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니라 엄마가 된답니다.

너의 찰나

by 마이아사우라


‘엄마, 엄마들은 다 힘이세?’

‘무슨 말이야?’

‘바바마마는 아기바바들에게 위험이 닥치면 힘이 세지고, 여자가 아니라 엄마가 된다는데?’

아이는 책을 가져와 보여준다.


‘그럼 엄마도 엄청 힘세지! 엄마들은 아기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힘이 생겨’

‘다행이다 엄마’

아이는 해맑게 웃는다.

나도 따라 웃어본다. 그리고 엄마가 되어 괴력을 발휘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이에게 돌발 상황이 생기면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나.

아기띠를 하고도 양손 가득 장을 봐서 집까지 힘차게 걸어가는 나.(심지어 중간중간 무거움에 찡그러진 얼굴에 웃음을 드리우고 아이도 얼러주며 )

아픈 아이 곁에서 두세 밤을 새워가면서도 졸려 운지 모르고 오로지 아이의 상태만이 제일 중요한 순간들의 나.


임신기간 동안 모든 장기들이 짓눌리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몸이 다시 쪼그라들면서 생의 한고비를 넘기는 고통을 감내한 여자들은 ‘엄마’ 가 되는 순간 지쳐 쓰러져야 마땅한데……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채 자다가도 번뜩 일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거나 젖병을 물린다.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져서가 아니라 물리적인 힘을 초월하는 사랑에서 나오는 정신적인 힘이리라.

그 힘의 원천 ‘모성’

[모성母性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 육체적 성질 또는 그런 본능.]

신기하게도 이 모성이라는 본능은 무엇인가를 희생하고 포기하는 것을 익숙하게 그리고 정당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대단하고 기이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던 유행가처럼 말이다. (물론 그 대단한 모성이라는 것을 가져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손과 발이 되어주던 시기를 지나 내 손이 좀 덜 가는 시기들이 도래했다.

긴장이 풀어지는 탓인지 나의 몸의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한다.

‘나를 지금 돌보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할걸. 아이 돌보는 것도 좋은데 네 건강인 나도 좀 돌봐줘’


30개월 동안 모유 수유로 인해 원래도 구부정한 내 자세는 더 구부정해져서 등 쪽의 통증이 심해졌다. 돌을 먹어도 거뜬할 거라 믿었던 소화기관들은 요즘 자주 탈이 난다. 급하게 먹고, 제때 먹지 못해 아이를 재우고 나면 보상심리로 엄청나게 먹은 야식들 탓일 거다. 교정으로 약해졌던 치아들은 더 약해지고 있다.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 다리 열 개를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는 슬픈 현실……)


‘아.. 출산이라는 것은 육아라는 것은 나의 몸을 이렇게 망가뜨린 걸까? 고작 아이를 하나 낳은 내가 이 정도라면.. 몇 번의 출산을 더 겪은 나의 육아 동지들은 얼마나 더 몸이 힘들까?

라며 눈물이 고일 뻔하다가 (원래도 눈물이 많은데 출산 후.. 눈물의 양은 급증했다)

‘아 맞다! 나는 엄마이지. 내게는 건강하고 싶은 건강해야만 하는 엄청난 동기부여의 작은 생물체가 늘 내 앞에 있어주잖아’ 하며 산뜻한 생각으로 재빠르게 전환해본다.

그러고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아이 곁에 있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내려간다.


** 떡볶이를 먹을 때 양배추가 떡볶이보다 많을 것.

아파트 계단을 피렌체 성당 계단이다 생각하며 자주자주 오르내릴 것.

우아한 미소는 모나리자에게 양보하고 박장대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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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엄마 엄마들은 다 힘이세?’

'매일 힘쓰느라 매일 지쳐있지. 센 척할 때도 있고 엄마도 사람이거든.

근데 엄마사람은 아주 특이하긴 해. 설명하기 어려운데 엄마사람들만 아는 그런 게 있어.'

너에게 들려준 말도 진심이고, 네가 잠든 후 글에만 적어내는 대답도 사실이야. 엄마는 강하다는 말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가끔 나를 조여오기도 하고 하거든.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엄마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기쁘다는 거야. 너의 뜬금없는 질문에 많은 생각들이 스쳤고, 그 생각들을 좋은 단어로 담아내고 싶었는데 엄마로 살아가는 나를 위로하는 문장들 투성이야. 그저 네가 나중에 이 글을 본다면 모든 것이 서툴렀던 엄마가 너에게만은 완벽해 보이고 싶었다는 그 귀여운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라.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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