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상장
" 엄마! 나 저번에 참가한 편지쓰기 대회 상 받았어요! "
하면서 아이가 근사한 표지가 있는 상장을 보여준다. 잉? 정말? 오 진짜네!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생전 상장받아올 일(?)이 전혀 없던 우리에게는 엄청난 소식이었다! 세상에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다니!!
일단 나는 상장을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남편, 친정, 시댁 카톡방에 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뭐 자랑할 곳이 여기밖에 더 있겠는가.
" 소망이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어요!"
" 어머나 축하해! 우리 소망이 정말 대단하다!"
" 최고야~!! 너무너무 축하해!"
친정과 시댁 어른들도 생전 보지 못한 이 사실에 구색을 맞춰서 과장된 칭찬과 호응을 해 주신다. 평소에 절대 명분없는(?) 회식은 못하게 하던 소망이 아빠도 이번엔 한턱을 내겠다며 기분이 좋아 보인다.
평소에 아이가 학교에서 자주 상을 받아오는 엄마는 그깟 상장 하나가 큰 감흥이 없을수도 있겠다. 우리처럼 아이가 처음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면 온갖 호들갑을 떨게 되나보다. 학교에서 내 준 과제를 아이가 정성스레 쓰긴 했지만, 솔직히 상을 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말을 해 줘도 고치는 걸 싫어하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싶어서 아이가 작성한대로 그냥 제출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보니 아이가 쓴 글에 대한 평가가 부모와 아동 전문가 분들은 다르구나 싶었다. 아니면 평소에 내가 아이에게 너무 칭찬에 인색했나 싶기도 하다. 다시금 편지를 보니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다른 나라 어린이에게 자신의진심과 사랑을 담아 정성껏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 받기 전에도 잘 썼다는 다정한 말한마디 해줄 걸 싶었다. 어쨌든, 신기하고 기쁘고 대견했다.
아이도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다. 상 탄 것만 생각하면 웃음이 난댄다. 친구와 선생님의 인정도 받았던 것이 내심 뿌듯했나 보다. 상 자체보다도 이러한 작은 성공 경험이 아이의 인생의 귀한 자산이 되겠지. 나도 정성스레 마음을 담아서 하면 잘할 수 있구나라는.
이 특별한 상을 우리에게 주신 의미를 생각하면서 그 대회를 주관한 NGO 단체의 후원을 시작하자고 결심했다. 아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면서 이 상을 계기로 우리 가정이 후원을 시작해서 어려운 이웃을 늘 기억하고 큰 돈은 아니더라도 우리 형편에 맞게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을 시작한다면, 그게 이 상의 의미를 가장 잘 구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쌓은 실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노력의 결과라고만 치부하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섬길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갖길.
세상의 필요와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자신의 재능과 갈고닦은 전문성을 채우는 삶이 되길 늘 기도한다.
아이가 받은 상은 엄마인 나에게도 특별했다. 그동안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돌보고 책을 읽히고 글 쓰는 연습을 시키고 했던 것이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한 건 아닐 수 있지만, 그동안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을 누군가 '토닥토닥'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도 수고했다라고. 부족한 엄마인 것 같아 자책도 많이 했는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잘 지켜왔다고. 엄마가 부족해도 아이는 잘 크고 있다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아이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보자고.
위로가 됐다. 앞으로도 이 길이 외롭고 힘들고 티도 안 날 수 있지만, 아이가 잘 성장해서 독립할 때까지 잘 감당해 내자고 다시금 다짐했다. 간간이 터지는 이런 이벤트들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날인 거고. 평범하고 지루하게 일상의 루틴과 책임을 감당해야 할 날들이 훨씬 더 많으니.
(아이가 받은 상장 하나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다니. 누가 들으면 서울대라도 간 줄. 예전에 동네에서 서울대 합격하면 플랜카드 붙이고 이러는 거 정말 싫고 이해 안 갔는데 왜 그러는지 조금은 이해가 됨. 이런 사소한 상장 하나에도 이렇게 들뜨고 기쁜데.)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상이라도 아이가 이렇게 상장을 받아오는 날이면 작은 케이크이라도 하나 사서 온 가족이 마음을 담은 축하를 해줘야지 싶다. 아이에게 너를 응원하고 기뻐하는 가족들이 있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상을 타든 못 타든 너는 소중한 우리의 아이이며,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이 귀하다는 걸 꼭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해 주긴 했는데.. 들떠 있는 엄마의 호들갑에 급조한 말임을 눈치를 챈 듯하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