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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퀘스트 Mar 28. 2019

남자아이, 여자아이 | 봉태규 에세이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렇게 얘기합니다. 시하가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다고. 누군가는 나에게 또 이렇게 얘기합니다. 남자아이 머리가 이게 뭐냐고. 남자아이 머리는 짧게 잘라야 남자답고 예쁘다는 거죠. ‘남자답게’라면서 예쁘다는 표현은 빠지지 않더라고요. 다른 누군가는 ‘사내아이가 계집아이처럼 하고 다니면 큰일 난다’고도 얘기합니다. 처음에 들었을 땐 뭐가 큰일이라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성격이 소심해질 수 있다는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시 의아해졌습니다. 남자아이가 성격이 소심한 거랑 여자아이처럼 하고 다니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시하는 핑크색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시하를 저는 응원하고 지지해주려고요. 중요한 건 사회가 만들어놓은 어떤 기준이 아니라 시하의 행복이니까요. 참고로 저도 핑크색 좋아합니다. 누군가는 남자가 무슨 핑크색이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예쁜걸요.


이번에는 내가 물어볼게요.


“남자답게 키우는 건 뭐고 여자답게 키우는 건 뭔가요?
그냥 시하답게 키우면 안 되나요?”

머리가 길든 옷이 핑크색이든 뭐든 시하가 좋아하면 나는 만족합니다. 성별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타고나는 겁니다. 그렇지만 편견은 누군가가 억지로 부여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주 폭력적이고요.


난 우리 시하를 남자 혹은 여자라는 이분법에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시하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지지하고 응원하려고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말입니다. 그래야 시하가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요. 물론 저도요.



■ 봉태규 에세이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중에서 읽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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