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컨디션은 엄마의 스케줄이 된다

엄마의 시간관리 2

by 수아

짧다면 짧은 가을이 아쉬워서 이래저래 약속을 잡아본다. 곧 다가올 겨울 방학에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월요일은 학교 엄마와, 화요일은 자격증 수업, 수요일은 운동... 등등...

개인적인 일정뿐 아니라 가족이나 속한 공동체에서도 해야 할 역할들도 많기에 이래저래 머리를 써서 시간을 조율해 본다. 대외적으로는 일을 하지 않는 주부이지만 스케줄은 어쩐 일인지 늘 빡빡하다. 그런데 이 모든 일정을 하루아침에 깨버릴 징조가 보였으니...


" 엄마, 배도 아프고 목도 아파. "

" 아 그래? 열은? 아 아직 열은 안 나네. 엄마가 약 챙겨줄게. 이거 먹고 낫자."


열은 안 나고 밥은 먹으니 아직까지는 그래도 희망은 있구나. 약 먹고 잘 자고 제발 잘 낫자.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열은 없고 배만 아프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아이의 증상은 아무리 약을 먹어도 쉽사리 낫지 않고, 결국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병원을 다시 가게 되었다. 소아과 진료로 끝날 줄 알았던 아이의 증상은 황달이 의심된다 해서 종합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되면서 일은 더 커졌다.

하염없는 대기와 검사, 링거주사에 해열제까지 맞고서야 상황은 진전되었다. 응급실의 비싼 진료비는 덤.


하루로 끝날 줄 알았던 아이의 증상이 결국 일주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잠잠해졌다. 아직도 일상으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 조심하며 살펴보아야 한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아이가 나아지니 그동안 놓쳤던 일들이 이제야 보인다. 밀린 집안일과 학원보강, 외부의 약속과 올 스탑되었던 일상의 루틴들..


이래서 엄마들은 환절기가 무섭다. 아이가 열이 나면 불안하다. 또 시작인 것인가?






아이가 커 가면서 등하교도 스스로 하게 되고, 학원도 혼자 가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이 해이해졌었다. 그러나 이렇게 가끔 아이가 다시금 아파서 엄마의 일상이 모두 멈춰지고 오롯이 아이를 케어하게 될 때 다시금 아직 우리 아이가 어리고 엄마의 손이 필요하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엄마의 시간은 엄마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며, 아이의 성장시기와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시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전에는 그것이 나 혼자만의 희생인듯하여 억울하기도 하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이런 문제로

남편과도 많이 싸웠다. 맞벌이를 할 때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먼저 휴가를 낼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이가 아픈 것은 힘들고 진이 빠지고 어려운 일이지만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이 시기를 지낸다. 이 시간은 분명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적어질 것이라는 것도.

아직은 우리 아이가 어리고 엄마의 돌봄과 사랑이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마치 나 혼자만의 힘과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기고, 내 시간의 주인이 나인 것처럼 열심히 살려고 했던 나의 삶의 우선순위와 에너지를 '엄마'라는 자리가 먼저 임을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만일 어떤 사업체의 CEO라면 '엄마' 경험이 있는 사람은 특별한 역량을 가진 '경력직'으로 볼 것이다. 엄마는 타인에 대해 유연하고 수용적이다. 엄마는 책임감이 강하고, 관대하다. 엄마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챙겨줄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너무 '엄마 예찬론자' 인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엄마의 삶이 엄마를 그러한 모습을 만들어 간다. 엄마라는 존재가 가진 역량이다.





야심 차게 등록했던 운동도, 자격증 공부도, 사람들과의 단풍 구경 약속도 모두 취소되었지만..

아직은 엄마의 손이 필요한 자녀를 내가 돌보고 챙겨줄 수 있는 상황이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가.

엄마가 지나간 그 시간들은 자녀에게 '사랑과 희생'의 시간으로 변해서 아이에게 흘러가겠지.

아파서 축 늘어져 있다가 밝게 웃으면서 학교를 나서는 그 모습에 얼마나 보기 좋던지.

평범한 일상은 당연하지 않으며 감사한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는 만일 무언가를 계획한다면 언제나 플랜 B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일의 안정적인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자녀로 인한 돌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감안해서.

혼자 힘으로 어렵다면, 남편이나 주변의 가족들,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그게 안된다면 본인의 스케줄과 에너지, 자원을 잘 조절하고 예상해야 한다. 그리고 여력이 될 때 그 '만약'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

그게 일이든, 돈이든, 건강이든.


포기하자 말자. 엄마의 꿈을. 엄마의 계획을.

마음껏 여건이 될 때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살펴주자.

머지않아 아이는 건강하게 웃으며 밖을 나설 테니 그때부터 우리의 삶을 다시금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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