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36

by 꿈돌

<내가 받은 선물들>

7/10

우린 이제 다시 밀라노로 간다.

그곳에서 내 남편과 언니야의 남편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이탈리아의 고원 돌리미티를 다시 20일간 여행하기로 한거다.

올해 남편은 칠순이다.

젊어서 하도 출장을 다녀 비행기타는 게 싫다는 남편을, 모든 경비 다 내가 낼테니 칠순기념 여행을 하자며 끌고(?) 나온 셈이다. 이제 우린 다시 산으로 올라가 길을 걸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가장 큰 선물은 첫째, ‘잘 먹음’ 인 것 같다. 삼시세끼를 정말 잘 먹었고, 중간 중간 과일도 먹고, 배탈도 안 나고, 잠도 잘 잤다. 아기를 키울 때 엄마들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더니, 어른이 된 지금도 그건 진리인 듯하다. 매일 걸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살이 많이 빠졌겠다고 하는데, 나는 잘 먹어서인지 살은 하나도 안 빠졌다. 그저 안 아프고 걷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버거운 길이었으니까.


두 번째 선물은, ‘내려놓음’ 이다. 떠날 때 나는 언니야에게 순명하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하며 떠났지만, 깊은 내 맘 속엔 ‘웬만하면 순명하지.’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모든 계획을, 두 번이나 이 길을 갖다온 언니야가 세웠기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웬만하면’ 이라니, 이건 순명이 아니다. 순명이란 말에는 100프로 따른다는 말이 내재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생긴 꼴 때문에 ‘그건 아니지’ 하며 고개를 흔든 적도 있다.

순명은 내가 한 것이 아니고 언니야가 했다. 내가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언니야가 다 내려놓은 것이다. 겉으로는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한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내게 모든 걸 맞춰준 언니야야 말로 다 내려놓고 나의 모든 걸 받아주었다고 해야겠다. 머리로만 순명을 하겠다고 한 내게 ,그 분께서는 언니야를 통해 '내려놓음'의 참 의미를 선물해 주셨다.

세 번째 선물은, ‘자유로움‘이다. 무슨 일을 시작하려면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해버리는 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날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항상 동시에 깨어난다. 두려움에 잘 매이던 내가, 그래서 잘 내딛지 못하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 두려움의 실체를 본 듯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에겐 그 분이 계시지 않은가! 이젠 내안에 두려움이 올라오면 빨간 X를 머릿속에서 그린다.


마지막 선물은, ‘받음’이다. 이번 여행에서 언니야는 내게 모든 것을 내어 주었고, 나는 그것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받는 것이 빚을 지는 것 같아 불편한 사람이다. (줘도 못 받는 게 우린 얼마나 많은지)

나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주로 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내 안에는 불만도 많았다. 맏딸로서, 또 맏 며느리로서, 그분은 내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내겐 부스러기의 기쁨만 주신다고 생각했다.

성경에 보면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에게 미리 받은 유산을 다 탕진하고 돌아온 둘째 아들에게 아버지는 죽은 아들이 돌아왔다며 좋은 옷을 입히고 잔치를 한다. 이에 아버지 옆에 늘 머무른(종 처럼 일하며) 큰 아들이 서운해 하자, 아버지가 말씀 하신다.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은 모두 네 것이다." (루카복음 15장 1절~32절) 이 글을 읽을 때면 난 언제나 큰 아들에게 공감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말씀은 굉장히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7살 쯤 되었던 것 같다. 한 여름 장마철이었는데, 아버지가 꽤 큰 인형 하나를 들고 오셨다. 큰 상자에 셀로판지를 붙인 통안에 든 인형은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헝겊 인형과는 달리 눕히면 파란 눈을 감고 세우면 눈을 뜨는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입은 인형이었다. 내가 너무 이뻐하며 "이거 제 것이예요?" 하고 물으니 아버지가 "너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며 가진 것이 많으니 이 것은 이번 장마에 많은 것을 잃은 수재민들에게 주자" 고 하셨다. 나는 알았다고 했지만 매일 엄마가 안계신 대낮이면 인형이 있는 다락에 올라가 상자 안에 든 인형을 보며 놀았다. 그러다 어느 날 올라 가니 인형이 사라지고 없었다. 어린 나는 아무에게도 인형이 어디갔냐고 묻지도 않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았다. 그래서 일까? 내 맘 속에는 항상 제일 좋은 것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맘이 자리 잡고 있었던 듯하다.

이번 여행에서 언니야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오롯이 받았고, 이를 통해 나의 지난 삶도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받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좋은 것들인지를 깊이 깨달았다.


이글을 마치면서 다시금 깨닫는다.

내 한 평생동안 얼마나 많은것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뿐만아니라 그분은 내게 진정 가장 좋은 것을 주시려고 늘 계획하셨음을.

그리고 그 분은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내 전 생애에 걸쳐 함께 계셨다는 것을 말이다.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은 모두 네 것이다."

자, 우린 이제 산으로 간다!


울뜨레야, 울뜨레이야, 에수스에이야, 데우스 아 듀바노스

(전진, 전진, 신께서 우리를 도와주시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남은 길을 같이 걷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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