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갤럭시북4 엣지
저는 평소에 노트북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왜 윈도우 노트북은 맥북에 비해 배터리 소모가 빠를까? 하는 것이었죠. 물론 윈도우를 썼던 기간에 비하면 맥북을 써본 경험은 티끌 정도이긴 하지만 그 차이는 언제나 제게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그 의문은 이번 갤럭시북4 엣지가 출시되면서 드디어 해소되었죠.
여러 자료조사를 하다가 느낀 것은 윈도우 노트북과 맥북이 차이가 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외관이나 하드웨어를 비슷하게 따라가더라도 PC를 구동하는 가장 본질적인 장치, CPU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이었죠.
그래서 오늘은 이번에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북4 엣지를 살펴보면서 윈도우 노트북과 맥북이 왜 그렇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윈도우 노트북의 미래에 대해 뇌피셜을 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윈도우 노트북은 역사적으로 인텔에서 개발한 x86 프로세서를 사용해왔습니다. 이 프로세서는 90년대 세대라면 알만한 팬티엄, 지금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i3, i5 등의 프로세서로 그 역사가 흘러왔죠.
x86 프로세서는 오랫동안 윈도우의 핵심 CPU로 자리잡으면서 높은 성능, 호환성, 범용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윈도우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실상 모든 프로그램은 이 x86 프로세서에 맞춰져서 설계되고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물론 그렇기 때문에 전력 소비와 발열이 심하고 고성능일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x86이 높은 성능과 호환성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세스라면 ARM 프로세스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세스입니다. 높은 전력 효율성과 비용 효율성, 낮은 발열 등으로 현재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 및 IoT 기기에 사용되는 CPU가 바로 ARM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ARM 기반의 노트북의 대표 주자로는 애플의 맥북이 있습니다. 애플은 2020년 11월 ARM을 기반으로 자체 설계한 Apple M1 칩을 탑재한 맥북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배터리 수명과 전력효율에서 크게 우위를 차지했죠. 당시 M1 칩과 인텔 칩을 탑재한 맥북을 비교해보면 인텔은 최대 11시간의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가 하면 M1 칩을 탑재한 맥북은 최대 18시간의 웹 브라우징이 가능했죠.
물론 ARM 프로세서는 x86 프로세서에 비해 성능이나 호환성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인텔의 x86과 구별되는 특장점을 내세워 지금까지 그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는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갤럭시북4가 출시되었을 때 이미 온디바이스 AI 노트북이자 얇고 가벼우면서 성능도 좋은 노트북으로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의 노트북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삼성은 ARM 프로세서 기반의 갤럭시북4 엣지를 출시했죠. 기존의 인텔 ‘i’ 시리즈가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X 엘리트를 탑재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윈도우 노트북이지만 맥북급의 배터리 효율과 낮은 발열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그러나 앞서 소개했던 ARM 프로세서의 고질적인 문제, 호환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윈도우에서 구동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x86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ARM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는 갤럭시북4 엣지에서 아직 많은 기능들을 지원하지 않고 있죠. 특히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일부 어도비 프로그램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을 아직 지원하지 않고, 금융사 사이트들 역시 호환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비단 갤럭시북4 엣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MS의 서피스 프로 등 이전에도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윈도우 노트북은 계속 출시되어 왔고 갤럭시북4 엣지와 같은 프로그램 호환성 문제를 겪어왔죠.
각 프로그램 개발사가 자사의 모든 프로그램들을 ARM 프로세서 기반으로 다시 설계를 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이미 x86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윈도우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 프로그램을 두고 ARM 프로세서 기반으로 재설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개발사 입장에서는 ‘굳이?’ 싶을 수 있죠.
갤럭시북4 엣지는 일부 에뮬레이터를 통해 호환성을 구현해주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x86에서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만족할만한 호환성을 끌어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 비싼 돈을 주고 산 노트북이지만 겨우 MS 오피스를 통한 간단한 문서 작업이나 유튜브를 보는 것 정도만 가능하겠죠.
갤럭시북은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노트북입니다. 하지만 맥북 급으로 배터리 효율과 발열을 잡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 ARM 프로세서 기반 윈도우 노트북이 가야할 길은 멀어보입니다만 다가올 미래에는 맥북이 윈도우급의 호환성을 갖추고, 윈도우가 맥북 급의 배터리 효율과 발열을 갖춰 보다 다음 세대의 노트북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