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R. 선스타인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자유로운 국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도록 허용하지만 사회적 압력은 동조를 요구하고 때때로 이런 압력은 매우 강력하다.
- 본문 중에서
때론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줄 때가 있죠.
이 책이 바로 그러합니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제목만 봐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잖아요.
엄청나게 정직한 제목을 가진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 『앵무새 죽이기』같이 독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제목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네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앵무새 죽이기』는 동물학대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우선 저자를 살펴볼까요?
이 책의 저자는 카스 R. 선스타인이라는 분이십니다.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및 정치학부 법학 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있다네요.
대충 약력을 보아하니 훌륭한 분이신 것 같은데 뉘신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 분의 저서 중에 제가 본 책이 한 권 있군요.
불과 몇 년 전에 엄청나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넛지』(Nudge)라는 책, 다들 기억하시나요?
이 분의 이름이 그 책에 공저로 들어가 있네요.
사실 전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떠올렸어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까닭에 대하여 저자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한 『자유론』의 현대판 해제 정도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막상 읽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그런 내용은 아홉 개의 챕터 중 딱 한 챕터에서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 부분을 제일 재밌게 읽었어요.
전 『자유론』 빠돌이거든요. 조만간 『자유론』을 다시 읽은 뒤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 책은 대체 어떤 내용의 책인걸까요?
결국 이 책도 제목으로 우릴 낚은 걸까요..?
힌트는 이 책의 저자가 동시에 『넛지』의 저자라는 겁니다.
잠깐 『넛지』의 내용을 떠올려보죠.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물로써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혹은 처벌 같은 것 없이도 약간의 심리적 장치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아주 무시무시한 내용의 책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Q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은?
1. 금지 :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한다.
2. 인센티브 : 깨끗하게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3. 넛지 :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인다.
소변을 볼 때 마다 파리를 맞추려고 노력했던 제 모습을 떠올려보니 정말 아찔합니다.
제가 부지불식간에 넛지 당하고 있었다니... 소변기 회사 개객끼들...
제가 무의식 중에 파리를 맞추어 공중 도덕 지키기에 일조했듯이, 넛지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활용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솔루션을 제공하죠.
선스타인은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를 통해 '동조의 심리'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려 하는 인간의 단순한 심리.
가소롭다고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유로울 수 없을 걸요.
아마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실 겁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동조, 사회적 쏠림 현상, 집단 편향성.
'동조'란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죠.
'사회적 쏠림 현상'은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의견이 있을 때 최초로 주장된 의견에 힘이 실리는 현상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편향성'은 집단 구성원들이 토론을 거친 후에, 토론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견해를 가지게 될 때를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 현상은 '정보'와 '평판'이라는 두 가지 영향력 내지 압력의 결과물인데요,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정치적 견해의 문제까지 동조, 사회적 쏠림 현상, 집단 편향성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상황과 사례를 바탕으로 다수의 의견에 대한 개인의 동조 현상을 보여주고 그런 행동의 위험성을 경계합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하는 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유합니다.
그러니 당신의 확고한 신념에 반대하는 무지몽매한 인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노여워 마세요. 설사 그 사람이 빨갱이건, 수꼴이건, 네오나치건 간에요.
왜냐하면 인간은 언제나 대화와 합리적인 논쟁을 통해서 더 나은 결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다수의 마음에 들려 하지도 말고, 그들의 압력에 굴하지도 말고, 당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외치세요.
이의가 있습니다.
반대토론을 해야합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도 있습니까?
- 故노무현, 1990년 1월 30일 통일민주당 해체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