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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순례자 Sep 30. 2022

여름을 놓는다

초보잡기 #@@

여름을 놓는다

슬며시 떠오르는 잃어버린 검은 우산. 8월 어느 날 선착장 어딘가에 내려놓고 잊어버렸던 그 우산. 바로 그 검은 우산이 가리던 하늘을 채워버린 뒤섞인 빛, 구름, 바람 그리고 여름.

잊음과 잃음이 무슨 차이일까. 누가 먼저일까. 잊어버림도 잃어버림도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지우다 남는 것은 버림 하나뿐인 것을 느끼고는 또다시 버릴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버리고 버려도 내가 만든 거미집은 위태롭기만 하다. 헌 집을 거두고 새 집을 지어야겠다.

가을 노을보다 아름다웠던 어느 여름날의 하늘이 그립다. 검은 우산을 아끼던 마음을 몇 곱절로 갚아주었던 그 하늘의 넉넉함이 깊어져 간다.

여름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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