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맡은 프로젝트, 어떻게 해야 할까?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걷기 시작했다가는 다른 장소에 가 있거나 도중에 길을 잃고 만다.
사전에 지도를 제대로 그려, 그 지도를 따라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일은 혼자서는 끝낼 수 없다.
예를 들어 편집자는 저자, 디자이너, 편집장, 인쇄소 담당자 등 여러 사람과 팀을 이뤄 일을 한다.
따라서 팀으로 움직일 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공유해야 한다. 목적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에서는 프로젝트마다 콘셉트를 정한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의 목적을 한 마디로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면 망설여질 때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구성원들에게는 각자 나름의 입장이 있다. 자금 담당자는 가능한 한 비용을 줄이려 할 테고, 스케줄 관리자는 가능한 한 납기를 지키려 할 것이다. 이렇다 보니 팀 안에서는 각자의 서로 다른 생각이 꿈틀거리기 마련이다.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을 우선하게 되면 팀으로 하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팀원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뛰어넘어 한 방향으로 진행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콘셉트는 필요하다.
소테쓰 프로젝트에서는 ‘안전×안심×고품격’이라는 콘셉트를 공유했다.
‘아무리 스타일이 멋있다고 해도 안전하지 못하고 안심할 수 없으면 안 된다’, ‘안전, 안심만 추구한 나머지 품격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처럼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만들어 두기만 해도 뚜렷한 인식 아래 흔들림 없이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팀원 모두가 “이 프로젝트는 ○○이다”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콘셉트는 어떻게 정할까?
소테쓰의 ‘안전×안심×고품격’이라는 콘셉트는 이렇게 정해졌다.
- 안전
먼저 철도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인 ‘안전’을 꼽았다. 철도회사에서 안전한 운행이라는 것은 당연한 덕목이다. 더 나아가 안전을 중심으로 ‘바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등은 정말로 안전한가?’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하고 개선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안심
다음으로 ‘안심’은 고객들이 생각하는 철도회사의 본질을 담았다. 승객은 제시간에 도착하고, 깔끔하게 유지되는 열차를 안심하고 이용한다. 또한 사원이나 경영진까지도 안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의미까지 생각했다.
- 고품격
마지막으로 ‘고품격’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안전, 안심에 대한 추구는 철도회사라면 당연한 사항이다. 그래서 소테쓰만의 포인트를 찾았다.
소테쓰는 요코하마라는 지역을 달리는 전철이다. 그렇다면 요코하마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산뜻한 분위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 세련된 도시? 다양한 이미지를 고민한 끝에 ‘고품격’이라는 말에 도달하게 되었다.
콘셉트는 이른바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직책이 높은 사람이나 목소리 큰 사람들에 휘둘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디자인을 협의하는 중에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색이니까) 이건 빨간색으로 하는 것이 좋겠는데요.”
이때 콘셉트가 뚜렷하다면 이렇게 반론할 수 있다.
“이 사업의 콘셉트는 ‘안전×안심×고품격’으로 정했고 승인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좋고 싫고를 떠나서 빨간색이 고품격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안심할 수 있는지,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콘셉트를 정하는 것뿐 아니라, 콘셉트를 되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빈번하게 콘셉트에 대해 묻곤 한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으며 고품격인가요?”
오해를 각오하고서라도 굳이 말을 하자면 사실 소테쓰에 ‘고품격’ 이미지는 없었다. 오히려 약간 촌스러운 노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목적과 결과는 다르다. 우리의 목적은 기존 소테쓰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찾아 오히려 한층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물론 목적과 결과가 일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목적과 결과는 달라도 상관없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그것이 가능한 일일지와 같은 생각은 일단 제쳐두고 프로젝트의 목표를 위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도쿄 한가운데서 가장 기분 좋은 장소가 되고 싶다.”
이것은 2007년 문을 연 최첨단 복합 문화 공간인 도쿄 미드타운의 콘셉트다. 카피라이터인 히루타 미즈호蛭田 瑞穂 씨의 카피로 굉장히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카피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기분 좋은 장소가 되고 싶다’는 표현 때문이다. 보통은 ‘기분 좋은 장소다’라고 밋밋하게 얘기하게 마련인데, 굳이 ‘되고 싶다’는 표현을 씀으로써 기대감을 은근하게 내비치는 세련된 카피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기분 좋은 장소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바다가 좋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는 한 ‘이곳은 기분 좋은 장소’라고 단언해 버리면 우스워질 수 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장소가 되고 싶다’ 정도의 표현이라면 아무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프로젝트의 목표를 내세운다면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테쓰 역시 ‘전국의 어느 노선보다 더욱 넉넉한 노선을 가지고 싶다’는 정도의 마음은 가져도 좋지 않을까.
기업도 꿈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어릴 적에는 마음속에 꿈을 품는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왠지 창피해서 드러내놓고 말을 못 하게 된다. 이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번쯤 곱씹게 만드는 멋진 영문 카피나 격언을 흔히 본다. 분명 근사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는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가 바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테쓰가 ‘넉넉한 노선 구축’이 목표라고 말할 경우 그것은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다
물론 넉넉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그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마저 멋진 일이다.
멋진 콘셉트는 이해하기 쉽다.
이해가 되면 행동은 저절로 따라가게 마련이다.
콘셉트를 정할 때는 물론이고 일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때도 서로가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이 가진 진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엉망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스타일이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멋을 부리지는 않았으면 좋겠고요.”
신제품에 대해서 협의하던 중 한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디자인은 곧 ‘멋 부리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기존 디자인을 살펴보니 디자인의 틀 자체가 이미 멋이 잔뜩 들어간 상태였다.
“디자인을 지나치게 멋스럽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지금 디자인도 충분히 멋스럽네요. 지금보다 덜 멋스럽게 해달라는 주문이시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대방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이런 어긋남의 원인 중 하나는 디자인은 장식성이 높고 뭔가를 더해 가는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기존의 상태에서 보다 좋게 만드는 것으로, 철저하게 장식을 깎아 나가는 것 역시 디자인이다.
설명을 생략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인은 ‘멋’이라는 단어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멋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말이라는 것 자체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또 말 한마디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 역시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생각한 어떤 표현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능한 한 다른 사람에게 오해 없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습관을 들이자.
직종에 상관없이 사람마다 말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한 상태에서 서로 간에 벌어진 틈을 메워나가야 한다.
열심히 일한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일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일을 쉽고, 빠르게, 잘하고 싶다면
자신신만의 '일의 절차'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떨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건 처음입니다> 읽어보기 > http://gilbut.co/c/20028947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