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창밖이 어둑어둑해질 즈음 가이드 아저씨가 노래 <샌프란시스코>를 틀어주었다.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지만 노래의 제목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들으니 가사가 궁금해졌다. 자연스레 귀를 기울였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잊지 말고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은 평화를 사랑하는 온유한 사람들이 있어요.
가사처럼 한때 미국 전국의 히피들이 평화롭고 이상적인 삶을 꿈꾸며 샌프란시스코로 모였다고 한다. 바로 그 시절 우리의 가이드 아저씨도 자신의 청춘을 꽃피울 땅으로 이 도시를 선택했다고 했다. 사실 좀 의외였다. 가이드 아저씨는 히피와는 거리가 먼 시니컬한 현실주의자처럼 보였으니까.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눈빛을 한 채 이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저씨는 역시나 산통을 깨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젠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살기 힘들어."
물가로 치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북유럽이다. 살인적인 샌프란시스코의 물가는 여행자인 우리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급격한 물가 상승의 배경에는 눈부신 경제적 부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몰려있는 실리콘 밸리를 낳으며 부자 도시로 급격히 부상하였다. 이제는 더 많이, 더 빨리 돈을 벌자고 노래를 부르는 유니콘 기업이 선망의 대상이다. 한때 낭만을 쫓아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을 했던 이상주의자 청년은 시간이 흘러 가이드 팁 좀 많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현실주의자 중년이 되었다. 이 전 세대의 소망은 노래 가사에만 남았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샌프란시스코는 청춘에게 아주 매력적인 도시이다. 자신의 젊음을 기꺼이 투자할 만큼. 20세기의 젊은이들이 사랑을 노래하며 머리에 꽃을 꽂고 왔다면 21세기의 젊은이들은 사랑의 기술적 해결책을 노래하며 만남 어플 사업 계획서를 들고 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밤바다를 끼고 달리던 버스는 샌프란시스코 시티에 들어가기 전 한 해변에서 멈추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야경을 구경하라는 가이드의 배려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도시를 대면하였다.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도 도심 안 모든 빌딩에는 층층이 불이 켜져 있었다. 청춘들의 꿈을 먹고 자란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은 벅차도록 화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