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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남자의 그것에서태어난 신이 있다?

처음 시작하는 그리스 신화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에로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즉 누구와도 부부의 연을 맺지 않고 천공의 신 우라노스(Ouranos)와 산과 들 그리고 대해의 신 폰토스를 낳았다. 이렇게 하늘과 땅, 산과 들, 바다와 육지의 구별이 생겨났다. 


이후 가이아는 우라노스와 결혼해 티탄 일족이라 부르는 여섯 아들과 딸을 낳았다. (오케아노스와 아내 테티스, 히페리온과 아내 테이아, 이아페토스, 므네모시네, 테미스, 코이오스와 아내 포이베, 크리오스, 크로노스와 아내 레아) 


티탄 일족을 낳은 가이아는 이어서 괴물처럼 섬뜩한 아들들을 낳았다. 제일 먼저 키클롭스(외눈박이)라는, 이마 한가운데 눈이 있는 세 명의 거인이 태어났다. 이어서 헤카톤케이르(백 개의 손)라는 집채 같은 몸집에 오백 개의 머리와 일당백의 괴력을 가진 무서운 괴물을 셋씩이나 낳았다.


 우라노스는 이 꺼림칙한 자식들을 마뜩치 않게 여겨, 태어나자마자 꼼짝도 할 수 없도록 꽁꽁 묶어 어머니 가이아의 배 속인 지하 깊은 곳에 가두어버렸다.


설령 괴물이었다고는 하지만 우라노스가 배 아파 낳은 자식에게 보여준 냉대에 가이아는 정나미가 떨어졌다. 어미의 배 속에 자식들을 가둔 우라노스의 몹쓸 처사에 앙심을 품은 가이아는 수모를 되갚아주기로 결심했다. 


가이아는 아다마스(adamas)라는 단단한 금속을 낳아 톱처럼 들쭉날쭉한 날이 달린 거대한 낫을 벼려냈다. 그리고 그 낫으로 우라노스를 벌하라고 티탄들에게 명령했다. 티탄들은 오랫동안 가이아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몸을 사렸지만, 결국 막내 크로노스가 자청해서 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낫을 쓰는 법을 가르치고 매복하게 했다. 우라노스가 가이아에게 욕정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와 여신을 덮치려 하자, 크로노스는 왼손으로 아버지의 성기를 잡고 오른손에 든 낫으로 뎅겅 베어내어 던져버렸다. 

우라노스의 거세된 성기는 바다에 떨어졌지만, 불사신 몸의 일부였기에 시들지 않고 바다 위를 떠돌았다.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돌던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하얀 거품이 콸콸 쏟아져 나왔고, 이윽고 거품 속에서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그 여자아이는 거품에 감싸인 채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절세미녀로 자라났다. 거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바로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이 거품에 입김을 불어넣자 거품은 둥실둥실 동쪽으로 이동했다. 거품은 마침내 그리스 본토 남쪽 연안을 통과해 계속 동쪽으로 나아갔고, 지중해 동쪽 끝에 있는 키프로스 섬에 도착했다. 

Sandro Botticelli  (1445–1510)

아프로디테가 벌거벗은 몸으로 거품에서 나와 섬에 올라서자 발을 딛는 곳마다 푸르른 풀이 돋아나고 화사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어느새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아프로디테를 모시러 마중 나왔다. 호라이 여신들은 아프로디테에게 활짝 핀 꽃으로 장식한 날개옷을 입히고, 왕관을 씌우고, 귀걸이를 달아주고, 목걸이를 거는 등 분주하게 치장해 여신의 매력을 한껏 북돋아 주었다. 

아프로디테(=비너스)는 붉은 천을 들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몸단장을 마친 미의 여신을 천상의 신들 앞으로 데려갔다. 아프로디테의 첫 올림포스 나들이에는 사랑의 신 에로스와 욕망의 신 히메로스가 동반했다. 


신들은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에 첫눈에 반해 탄성을 내질렀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여신을 호위하고 온 에로스와 히메로스가 신들의 마음에 격렬한 사랑과 욕망의 불길을 당겼기에, 남신 중에 아프로디테에게 반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아프로디테와 에로테스. '에로테스'는 에로스의 다른 형제들을 포함해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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