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신앙)
연말이 되면 공동체 안에 각 사역부서나 팀 여기저기서 난리다. 내년 새로운 사역이 시작되면서 그 자리를 감당할 만한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늘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한탄은 동일하다. 몸은 하나인데 필요로 하는 부서와 일의 종류는 많아서 헌신된 사람일수록 그 필요를 외면하지 못해서 번아웃되기 마련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런지.. 수십년 간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아직도 선뜻 답을 선명하게 내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이 시행착오를 줄여갈 수 있을까? 사람을 세우는 사역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힘들기도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리더로서 자신이 맡은 자리와 팀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때 당장 급하지 않아보여도 다음 사람을 세우는 일을 하나의 주요한 임무로서 여기고 일을 하는 것이참 어렵고도 중요함을 느낀다. 쉽지가 않다. 당장 눈 앞에 다가오는 일들을 쳐내기만도 얼마나 바쁜가! 다만, 그 촉을 유지하면서 일을 해야한다. 내 뒤에 누가 와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역을 감당하고 절차와 방식들을 마련해가는 것 말이다. 세울만한 사람들을 늘 관찰하고 살피면서 주기적으로 이 부분을 구성원들에게 상기시키고 함께 소통해 나간다면 한결 나을 것도 같다.
다음 사람을 세울때는 전임 리더와 후임의 리더가 같은 마음으로 맞춰질 때까지 소통하며 기다리는 과정이 중요해 보인다. 전임의 리더가 볼 때는 충분히 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지만 이 조율이 잘 되지 않으면 가장 유력한 리더의 후보자였던 그 사람이 결국 부담감에 그 공동체를 나가거나 관계가 깨지는 모습을 종종 봤기 때문이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억지로 인간적인 미안함과 의무감으로 그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들은 결국 얼마 오래하지 못하고 그 사역을 내려놓는 경우도 많이 있다.
크고 작은 사역들을 감당하는 사람들을 세울 때 그 사람의 은사와 재능, 성향을 파악해서 그 업무와 자리에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일을 할때 그 사람의 열정과 에너지 수준을 보면 눈치를 챌 수 있다. 또 헌신을 주저하는 경우에, 많은 사역 중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 전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특별히 어떤 영역의 일이 정말 큰 부담이 되거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평소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면, 힘들어하고 있는 특정 포인트를 파악해서 일을 돕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잘 감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일이 큰 부담이고 어렵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흔쾌히 해 내갈 수도 있는 것이기에. 사역이 신나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얼마나 즐거운가 말이다.
눈 앞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배부른 소리다 싶기도 하겠지만, 성경에서도 결국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이 사람을 세우는 일이 아니었던가. 모세가 여호수아를 세우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우셨던 것처럼. 결국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 그 분이 이루어가시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을 사용하신다는 것을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와 말씀 속에 하나님께서 공동체와 그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시는 성령님의 마음 이다. 백번 천번을 고민하고 이리저리 생각을 해 봐도 결국은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님의 부르셨다는 소명의식이 은혜가운데 임했을 때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내 마음을 붙잡을 수 있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성 때문에, 조직의 필요와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게 된다. 그래야 사역이 끝나고도 은혜가 있다. 그 고통과 헌신의 시간이 은혜의 시간으로 덮어진다.
공동체 안에서 더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불러모아주셔서 각각의 섬김의 자리에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과 고민이 조금은 덜해졌으면. 하나님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신하는 귀한 사람들이 끝까지 소진되지 않고 넉넉하고 생기있게 그 자리를 잘 감당할 여유와 힘이 있었으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람을 세우고 키워가는 문화와 기도가 지속적으로 심길 수 있었으면. 하나님의 도우심과 지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