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날: 세례식
아이를 가진 부모가 평생에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아이가 태어난 그날이다. 인생에서 가장 감격적이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순간은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를 통해 또 한 명의 생명이 태어났다는 그 기적 같은 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고 황홀했다.
이번 주 주일예배 때 입교, 세례식을 받는 할아버지, 청소년들을 보면서 다시금 아이를 처음 낳았던 출산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이곳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이구나. 어쩌면 육신의 생명이 태어나는 그 순간보다도 더 기적적인 영혼의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날이 아니던가 싶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났다.
이 얼마나 감동적이며, 기적적인 순간인가.
머리가 하얗게 빛바랜 노인 한분도 오늘 세례를 받으시며,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고백하신다. 아, 저분은 육신의 나이는 많으시지만 하나님 안에서 오늘 새로운 생명을 얻으셨구나.
어렸을 때 부모의 신앙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던 청소년들이 자라, 자신의 입으로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한다. 아, 저 아이들이 육이 아닌, 영으로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구나.
어찌 보면 육신의 탄생일보다도 더 뜻깊고 의미 깊은 날이 바로 이 세례를 받는 영적인 생일날이구나.
나는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하고 결혼 6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결혼 후 곧장 임신이 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오랜 기간을 기다려서 아이를 갖게 되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쉽사리 생기지 않았을 때의 그 고통과 외로움은 정말 컸다. 세상에서 주는 그 어떤 것도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 오로지 한 가지 소원은 아이를 갖는 것뿐이었다. 그만큼 간절히 기다렸다.
기다렸던 아이를 임신했다는 기쁨도 잠시, 아이를 임신하고도 처음 6주 동안은 미친듯한 입덧으로 화장실 바로 옆에서 누워서 생활했었다. 입덧의 고통이 끝날즈음,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조기진통'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갔다가 그날 바로 입원을 했었다. 그로부터 3개월 동안은 팔에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으며 병원에 누워있었고, 24시간 내내 링거를 맞으면서 모든 움직임과 활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했다. 그래서 임신 기간을 생각하면 입덧과 병원 밖에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가끔 외래환자 임산부들을 보면 자유롭고 건강한 그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같은 병동에 입원한 산모들끼리 우리도 바닷가 한번 가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며 그 시간들을 버텨나갔다. 기적 같은 퇴원을 잠시 한 적은 있지만 조금이라도 진통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입원이 되기 때문에 퇴원한 후에도 나는 거의 소파나 침대에 누워있는 자세를 면하지는 못했다. 중간에 강한 자궁 수축이 와서 분만실에도 몇 번 끌려가기도 했다. 내 주치의 선생님은 늘 내가 걱정이 되셔서 결국 정상분만 주수가 지나자 곧장 수술을 하자고 하실 정도였다.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이토록 힘겹고 긴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신기한 것은 태어난 아기가 너무 기쁘고 좋아서 과거 임신시절의 고생과 힘든 기억이 거의 안 난다. 특별하게 그 시기가 내 안에 상처나 서운함으로 남아있는 것도 없다. 내 아이의 존재 자체가 기쁨이고 은혜이다. 그 이상의 다른 이유는 없다.
오늘 세례식 장면들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나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한 생명을 주셨던 그 여정을 떠올리게 하셨다. 다시금 감사했다. 더불어 육신의 생명을 갖는 것만큼 영적인 생명의 탄생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지도, 수고를 감당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도 하셨다. 결혼 후 아이를 갖지 못해서 육신의 자녀를 위해 간구했던 그 간절한 마음과 애통함이 보이지 않는 한 영혼을 향해 과연 있었는가? 영적인 출산을 과연 나는 얼마나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새 영혼의 탄생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당하고 있는가?
한 영혼이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감격과 동시에 한 영혼이 생명을 얻는 일에 무심했던 나 자신에 대해 회개가 있었던 뜻깊은 세례식 날이었다.
신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보이는 현실의 삶에서 보이지 않는 말씀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 같다. 문제는 보이는 우리의 삶의 현장이 너무나 생생하고 또렷해서 그것만이 사실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말씀의 진리를 눈에 보이는 현실의 삶에서 끊임없이 분별하고 찾아내야 하며, 참된 진리 되신 하나님을 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의 기준과 가치가 아닌, 보이지 않는 한 영혼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다. 눈에 보이는 그럴듯한 것들에 마음과 시선이 뺏겨서 살고만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본다. 그분이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것을 나도 내 마음에 품고 사모하며 구하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