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추천 코스1: 인사동
아이가 일학년 때 첫번째 겨울 방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사교육이 금지되어있는 대안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학원도 못 다니고, 과제도 없어도 방학 동안 아주 여유로운 스케쥴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따뜻한 나라에서 남들이 한다는 '한달 살기' 같은 것을 해 보고 싶었지만 내 통장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자,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이 방학을 보다 재미있고 뜻깊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고민끝에 선택된 첫번째 장소는 인사동이었다.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을 찾아보면서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종류와 주제의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가 좀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준비를 하고 가면 훨씬 더 풍성한 경험을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 뮤지엄 김치간: https://www.kimchikan.com/kimchikanHome
인사동에 김치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몰랐다. 풀무원 기업에서 운영, 관리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고유의 음식인 김치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설명해 주시고, 전시장을 감상한 후 실제로 매월 정해진 종류의 김치를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담그어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워했다. 어른인 내가 봐도 참 재미있어 보였다. 나이대 별로 두 종류의 프로그램이 열리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다만, 오전 일찍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 집이 멀다면 그러한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
가장 큰 단점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 1분이 아니라, 10초 컷으로 예약 마감이 되는 느낌이다.
프로그램 일정과 신청일, 시기를 꼭 미리 확인해서 광클릭을 하셔야 한다는 점!
# 서울공예어린이박물관: https://craftmuseum.seoul.go.kr/chimsm/introduce
인사동 거리에서 7분 정도만 걸으면 나오는 곳이다. 멋진 건물 외형을 지닌 서울공예어린이박물관도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하기에 추천할 만하다. 분기마다 프로그램의 종류를 달리해서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다양한 공예 프로그램들을 층별로 한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재료들을 활용한 각양각색의 프로그램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고학년보다는 저학년 학생들이 좋아할 만하다. 여기도 오전, 오후 프로그램을 나누어 개별적인 신청을 해야 한다. 마감이 빠른 편이긴 하지만, 당일 현장 예매도 일부 가능해서 평일에는 사전예약 없이도 여유분이 있으면 참여가 가능하다.
# 쌈지길: https://smartstore.naver.com/ssamzigil
가장 인사동다운 멋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품과 디자인 용품들, 체험 프로그램들, 독특한 까페와 맛집이 있는 곳이다. 하나의 커다란 건물에 세련되게 정리되어 있어 다소 붐비지만, 아이와 함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가격이 센 편. 그래도 모처럼 아이와 왔다면 아이가 가장 관심있어하는 체험 프로그램 하나쯤은 추억으로 남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때 아이가 직접 만들었던 손가방은 아직까지도 매번 외출할 때도 자주 사용하는 추억의 선물이 되었다.
그 외에도 조금만 더 가면 안국동과 가까워서 각종 유명한 맛집과 까페, 핫플레이스들도 많이 있어서 아이와 엄마의 취향에 따라 몇 군데를 미리 찾아보고 간다면, 어딜가든 만족스러울 듯 하다. 처음 가본 인사동 나들이에 아이는 어딜 가든 즐거워했고, 신기해했다. 아이가 없을때는 정신없고 분주하게만 느껴졌던 인사동이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구석구석 찾아보고 여유있게 다녀보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인사동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곳이었다니. (여력이 된다면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익선동까지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인사동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미있게 구경할 거리도 많고 맛집도 많이 있는 동네이다.)
우리 집에서 인사동은 거리와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고 아이와 자주 올 수는 없을 것 같아 미리 관련 프로그램 예약이나 즐길 거리들을 알아보고 집중적으로 이 근방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내 경우에는 한 여행숙박사이트를 계속 이용하다보니 그 동안 쌓인 포인트가 제법 있었다. 하여, 인사동 근방의 비지니스급 호텔 하나를 포인트로 저렴하게 예약을 해서 아이와 숙박을 하면서 근처를 구경하고 각종 체험을 했었다.
인사동에서 집이 멀거나, 어린 아이와 자주 오기 힘든 엄마들이라면 이러한 방법들도 고려할 만하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들었던 생각은 여기는 '멋'과 '맛'이 있는 동네구나.
다양한 재료들(종이, 천, 금속, 음식재료 등)로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곳이구나.
물건을 통해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재와 종류의 '멋'이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음식재료들을 통해 '맛'이 있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식들이 존재하는 곳 말이다.
처음에는 무조건 아이와 외국으로만 여행을 가고 싶었다. 이번 인사동 여행은 우리나라도 충분히 그런 색다른 경험과 설레임을 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마치 어딜 갈지를 알아보고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맛집과 노선을 알아보면서 누구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익숙해 보이던 이 곳이 새로웠고 나와 아이에게는 뜻깊은 추억을 선물해 준 여행이었다. 이후에도 아이는 인사동 근처를 지날 때마다 마치 예전에 살았던 동네처럼 반가워하면서,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재잘재잘 이야기 하곤 한다.
아이의 초등 방학의 첫 나들이를 인사동을 정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