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맘들의 졸업식

졸업생 학부모 합창

by 수아

오늘은 내가 속한 팀에서 격주로 있는 학교 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임이 시작되기 전 6학년 학부모 두 분께서 합창 연습을 위해 이런저런 논의를 하고 계셨다. 우리 학교의 6학년 졸업식은 매년 학기가 마치는 12월에 전체 공동체 예배와 함께 진행하는데, 그때 하게 될 6학년 학부모 합창 준비를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의논하는 이야기였다. 그때 한 어머니께서 졸업생 합창은 꼭 의무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애 졸업식 때 했던 합창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작은 아이 학년에도 건의를 해 보셨다는 이야기였다. 그 과정이 수고롭고 힘들긴 하지만, 하고 나면 그 감동과 은혜가 커서 그걸 후배 학부모님들께도 꼭 알려주고 싶었고 나누고 싶었다고 하신다. 나는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 끄덕였다. 재작년쯤 나도 동일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1학년일 때 지인 자녀분들이 6학년 졸업생들이라 작은 꽃다발을 들고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순서들이 진행되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시간이 6학년 어머님들께서 준비하신 합창 시간이었다.


평소에 편하고 수수한 옷차림이 대부분이셨던 아이 어머님들께서 근사한 흰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롱스커트, 화장기 진한 얼굴에 일단 놀랐다. 준비하셨던 합창의 수준이 높고 꽤나 잘하셔서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듣기로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저녁마다 나오셔서 합창 연습을 하셨다고 들었던 것 같다. 얼굴을 아는 선배 학부모님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학부모님들이셨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의 합창을 들으면서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합창을 듣는 내내 너무 눈물이 나서 혼났다. 그때 졸업식이 무슨 내용인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억은 거의 안 난다. 그 합창식의 어머님들의 얼굴과 내가 울었던 기억만 인상에 남는다. 누가 보면 내 아이가 졸업하는 줄...


합창을 하시던 어머님들의 표정과 찬양 소리 속에서 지난 6년 간의 어머님들의 수고와 헌신, 사랑과 은혜, 기도와 눈물이 느껴져서 더 큰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그 자리를 서 있는지, 지켜왔는 지를 알기에..


우리 아이들을 지키시고 자라게 하신 하나님, 우리 가정을 인도하시고 돌보신 주님의 은혜, 공동체 속에서 나와 내 자녀뿐 아니라 부모인 우리도 다듬어 가시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셨던 하나님의 손길을 고백하는 찬양이 아니었을까.


처음 이곳에 기독 학부모로서 예수 제자로서의 부르심을 확인하며 설레었던 순간들,

공교육을 포기하고 선택한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선택이 맞는지 불안해하고 의심했던 마음들,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믿음으로 조금씩 자라나며 어느새 부쩍 큰 아이들의 모습과 모든 과정들,

개인과 가정의 위기와 어려움들 속에 가슴아파하며눈물 흘릴 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


그 모든 6년 간의 삶의 시간들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어머님들의 마음속에 흘러가지 않았을까.




당시만 해도 아이가 갓 초등학교를 들어간 1학년일 때라서 6학년 학생들과 그 어머니들은 굉장히 크고 대단하게만 보였다. 우리 아이는 언제 커서 졸업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만큼 5년의 차이는 멀고 크게만 느껴졌었다. 그랬던 내가 벌써 3학년 학부모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분주한 시간의 흐름에 쏠려가기보다는 하루하루 깨어서 살아야겠다. 눈 깜짝할 사이 졸업생 합창을 준비하고 있을 내 모습이 다가올 테니. 내 뒤에 있는 후배 어머님들은 나의 등 뒤를 보고 계시고 따라오고 계시겠지. 나의 앞에 가셨던 선배 어머님들처럼 나도 부끄럽지 않게 이 삶을 묵묵하게 감당해 내 보자.




사랑하는 선배 어머님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자녀들이, 그리고 어머님들께서 속한 가정들이

지난 6년 간의 눈물과 사랑으로 복되게 서고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시간들을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선배 어머님들 대신 이 자리를 지키며, 그 길을 따라가겠습니다.

(또 누군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오겠지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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