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써도 되겠지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이유 vs. 글을 써야 하는 이유

by 수아

다시금 글을 써보자, 절실하게 써보자, 너도 쓰자!! 등등 온갖 다짐과 글을 써 놓고는 한 동안 글쓰기를 못했다. 표면적 이유로는 아이가 방학이라 24시간 육아로 정신이 없었으며, 지독한 한파와 때 마침 고장난 자동차로 인해 더더욱 정돈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생활이 그나마 그럴듯한 핑계가 될 수 있겠다.


꽤 오랫동안 글쓰기를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주일 남짓의 시간이다. 일주일 동안 글쓰기를 하지 못해서 그토록 마음이 찜찜했다니. 이전에 3년간 3편의 글을 썼던 나답지 않다. 작년 몇 달간 줄기차게 글 쓰는 연습과 힘을 경험하더니, 나도 이제는 '점점 글 쓰는 인간'(?)으로 변모 중인가 보다.


작년 겨울 쯔음부터 나는 신나게 글을 썼다. 처음에는 글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욕심에 글을 쓰다가 글쓰기 자체의 매력에 빠져서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열심히 글을 썼었다. 하루에 한 편씩, 열정이 넘칠 때는두 편, 세편까지도 썼었다. 평생 하지 못했던 미라클 모닝도 종종 했었다. 그 새벽 시간에 글쓰기가 너무 좋고 귀해서. 다만 습관이 되지 않으니 몇 번하다가 다시 무너지곤 했다. 어찌 됐던 나는 점차 브런치에 글을 한 편, 두 편씩 발행해 갔었고 적금을 드는 것처럼 쌓인 글들이 든든하고 보람찼다.



작년 말부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 재작년 봄 즈음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났었다가 2-3주간 고생을 하고는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왔다. 그때도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었고, 큰 질병이 아니니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이번에도 그런가 싶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린이용 소화제와 유산균만 먹였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점점 밤에 잠을 못 자거나 깨고, 잘 놀다가도 배가 아파서 학교를 조퇴하거나 결석하는 일이 잦아졌다. 점점 아이도 복통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커졌고, 배가 아플까 봐 식사양도 줄고 평소에 밝았던 아이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니 걱정이 되었다.


집 근처의 크고 작은 병원들을 과장 좀 보태서 거의 열 군데 가까이 가본 것 같다. 평소 다니던 소아과와 달빛 병원, 지역 병원의 응급실, 맘 카페를 검색해서 유명하다는 지역 소아과 등등 수많은 병원을 다녀왔다. 딱히 원인을 알 수 없었고,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복통'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학병원에 진료를 볼 것을 권하시며 의뢰서를 써 주셨다. 의사 선생님마다 아이의 상태에 대한 소견과 심각성 정도가 모두 달라서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낮에 잘 노는 모습을 보면 괜찮은가 싶다가도, 눈물을 글썽이면서 배가 아프다고 갑자기 오는 아이의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결국 집 근처 지역 대학병원들을 검색해서 아이를 진료해 줄 수 있는 분야의 전문의를 찾아보았다. 안타깝게도 많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학교까지 빠지고 아이를 데리고 가서 사정을 해서 당일 진료를 보고 싶었지만 사전 예약 없이는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에 허탕을 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은데 그만큼 절실하고 원인을 알고 싶었다. 매일 밤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멀티를 하지 못하는 나는 글쓰기에 많은 시간과 마음을 뺏기면서, 솔직히 연말 즈음에는 점점 아이에게 소홀해졌다. 저녁 시간에 글을 쓰느라 식사가 늦어지기도 했고, 숙제도 알아서 하라고 해 놓고는 나 혼자 글을 쓰기도 했다. 글을 쓰다가 어느덧 시간을 보면, 한참 시간이 지나있는데도 여전히 숙제를 하지 않고 놀고 있는(여기서 '놀다'의 의미는 숙제를 제외한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화가 나서 소리를 높이며 야단을 치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집은 점점 더러워(?) 졌고, 무언가가 어수선했다. 딱히 남에게 들키지는 않으니 글 쓰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집안이 요새 좀 지저분한 것 같다는 남편의 피드백이 있었지만, 대강 치워두고는 말았다. 육아와 집안일이라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억울한 것이 열심히 할 때는 모르겠는데, 안 하면 귀신같이 티가 난다는 점이다.



아이의 복통은 다행히 방학을 하면서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서 진작에 예약했던 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보았다. 첫 번째 병원에서의 진료는 너무나 무성의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병원을 떠돌다가 대학병원까지 왔을 때는 어떤 증상과 사정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서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서운하기까지 했다. 대학병원은 워낙 죽고사는 경계에 있는 환자들을 많이 보다 보니 내 아이의 상태 정도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보여서 그러신 걸까. 아무런 검사도 조치도 없었고, 형식적인 기본 소화를 도와주는 약만 조제해 주셨다. 큰 실망감을 안고 나왔다.


혹시나 해서 예약해 둔 두 번째 종합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는 다행히 아이의 지난 증상들을 상세히 살펴보셨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점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점들을 구분하신 후에 간단한 검사를 진행하였다. 검사결과를 추후 살펴본 후 진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변검사, 소변검사, 채혈까지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들이었지만 내심 기뻤다. 아이의 증상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원인을 알고 치료가 된다면 아이에게도 훨씬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두 번째 종합병원에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해주시니 내 마음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제서야 내 마음 속에서 나도 다시금 글을 써도 될 것만 같았다.




아이의 복통과 나의 글쓰기가 연관관계에 있다는 명확한 증거와 논리성은 없다. 다만, 글쓰기를 썼던 비슷한 시점에 아이의 복통이 생기면서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책감도 들었다.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에 소홀해진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아이의 생활 리듬이나 패턴이 무너지고, 그러면서 복통도 생긴 건가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자책감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릴 때, 더 이상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 글쓰기가 뭐라고. 아이를 잘 돌보고 건강한 게 더 중요하지.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은 내 바깥의 환경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내 안에도 있었다.


엄마란 자리가 그런 것 같다. 아이가 아프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혹시나 나 때문인가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미안해지고, 육아를 방해하는 모든 일들을 포기해야지 라는 마음이 다시금 올라온다. 그게 뭐라고. 아이가 중요하지! 라는그 마음 말이다.


아이가 중요한 것은 맞는데 그 말이 엄마를 자책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드는 말이라면 어디까지가 내가 성찰해야 하는 부분인지 냉정히 살펴보고 지나친 확대해석은 잘 구별해야 할 것 같다.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이 감정은 마치 내가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와 병행하기 힘들어서 포기했을 때의 그 마음과 사뭇 비슷했다. 그때는 남의 돈을 벌며 조직생활을 한다는 것이라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폭이 좁지 않았는가?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 손 치더라도, 지금의 글쓰기는 다르지 않은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으니! 그러니 이것마저도 포기하지는 말자! 라는 오기도 생겼다.


행여나 같은 실수나 오해가 반복될 수 있으니, 엄마로서 저녁에는 글쓰기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일만 하기로다짐했다. 방과 후 아이가 있을 때의 시간은 온전히 아이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오래 글을 쓸 수 있는 ‘지혜’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시 ‘새벽시간’이다!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야 글을 쓸 수 있다. 이 시간만이 유일하게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내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


아이고!

글쓰기 한번 하기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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