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08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좀비버스> 및 영화 <나는 전설이다(2007)>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해버린 서울 일대에서 이시영, 노홍철, 박나래 등 출연진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예능입니다. 출연진들은 제작진이 미리 세팅해 놓은 가상의 환경에서 대본 없이 상황에 대처하며 살아남아야 하죠. 조나단과 파트리샤는 실제 친남매 관계이며 오빠인 조나단이 좀비에 물려 좀비화가 진행되자 파트리샤를 포함한 모든 출연진들이 조나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논합니다. 파트리샤는 가족인 조나단을 데려가고 싶어 하며 노홍철은 감염되지 않은 다른 출연진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생존자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재빨리 도망치기 위해 조나단을 두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죠. 박나래는 '남아 있는 생존자 중에서도 좀비가 되면 바로 버려지는 것이냐', '네 가족이어도 버렸을 거냐'며 인정에 호소하며, 이시영은 파트리샤에게 '조나단과 함께 남아 있는 것이 맞다'고 조언해주기도 합니다.
2. 이미 좀비가 되어 버려 소통은 물론 통제가 불가능해진 조나단을 데리고 가는 것은 남은 생존자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다만 좀비라는 특수한 상황을 걷어 내본다면 조나단을 데리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는 '쓸모 없어진 사람은 버려야 하는가'의 논의로 치환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랬을 때 박나래의 '남아 있는 생존자 중에서도 좀비가 되면 바로 버려지는 것이냐'는 말, 즉 쓸모 없어진 사람도 데리고 가야 한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요. 결국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집단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일대일 결투라면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를 이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명이 맞붙는다면 네안데르탈인에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사자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유할 수 있었지만,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 대규모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 어떻게 한 사람이 수백만 명에게 신이나 국가에 대한 특정한 이야기, 혹은 유한회사를 믿게 만드는가?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사피엔스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서로 모르는 사람 수백 명이 힘을 모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는 글을 이와 관련해 참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2. <나는 전설이다>는 윌 스미스 주연의 좀비 영화입니다. 인류 최후의 생존자 네빌 (윌 스미스 분)은 좀비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죠. 이에 대해 김성곤 교수는 『처음 만나는 영화 : 내 영혼을 울린 문학텍스트로서의 영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네빌은 변종들의 공격을 받고 붙잡혀 처형을 기다린다. ... 비로소 네빌은 사태를 깨닫게 된다. 그동안 네빌은 좀비들은 야만스러운 괴물이고, 오직 자기만 유일한 문명인이라고 굳게 믿었고, 그래서 좀비들을 보는 대로 사살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변종 좀비들이 미래의 문명이며, 자기는 그저 사라져 가야 할 ‘전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비로소 좀비들의 눈에는 자신이 구시대에 속하는 퇴물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그들에게 네빌은 생소한 천벌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무서운 질병보다도 더 끔찍한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자기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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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미 좀비가 되어 버린 조나단을 좀비 세계로 놓아주는 것,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좀비 조나단을 존중해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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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