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하지 않습니다만, 주부입니다.

엄마의 자기관리

by 수아

아이들 등교시간이 끝나자마자 울리는 핸드폰의 카톡 소리. 유난히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일부러 모임 건수(?)가 없나 카톡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갑자기 급한 엄마들끼리의 번개모임이라도 생기면 신이 난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찜해놨던 신상 브런치 까페로 가자고 제안해 봐야지.


몇 년이 지나니 엄마들끼리 서로의 스타일이나 특성도 알고 처음처럼 어색하지도 않아서 같이 얼굴 보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수다를 떨면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크게 중요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참 즐겁고 재밌다. 내가 그 모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 근데 벌써 하교 시간이다. 서둘러 빨리 나가야 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면서 얼른 운전해서 하교하는 아이를 픽업한다. 배고프다 하는데 마땅한 간식도 없고 편의점에서 대강 간식 하나 쥐어주고 학원에 간다.


학원에 가면 드디어 내게 주어진 새로운 자유다!라는 생각에 아까 만난 엄마들과의 카톡이나 세일하는 쇼핑몰을 들여다보면서 커피 한잔을 먹고 나면 또 아이가 끝날 시간이 된다.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면서 저녁을 무얼 먹을까라고 고민하는데.. 아뿔싸...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집에 들어가면 아침에 급히 모임을 나가느라 정리하지 못한 집의 빨래며, 설거지며, 지저분한 집이 왜 이제야 오냐며 재촉하는 것만 같기도 하다. 괜히 나 자신이 찔려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배고프다는 아이를 달래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라면을 찾아볼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리는 친정 엄마의 사운드로 들리는 양심의 소리. “애 먹을 저녁도 안 챙기고, 뭐 하는 거니? 그러고도 네가 주부니?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주부라는 애가..”


간신히 애를 이것저것 요기로 저녁을 먹이고 나니, 숙제는 안 하고 계속 놀기만 하는 아이의 모습이 든다. 조금 지켜보다가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막상 살펴보니 아이가 과제를 해야 하는데 필요한 도서들을 도서관에서 대여하지 못해서 할 수가 없단다. 첨엔 기가 막혔는데, 잘 생각해 보니 아 맞다! 이번 주 필요한 도서들을 미리 도서관에서 대출해 왔었어야 했는데... 도대체 나는 뭐 하는 사람이니. 말로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고 다니고, 관련된 책들도 열심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막상 실천은 꽝이다.


직장을 다니고 있지도 않으면서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내 모습에 자괴감마저 든다. 전업주부에게도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시간과 자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이런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 맴돌게 된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 같고 상황에 이끌리는 내 모습은 역시 난 부족해.. 란 부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주부로서의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자책하지는 않으면서. 그래도 내가 내 역할을 부족하지만 잘해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시소처럼 정 가운데를 꼭 찍을 수는 없지만 기우뚱거리더라도 그 중간점의 균형을 이루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전업주부 자기관리 노하우>


☑ 식단을 미리 계획해 두기(아침, 점심, 저녁, 과일 및 간식류 등): 재고 파악 – 요일별 메뉴 계획 – 장보기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파악하고 적어둔다. 현재 집에서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파악하는 것이 절약의 출발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본적인 메뉴들을 일주일 단위로 정해 본다. 매주 주말 혹은 주중 하루를 정해서 계획적인 장을 본다. 매일 즉흥적으로 장을 보게 되면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


☑ 엄마를 위한 운동 & 식단:

엄마들과의 교제를 하다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중요한 이슈는 건강이었다. 엄마가 아픈 것은 타격도 크고 티도 확 난다. 건강을 위한 계획을 꼭 반영해야 한다. 운동뿐 아니라 먹는 것도.

- 주 2-3회 이상의 정기적 운동의 종류, 시간, 장소를 형편에 맞게 정하기

- 혼자 혹은 그룹 등 자신이 편한 유형의 스타일의 종류와 운동을 정하기

- 자신의 몸 상태에 적합한 영양을 식단 속에 반영하기

필요하거나 부족한 영양소를 영양제 등으로 챙겨먹기


☑ 자녀교육을 위한 공부 및 노력의 시간:

- 자녀의 학업이나 양육에 관련해서 엄마가 공부하기(유튜브, 책 모두 좋음)

- 자녀가 읽을 수 있는 책 마련해 두기(서점, 도서관 등)

- 아이의 학습계획을 일주일 단위의 시간표를 계획해 두고 체크할 수 있는 시각화된 표 만들어 두기


☑ 돈 관리 및 공부시간:

- 투자, 재테크(부동산, 주식 등), 가계부 정리, 중고거래 등 현재의 생활 테두리 안에서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고, 조언받기. 관심을 놓지 않기

- 자산을 계획하고 소비할 때 현재와 미래의 상태를 함께 고려하기. 현재의 자녀양육과 노후 준비 사이에서 적절한 소비규모 정하기.

- 최대한 빚을 줄이는 방법 찾기(예: 주거비를 줄이고 보다 작고 오래된 집에서 살기, 차를 선택할 때 실용성에 초점 두기)

- 절약과 현재의 삶 누림에 대한 균형. 가정마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가치는 지키되 다른 영역에서 포기가 필요.


☑ 미래를 위한 준비시간(자기 계발):

- 취업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하기: 내일배움카드나 여성고용노동센터 등을 통해 각종 취업 교육 및 지원제도 알아보고 준비하기

-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모임(예: 독서모임, 평생교육원의 다양한 교육 등)에 들어가기

- 관계의 한계선 정하기: 우선순위에 따라 내가 가진 에너지 배분하기 , 어쩔 수 없는 관계는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기, 불편함을 이겨낼 용기와 인내심 갖기


☑ 가장 중요한 관계는 무엇인지 늘 인식하기:

- 부부관계, 자녀관계를 최우선으로 하기

- 신앙(하나님과의 관계)을 통해 속도보다는 방향, 삶의 우선순위 늘 확인하기

- 신앙 공동체 관계(+사역) 속에 스스로를 다듬어가고 함께 섬기기

- 양가 어른들 및 형제관계: 특히 경조사 잘 챙기기

- 기존 지인들(친구, 회사 등)과의 관계: 가끔씩이라도 연락하고 소통하기


☑ 아이 또래 엄마들과의 관계:

- 나와 아이와의 관계가 가장 먼저이다.

-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 함께하기

-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 변할 수 있다는 점 명심하기


☑ 기존의 소중한 친구들 관계:

- 오랜 세월 동안의 편안함과 익숙함, 안정감을 주는 관계이다.

현재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과 외로움을 느끼다가도 나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사람들이다.

- 자주 보지 못하지만, 경조사라도 챙기기


☑ 시간 도둑 제거하기:

- SNS 사용에 나만의 룰 정하기(예: 인스타 삭제하기, 등교 후 소파에서 유튜브는 누르지 않기. 다만, 특별히 시청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경우 시간을 정하고 보기), 장보기 주문도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하기(또는 포스트잇에 메모를 해 둔 뒤 따로 주문하기, 학원 라이드 대기 시간등을 활용하기)

-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는 지나친 정보탐색(예: 소비, 여행, 교육 등)은 자제하기


나 홀로의 시간 갖기:  

나만의 데이트 시간 갖기(예: 산책, 미술관 전시 관람, 서점 등)



이렇게 적고 보니 나는 저 많은 것들 중 과연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싶다. 그래도 일단 내가 생각하는 기준점과 실천 사항들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내 삶 속에 한 개씩이라도 적용해 보고 싶다.


모두가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주부의 삶을 위하여.

살림하는(혹은 못하거나 안 하는) 모든 주부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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