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9일에 공개됐던 아이패드 프로 1세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애플에서는 ‘What’s a computer?’라는 광고를 올렸었는데 아이패드 프로와 매직키보드의 조합은 마치 컴퓨터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 생산성은 컴퓨터 이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광고였죠.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PC는 PC라는 네이밍이 붙긴 했지만 실제 PC와는 다른 디바이스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걸 처음으로 깼던 것이 삼성의 덱스모드였죠. 갤럭시탭S4 시리즈에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던 자체 덱스모드는 키보드 케이스와 조합하면 우리가 흔히 쓰던 윈도우 환경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그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분명 아이패드만이 갖고 있는 생산성에서의 강점도 있었지만 멀티태스킹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죠. 2022년 WWDC에서 공개된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PC처럼 사용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서두가 길었는데 그 모든 내용은 오늘 소개할 IPadOS 26의 새로운 윈도우 관리 시스템을 소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스테이지 매니저처럼 별도의 네이밍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기능은 마치 맥북을 보는 것과 같았죠. 애플은 이번 기능을 통해 확실하게 아이패드의 멀티태스킹을 강화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처음 앱이 전체화면 상태로 실행됐을 때 우측 하단의 핸들을 잡고 스와이프해서 창의 크기를 줄이면 멀티태스킹 모드가 되고 그 이후로 독바에 있는 앱을 터치하면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여러 개 앱을 동시에 실행시킬 수 있죠. 또한 특정 앱의 창을 자동으로 적절하게 조합해 화면을 2분할은 물론 3분할, 4분할로도 쉽게 설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물리 마우스를 사용했을 때 마우스 포인터가 기존보다 더 정교한 모양으로 변했고 그 마우스 포인터를 앱의 좌측 상단으로 가져가면 창을 닫거나 최소화, 전체화면으로 할 수 있는 토글이 나타납니다. 또한 실행한 앱의 모든 기능을 확인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상단에 메뉴 막대도 추가되었죠. 이런 부분들을 보다 보면 확실히 아이패드가 맥북 같아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좋은 이유는 별도의 새로운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고 내가 사용하고 있던 상태 그대로 멀티태스킹을 전환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기능들을 살펴보면 갤럭시탭은 덱스 모드를 켜야했었고 아이패드도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을 켜야만 강화된 멀티태스킹을 사용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별도로 그런 기능을 실행하지 않아도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핸들을 통해 멀티태스킹 모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앱을 화면 가장자리로 던져 화면 분할을 사용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윈도우를 사용했을 때 윈도우 키와 방향키를 통해 화면 분할을 했던 것을 애플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듯 보였죠. 실제로 사용한다면 손가락이나 마우스로 일일이 던지는 것이 불편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기존 스테이지 매니저에는 이 기능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패드 사용자에게는 확실히 좋은 업데이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멀티태스킹은 단순히 화면을 쉽게 분할하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에 따른 파일 관리가 항상 동반되어야 하죠. 그러나 우리가 흔히 사용했던 윈도우의 탐색기나 맥OS의 파인더와 달리 아이패드의 파일 앱은 그동안 사용하기 불편한 점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IPadOS 26에서는 파일 앱을 업데이트 하면서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목록 보기에서 기존에는 파일명만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 날짜, 파일 형식, 용량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또한 폴더에 원하는 색상과 아이콘을 입혀 보다 직관적으로 폴더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추가로 특정 파일을 실행할 때 어떤 앱으로 해당 파일을 열지도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령 사진 파일의 경우 포토샵으로 열지, 다크룸으로 열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여기에 자주 사용하는 폴더가 있다면 해당 폴더 자체를 독바에 넣어 접근성을 향상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맥OS 사용자들이 친숙하게 사용했던 미리보기를 아이패드에도 넣어서 쉽게 PDF 파일을 열어 확인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동안 아이패드에서 PDF를 열었을 때는 단순히 내용을 확인하거나 필기하는 것에 그쳐 아크로벳 같은 별도의 앱이 필요했었죠.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실제 PDF에 주석을 달고 편집하는 것이 가능해졌죠. 이런 부분들까지 맥OS와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기존에는 아이패드에 전화 앱이 없어서 아이폰과 연결되어 있을 때 아이폰으로 오는 전화를 아이패드로 받는 것만 가능했는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패드에서 직접 전화를 거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여기에 이번 IOS 26에서 업데이트 되는 스크리닝 기능도 함께 추가될 예정이죠.
또한 파이널컷에서 영상을 내보내는 것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상단에 진행상황을 표시하는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일일이 앱을 다시 열어 확인할 필요성이 사라졌죠.
그 외 그동안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일기 앱이 아이패드에도 들어오게 되었고, 아이패드로 음성녹음을 할 때 음성 분리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계산기 앱 3D 그래픽이 추가되어 3차원 그래프를 그릴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점은 확실히 단순히 아이패드가 맥OS만 따라간다기 보다 아이패드 자체의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가을에 업데이트될 IPadOS 26의 내용들을 살펴봤습니다. 그동안 아이패드의 성능 자체는 의심의 여지 없이 최고였지만 항상 멀티태스킹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맥OS에서 적용되던 기능들이 대량으로 아이패드에 적용되면서 확실한 개선점을 볼 수 있었죠. 이 모든 기능들이 새롭게 디자인 된 리퀴드 글래스와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질지도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