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전체가 교과서였구나

엄마의 교육원칙: 삶 & 배움

by 수아

평택에 사는 아빠의 지인분을 만나러 가족 전체가 오래간만에 주말 나들이를 갔다. 차 안에서 종알거리는 아이의 수다가 정겹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의 디자인이 심상치 않다. 언뜻 보니 회사의 공장 같은데 알록달록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 엄마, 저 건물 몬드리안의 디자인 같아요! 저번에 미술 시간에 배웠어요. 와 정말 멋진 건물이다. 최고예요! 진짜 멋져요! "


아이코.. 몬드리안님까지 소환. 그래 대견하다. 학교 다닌 보람이 있구나. 엄마는 중학교 때 미술 중간고사 앞두고 달달달 외웠던 몬드리안을 너는 10살인데 벌써 아는구나. 잘했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근처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NOTICE'라는 표지가 눈에 띈다.


" 엄마, NOTICE가 무슨 뜻이에요? 경고 라고 하는데 맞아요? 그 밑에 'Do not disturb.'는 무슨 뜻이에요?"

" 주의하다, 경고하다. 잘 살펴보세요. 주목하세요? 그런 느낌이라고 보면 돼. Do not disturb. 는 호텔 같은 곳에서도 본 적 있잖아?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쉬고 싶어요. 뭐 그런 뜻?"


어 그건 말이지. 분명 아는 것인데 정확하게 설명하려니 버벅거리는 느낌.



그 짧은 하루의 외출 속에서도 아이의 계속되는 질문과 대화들..


" 아빠. 지금 너무 빨리 달려서 내비게이션에 속도를 줄여달라고 뜨는데요! 속도 줄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 속도는 같은 시간에 얼마나 달릴 수 있는가를 나타나는 거야. 알지?"

" 당연하죠! 과학시간에 배워서 저도 알아요."


단어만 알면서 아빠가 자세히 설명을 해 주니 아는 척하는 느낌적인 느낌.



" 엄마, 지금 몇 시예요? 이제 언제쯤 도착해요?"

" 어. 다 왔어. 2시."

" 지금 10분 전이라고 하니까 1시 50분이잖아요. 그런데 왜 2시라고 해요? 왜 어른들은 항상 아직 2시가 안 됐는데 다 왔다, 2시다 이렇게 말을 해요?"


아이고야. 너 오늘따라 피곤하게 군다.



" 아빠, 저 플랜카드에 '00당'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건 무슨 뜻 이에요? 대통령은 왜 감옥에 갔어요?"

" 우리나라에 왜 미국 군인들이 있어요?"

" 1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예요? 왜 달러는 더 비싸요?"


어우. 이제 그만~~~~ 이라고 속으로 외쳐본다.



아이를 통해 같은 세상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배워간다. 지식을 책이 아닌 우리의 삶 속에서 배우는 공부임을 알았다.


시험을 보기 위해 달달달 외우는 미술 지식이 아닌

삶 속에서 아름다운 건물을 통해 몬드리안을 보고,


과학은 골치 아프고 이론적이다라는 편견이 아니라

우리 삶에 발견되는 현상임을 알고 호기심 있게 보고,


삶 속에서 접하는 언어로서 영어를 보고

사람과 소통하고 배워가며 도구임을 깨닫게 되고,


수학은 골치투성이 문제풀이가 아닌,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수치이자 약속이며,


사회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주변 모든 이야기임을


오늘 하루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관련된 책들이나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보곤 했었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이 한결 같이 나오는 말들이 있었다.


" 삶 속에서 계속 언어를(책) 접하게 해 주세요. 읽어주시고 들려주세요. "


" 마트에서 물건을 살때나 아파트 동호수를 찾을 때, 엘리베이커를 탈 때, 용돈을 줄 때 등 생활 속에서 계속 수 감각을 익히게 해 주세요."


"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과학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호기심을 갖게 해 주세요."


" 신문이나 뉴스 속에서 접하는 사회 현상을 통해 대화를 많이 나누어 보세요."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공통적인 점은 '배움을 삶과 연결 짓는 것' 이었다. 공부를 지식 자체로만 보고 무조건 외우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고학년이 되면 이러한 인내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삶 속에서 보고 배우는 모든 것이 결국 배움의 현장임을 알고 부모가 '촉'을 세우고 그 기회들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할까?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삶의 현장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배우는 지식들이 흩어지고 분리되지 않고,

보물찾기처럼 삶 속에서 발견하고 알아가는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할까?


엄마인 내가 먼저 너의 시각을 배워야겠구나. 우리의 삶 전체가 교과서이며, 교실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것을 다 책으로 담을 수 없기에 그중에 가장 필수적인 일부분만 정리해 둔 것이 교과서임을.


배움은 평가하고 비교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삶이 배움과 깨달음의 현장임을

엄마는 너를 통해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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