만들 때 데이터베이스-보드를 선택하면 보드 뷰 풀 페이지를 생성할 수 있다.


2. 그룹 : 분기(N/4), INPUT BOX

그룹은 1/4분기부터 4/4분기까지 분기별 그룹과, INPUT BOX, 그 외의 페이지를 넣는 Tag 없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처음부터 이와 같은 형태가 고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룹명에 분기가 아니라 장소를 적었다. 입사 후 2달 뒤 사무실이 이사했고, 이사하면서 다른 팀에 잠시 유배를 가있다가 또 두 달 뒤에 자리를 옮겼던 터라 두 달 간격으로 삼중 / 삼환C / 삼환B 으로 그룹명을 분리해두었다. B구역으로 자리를 옮기고부터는 자리 옮길 일이 한동안은 없을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분기별로 나눠보자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쭉 유지하고 있다. 한 분기 당 12-13개의 페이지로 딱 떨어져서 한눈에 보기 깔끔하고, 원하는 주차의 페이지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다. 반면, 시간 순으로만 정렬이 되어 있다 보니 업무 유형별로 정보를 모아 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상황에 따라 업무일지를 잘 구분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면 좋을 듯하다.


3. 페이지 : [n월 n주] YYYY.MM.DD-MM.DD

페이지는 1주일에 1개, 매주 월요일 아침 출근 직후 생성한다. 페이지 이름은 [8월 2주] 2020.08.10-08.14와 같은 형태로 작성한다. 초반에는 [n월 n주차] 형태로 적었는데 -주차라고 하니 뭔가 어색해서 4월부터는 [n월 n주]로 고정했고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페이지를 만들면 미리 등록해둔 업무일지 템플릿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해두었다. 업무일지 템플릿은 상황에 맞게 계속 바꾸고 있는데, 점점 심플한 형태로 변화 중이다. 현재 사용 중인 템플릿의 각 요소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미리 만들어둔 업무일지 템플릿으로 페이지를 만든다.
- table of contents(목차)
: heading을 목차로 만들어주는 매크로 블록. 일주일을 모아서 보여주는 목차로 사용한다.

- heading 2(제목 2) + to do list(할 일 목록)
 : 이번 주 할 일을 적는 위클리 투두 리스트

- divider(구분선)
 : 구분선을 기준으로 본격 업무일지가 시작된다.

- heading 3(제목 3)
 : 오늘의 날짜를 적는다. 보통 월, 일, 요일까지 적는다.

- toggle(토글)
 : 업무 메모와 기타 메모를 분리하여 토글 안에 집어넣는다. 일을 하다 보면 낙서장 쓰듯 혼잣말을 적거나 여러 고민을 적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내용이 업무 내용과 섞이면 나중에 업무일지를 볼 때 혼란스러워서 업무 메모와 기타 메모로 분류한 뒤 토글에 넣어 숨겨놓고 있다.


4. 블록 : 장난감처럼 내 마음대로 조합하기

노션은 아주 훌륭한 생산성 도구이면서, 나의 가장 가까운 장난감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노션으로 누굴 이기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지만, 노션에 꽤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사람들에게 노션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된 이유는 노션을 의무감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재밌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백엔드 개발자, 프런트엔드 개발자, Product Owner, UX 리서처 등 다양한 직군과 협업을 하기 때문에 익혀야 하는 개념이나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아주 작은 부분부터 가끔은 서비스의 큰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생각에 짓눌려 길을 잃게 되는 경우가 꽤 있는 편인데, 노션의 여러 블록을 조합해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callout block으로 고민 적기
inline gallery 만들어서 벤치마킹 요소 정리하기
매주 페이지 아이콘 정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요소!


다시 봐야 더 의미 있는 업무일지

지금까지 어떻게 노션으로 업무일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봤다.


매년 데이터베이스(보드) 하나를 만들고,

매주 페이지를 하나씩 만들고,

매일 블록을 다양하게 조합해 업무일지를 쓴다.


물론 매일 업무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행위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업무 용도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기록'으로 만들려면 다시 들춰보는 게 더 중요하다. 다시 보지 않으면, 겉으로 보기에만 정돈되어 있어 보일 뿐, 나의 내공으로 쌓이지 않는 그저 메모 조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일지를 다시 보는 방법으로 작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은 회고다.

inline gallery로 구성한 회고 페이지

입사 첫 해였던 2019년에는 매주 4-5줄 정도로 회고를 하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회고 데이로 정해서 회고를 했다. 적어둔 업무일지를 다시 읽으면서 힘들었던 것, 배웠던 것 등을 나의 감정과 함께 적었다. 마지막 주에 한 달 회고를 할 때는 내가 한 것, 내가 잘한 것, 아쉬웠던 것, 앞으로 올 기회라는 네 개의 불렛으로 나누어서 회고를 했다. 회고를 시작한 지 40주째가 되었을 때부터는 매 달 회고로 바꾸었다. 이제는 매주 회고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매주가 아니라 한 달 단위의 회고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은 나의 호흡이 더 길어지고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걸 의미했다. 업무일지와 업무 회고를 꾸준히 쓴 것이 나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


2020년 8월 현재 회고 루틴은,

- 일요일 저녁 위클리 리뷰

- 한 달 총평

- 분기별 회고로 이루어져 있다.

빌라선샤인 워크북 뉴먼스 리뷰 파트에 일요일 저녁마다 간단히 한 주 리뷰를 하고, 매 달 주차별로 써둔 회고를 노션에 모아본 후 한 달 총평을 적고 있다. 3개월마다 분기별 회고를 할 때는 내가 한 것과 잘한 것, 배운 것과 성장 지점, 아쉬운 것과 다음에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것, 다음 분기에 나에게 올 기회로 불렛을 나누어 정리하고 있다. 물론 너무 힘들거나, 바쁜 주에는 회고를 건너뛸 때도 있다. 회고를 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업무를 할 때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결국엔 미뤄둔 회고를 하게 되긴 하지만... 상황에 맞게 루틴을 변주해가며 업무일지와 업무 회고를 쌓아가는 중이다.

 

template button 블록을 활용해 뉴먼스 리뷰 회고를 정리하고 있다.


업무일지도 끊임없는 개선이 필요하다

업무일지와 업무 회고를 쓰는 것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나, 개인적인 성장 지점을 발견하는 점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끊임없는 개선이 필요하다. 같은 구조를 꽤 오래 유지하다 보니 익숙해진 탓에 형식적으로 작성하게 되는 때도 있다. 새로운 input과 다양한 output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익숙해지고 있는 상태에 변화를 주고자 함이었고. 현재 고민 중인 개선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업무 일지와 업무 회고의 콘텐츠 발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업무일지 속에서 글로 디벨롭할 만한 글감을 모아두는 '업무일지에서 글감 낚시'라는 페이지를 만들어둔지 꽤 되었는데, 낚시질해둔 글감으로 아직 제대로 만든 요리가 없다. 쌓아두고 있는 나의 업무 기록을 어떤 형태로든 발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아직 별 것 없는 <업무일지에서 글감 낚시> 페이지

두 번째는, 현재 날짜별로 분류되어 있는 업무일지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것이다. 업무일지가 꽤 쌓이다 보니, 이전에 작성했던 기록을 검색하고 싶은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노션의 검색 기능을 활용해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업무일지 자체가 시간 순으로만 정리되어 있다 보니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보기가 쉽지 않다. 이전 업무일지에서 다시 볼 만한 인사이트를 정리하기 위해 'insight from my notion' 페이지를 만들어두었는데,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지는 못해서 어떻게 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을지 고민 중이다.

<insight from my notion> 이름은 잘 지은 것 같은데.. 이젠 채워보자..


나의 사수이자 선배인 노션

지난 빌라선샤인 디지털 기록 워크숍에서 이런 말을 했다. "노션이 제 사수이자 선배예요." 개발실의 유일한 기획자로 일하며, 사수도 레퍼런스도 없이 일하는 나에게 노션은 단순한 생산성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워크숍 때 한 말 그대로 노션은 나의 사수이자 선배다. 요즘 주변의 일 환경을 둘러보면, 정해진 매뉴얼 없이 맨 땅에 헤딩하며 일을 시작하는 주니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변화가 많은 시기를 모두 함께 겪고 있고,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가르쳐주기만을 기다리는 것보다, 나 스스로 나의 기록을 쌓아두고 돌아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체되지 않고 노션을 놀이하듯 쓰고 싶다! 다음에는 업무일지에서 낚시질해둔 글감 중 하나를 맛있게 요리해서 선보이는 것으로.



주차별 업무일지 템플릿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보드  구성과, 페이지 템플릿을 넣어두었습니다. 템플릿 복사  마음껏 편집해서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