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좋아하세요?

너의 찰나

by 마이아사우라




언제부터였을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인 날이면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는 구름을 좋아한다.

구름의 모양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내게 꽤나 익숙한 일이다. 그렇다고 구름을 보며 의미 있는 생각을 한다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순간들이 있는 건 아니다.

매우 단순하게 저 구름은 무슨 모양 같네. 구름이 바람에 밀려가네.라고 생각하는 게 고작이다. 단순한 생각만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아서 구름이 좋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상에서는 단순하게 살기가 쉽지 않고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나는 그렇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구름의 움직임에서 언어들을 찾아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언어라는 것이 결국은 자연에 대한 깊이가 깊어질 때야 비로소 조금은 넓어져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샛말로 구름 맛집에 가고 싶다면 일단 중력을 거스르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다음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창가석을 사수해야 한다. 처음으로 올려다보는 구름이 아닌 고개를 돌려 작은 창문 너머로 만난 구름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경이로움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땅 위에서 올려다보면 이 구름은 지금 어떤 모양일까? 이 웅장한 구름이 땅 위에서 올려다본다면 귀여운 토끼 모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급속도로 친밀감이 밀려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는 구름과의 시간을 즐긴다.




자연스럽게 아이도 나를 따라 구름을 보는 버릇이 있다.

‘엄마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없네. 다들 쉬러 갔나 봐. 해 뒤에 숨었나?’

어느새 아이도 구름이 없는 날들을 아쉬워한다. 괜스레 티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주는 아름다움을 나 때문에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고질적인 병 ‘나 때문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구름의 특별한 움직임을 사사한 어머니로서 자긍심을 가져보기로 한다.


아이와 구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저 구름은 무엇을 닮았고, 구름과 구름이 합쳐지는 모습, 구름과 구름이 멀어지는 모습,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을지..) 중간중간 좋아하는 간식도 나누어 먹으며 편안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흘러가는 구름에 나의 욕심도 흘려보내리라고 다짐한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욕심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나 자신이 아이에게 욕심이 나는 순간들이 많은 사람이기에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언제나 그 광활한 하늘 안에서 자유롭게 변하는 구름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를 보기 좋은 예쁜 구름으로 결정지어 두지 않기로 한다.(그렇게 둔다고 묶여있을 구름도 아닐뿐더러..)

변하지 않음으로 고귀하고 귀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시시때때로 변해감으로써 고유한 결정체를 찾아가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하늘이 되어주려고 한다.

어떤 크기와 모양의 구름이라도 담아내고 품어내며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아이의 하늘’


마음껏 하늘을 누비렴.



P.S 구름을 사랑했던 화가 존 컨스터블 그는 <구름 연구 study of clouds>라는 연작을 통해 백 점이 넘는 구름 그림을 남겼다. 그 처럼 구름에 대한 애정을 무엇으로 남겨 다른 이들과 나눌 재능은 없지만, 삶에서 하늘 한번 바라볼 시간 구름 한 조각 마음에 담아둘 공간 정도 마련해 두면 어떻겠냐고 슬쩍 말해보고 싶다.:)

구름 2 (clouds, 1822)


#테리지노가 사는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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