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한 송이에 사랑을 담아

엄마들의 연말모임: 사랑을 표현하는 법

by 수아

정말 감사하게도 아이반 학부모님 중 한 분께서 학교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신다. 반에서 어떤 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 기꺼이 그 공간을 내어주시는 그 넉넉함과 따뜻한 마음 덕분에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은 그 공간에서 크고 작은 추억을 만들어 가곤 한다. 작년 연말에도 변함없이 엄마들끼리의 송년 모임을 감사하게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다. 규모가 작은 대안학교이다 보니 학년을 통틀어도 두 반밖에 되지 않아 이런 모임이 있으면 두 반 모두 공지를 한다. 참여하고 싶은 어머님들이 있다면 누구든 올 수 있는 모임이다.


세상에서 진행하는 연말파티처럼 화려한 장식도 번쩍번쩍한 드레스도 없지만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함과 풍성함을 지닌 모임이다. 엄마들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챙겨 오시기도 한다. 간단한 최소한의 데코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형편이 되는만큼 와서 챙기고 소박하게 상차림을 한다. 시간이나 비용에 대한 강요나 부담은 최소화해서 부담 없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감사하게도 카페 사장님이신 아버님께서 귀한 참치회를 기증(?) 해 주셔서 평소에 그런 음식을 먹을 일이 없던 엄마들에게는 신기하고도 고급진 음식이다. 또 다른 아버님께서는 요리실력을 발휘해서 참치회에 어울릴만한 국이나 사이드 반찬을 해 주셔서 그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 그래도 부족한 음식은 몇 가지의 평점 좋은 배달 음식으로 채워서 그럴듯하게 채운다. 그 정도 메인이 마련되면 어머님들이 하나둘씩 오시게 되고 엄마들만의 특별한 시간이 시작된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하고 선물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번 모임에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를 더해보고 싶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하고 섬겨주신 어머님들(참고로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각 학년의 반마다 반대표, 기도지기, 총무, 서포터즈 등등 매년 반에서 어떤 특정 섬김의 영역을 위해 수고하는 자리에 있으신 분들이 있다)에게 특별히 감사와 수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선배맘들께 여쭤보니 사심 없이 섬겼던 분들에게 특정반에서만 과한 선물을 하면 안 된다고 하셨고 그게 또한 학교의 방침임을 조심스레 알려주셨다. 학교 내 모든 반의 형평성을 고려한 배려라 생각하고 이해가 되었다.


생화 한 송이씩이라도 드릴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싼 꽃 값에 화들짝 놀랐다. 아, 그렇다면 어떻게 그 수고에 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릴까? 소박한 이 모임에 추가로 돈을 걷기도 부담이 되고 내가 모든 비용을 내자니 그 또한 벅찬 일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꼭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전하고 표현하고 싶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갑작스레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때 사용했었던 비누꽃이 떠 올랐다.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역시나 비누 장미꽃 한 송이씩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10송이를 세트로 해서 아주 합리적이고 좋은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거다! 싶었다. 분위기를 내면서도 부담은 덜한!


그 즉시 주문을 해서 비누 장미꽃 10송이를 주문을 했다. 이 과정에서도 종류가 다른 여러 종류를 시켜서 그중에 제일 포장과 상태가 좋은 비누꽃으로 픽을 하고 나머지는 반품을 했다. 시간이 좀 걸리고 번거롭기는 했지만 저녁 모임 전에는 물건이 도착해서 안도했다. 휴~! 누가 시켜서 했더라면 스트레스였을텐데 자발적으로 내 마음이 시켜서 하니 번거로움보다는 그 꽃을 줄 마음에 기대감이 더 컸다.




우리 모임이 시작되었고 준비된 음식과 각자 준비한 작은 선물들과 내가 따로 주문한 10송이의 비누 장미꽃이 멋지게 세팅이 되었다. 문제는 10송이의 장미꽃을 누구에게 주는가가 또 다른 나의 고민거리였다. 일단 각 반의 섬김을 해 주신 어머님들께 각각 4송이를 드렸다. 그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짧게라도 꼭 마련해 드리고 싶었다. 사소한 증정식이였지만 그 시간을 통해 그분들은 섬김의 자리가 고생이 아니라 은혜였고 감사였다는 감동적인 고백을 해 주셨다. 특별히 반대표로 수고한 분들에게는 부담이 덜한 가격이면서도 공간을 내어주신 사장님이 판매하시는 미니 호두 파이를 '지역특산품'이라는명칭으로 너스레를 떨면서 선물로 드렸다. 이 선물을 받은 어머님께서는 봉투를 열어 선물의 정체를 알고는 웃음을 터트리셨다. 모두가 좋고 부담이 덜되며 마음은전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기꺼이 공간을 마련해 주신 사장님께 1송이를 드리며 그 간의 수고와 섬김에 어머님들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남의 영업장에 아이들이 놀이터 드나들듯 다니면서 소란스럽게 해도 눈 한번 찌푸리지 않고 다 엄마처럼 받아주셨던 사장님의 따스한 배려와 품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새롭게 편입을 하신 신규 멤버 어머님께 2송이를 드렸다. '신입'이라는 자리는 나이가 적든, 많든 어느 곳에 가든 긴장과 낯선 느낌을 들게 한다. 어렵고 불편한 자리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신을 환영합니다'라는 따뜻한 환대가 아닐까. 계속 아무 말 없이 앉아계시던 새롭게 편입하신 어머님들도 막상 예상치 못하게 장미꽃을 드리니 멋쩍은 웃음을 지으시며 좋아하셨다.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이렇게 좋은 자리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감사하고 앞으로 기대가 된다는 솔직한 마음을 전해 주셨다. 그분들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가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3송이! 아직 장미꽃을 받지 못한 인원은 모두 7명. 어찌해야 하지?? 내가 꽃을 준비했다는 이유로 내가 장미꽃 증정 순서를 진행하게 되었는데내성적이고 소심한 나는 막상 진행을 하다 보니 떨리고부끄러워서 각 사람의 소감 내용은 귀에 잘 들리지 않았고, 남은 송이와 인원을 어떻게 배정하는가에만 고민이 되었다. 3송이의 꽃은 과연 누구에게 드린다는 말인가?


그때 번뜩 든 생각이 남은 3송이는 오히려 바쁜 직장생활로 학교에 잘 참여하시지 못하셨던 워킹맘 분들에게드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죄송스러워하시고 학교 깊숙이 섬기지 못해서 조심스러워하시던 그분들을 격려해 드리고 싶었다. 역시나 그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호명에 당황해하시면서도, 좋아하셨다.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학교에 잘 참여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미안함과 서운함,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어 주셨다. 많은 시간 함께하지 못해서 생겼던 그분들과 우리 사이의 작은 장벽들이 사르르 녹아내려져 가는 느낌이었다.




와, 장미꽃 한 송이로 이토록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니. 만원 남짓한 돈으로 10명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기쁨을 주었다. 사랑의 마음을 전했고, 우리의 진심을 전했다. 장미꽃 한 송이를 받은 분들은 기뻐하셨고, 서운함과 어색함을 허무는 감동이 있었다. 우리의 마음을 이어주는 도구가 되었다.


가격의 부담으로 생화도 아닌 비누꽃이었지만 그 장미 한 송이의 꽃에 우리의 진심과 사랑, 설렘과 기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렸다. 이 작은 꽃 한 송이가 더 깊게 우리를 연결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과장했나?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꽃은 계속 팔리겠구나 싶었다. 진심반, 농담반으로 내년에도 이 꽃 증정식을 하자고 엄마들끼리 웃으며 이야기했었다. 어설프고 즉흥적인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네의 매일의 삶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장미꽃 한 송이를 주고받는 기쁨이 가끔씩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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