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온디바이스 AI로 떠들썩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온디바이스형 AI 모델인 ‘가우스’를 정식 공개하고 내년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를 계획하고 있죠. 애플 역시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16부터 새로운 칩셋을 탑재하고 IOS18 업데이트로 본격적인 온디바이스 AI를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복잡한 AI를 처리할 수 있도록 퀄컴이나 인텔 등에서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칩셋 업그레이드에 사활을 걸고 있죠.
영화 <아이언맨>을 보신 분들이라면 토니 스타크의 AI 비서 ‘자비스’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의 업무 처리 능력은 보통의 인간 몇 명이 붙어야 할 수 있는 일을 거뜬히 처리해낼 뿐만 아니라 토니와 농담 따먹기도 가능할 정도로 대단했죠. 그런 AI 비서 하나만 있으면 우리의 삶도 180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 미래가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온디바이스 AI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뇌피셜을 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 부분을 정확히 뭐라고 정의를 내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사전적으로 정의된 내용도 없고 자료를 찾아봐도 AI 모델을 디바이스 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탑재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우리가 진짜 원하는 정보는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실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에서 구현될 예정인 기능들을 통해 약식으로나마 그 정의를 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챗GPT로 예를 들어 볼게요. 우리가 어떤 내용의 메일이나 문자를 작성하고자 한다고 챗GPT에게 요청하면 그 내역이 오픈AI의 서버를 한번 거쳐서 우리에게 답변으로 돌아옵니다. 이 경우 간단한 안부 인사 정도라면 상관 없겠지만 회사 업무와 관련하여 메일을 쓴다고 하면 내부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있죠.
이외에 AI 기능을 스마트폰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사용자화 측면에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특정 시간이나 특정 장소에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나 앱, 설정 등을 스마트폰이 기억해두었다가 설정이 필요할 때 추천해줄 수 있다면 일일이 내가 필요한 기능들을 찾아다니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겠죠.
구구절절 설명이 길었습니다만,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방식을 사용하던 기존의 생성형 AI들과 달리 스마트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모델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이 스스로 우리가 원하는 메일이나 문자 작성, 사용자 패턴 분석, 보안 강화 등이 가능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온디바이스 AI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가 관건이겠습니다. 갤럭시S24는 삼성에서 자체 개발한 가우스를 탑재함으로써 라이브 통역 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언어가 다른 상대방과 통화 시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주는 기능이죠. 그 외에도 앞서 말했던 기능들이 구현된다면 격식을 차려야 하는 업무 관련 메일 작성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들이 모든 사용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는 기능들일까요? 업무 메일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이나 전화를 하더라도 친구에게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기능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AI폰이 그저 좀 더 성능이 좋으면서 가격만 비싼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저는 온디바이스 AI의 사용자화 강화 기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갤럭시의 빅스비루틴이나 아이폰의 단축어를 사용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생활 밀착형으로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해줍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내가 원하는 루틴이나 단축어를 일일이 찾아서 등록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특히 아이폰은 갤럭시에 비해 디테일한 설정이 불가능하고, 단축어나 자동화를 등록하는 방법 자체도 빅스비에 비해 훨씬 어렵습니다.
디바이스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사용자별 스마트폰 이용 패턴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기능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일반 사용자들도 보다 쉽고 간편하게 일상 생활에서 AI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사용자화에 초점을 맞췄을 때 우리가 진짜 바라는 온디바이스 AI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갤럭시의 빅스비루틴과 아이폰의 단축어를 모두 써본 입장에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민해보았습니다.
빅스비루틴과 자동화 이용 예시를 살펴보기 위해 이런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저는 회사에 출근하면 휴대폰을 무음으로 전환하고 집에 도착하면 벨소리로 바꿉니다. 에어팟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유튜브뮤직에서 내가 원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재생하도록 하고 있죠.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을 때는 집중을 위해 알림이 아예 뜨지 않도록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디바이스 AI가 실현된다면 어떨까요? 앞서 말했던 기능들을 별도의 등록 없이 자동으로 스마트폰에서 실행될 수도 있고, 이러한 나의 루틴을 학습한 후 알림으로 루틴 등록을 추천해줄 수도 있겠죠. 어쩌면 원래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있던 기능이지만 우리가 몰라서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들을 우리의 패턴을 분석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정도로는 드디어 우리의 현실에 자비스가 나타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영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상의 것들을 AI가 처리해줄 수 있기를 바랐었죠.
그러나 이번 온디바이스 AI의 탑재는 그 기능이 드디어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까지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겠습니다. 매번 말로만 ‘중요하다, 앞으로 미래가 바뀔 거다’라고 말했던 AI가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죠. 첫 시작은 제한적이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온디바이스 AI의 탑재는 종결보다는 시작으로,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