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단상1
엄마는 무엇이든 잘 버리지 않았다. 특히 남긴 음식은 더욱 그랬다.
우리가 남긴 음식은 물론이고 엄마가 남긴 음식 역시 놔 두었다가 또 먹곤 했다.
가끔은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엄마는 메뉴를 두 개만 주문했는데
그건 나와 동생 것이라, 우리는 일부러 엄마가 먹도록 배부른 척 음식을 남기기도 했다.
엄마의 남긴 음식은 그런 좋은 것뿐이 아니었다.
동생이 먹고 둔 고구마 껍질이나 닭뼈 역시 엄마의 남긴 음식에 포함되곤 했다.
엄마는 우리가 요리하다가 태운 음식을 다 먹고 밤새도록 게워내기도 했다.
어느날은 우리가 식빵을 구워먹으려고 냉장고에서 식빵을 꺼냈다.
식빵에선 쿰쿰한 냄새가 났고 어린 우리는 직감적으로 이건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싱크대에 식빵을 털어두었다.
그리고 엄마가 이따 이걸 보고 상한 식빵을 먹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엄마 모르게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은 없었다.
그래서 식빵에 물을 잔뜩 묻혔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들 옆에 뭉개 놓았다.
나중에 온 엄마는 역시나 그 식빵을 보고 물었다. 왜 빵을 버렸니.
우린 말했다. 그 식빵은 상해서 먹을 수 없어, 엄마가 먹을까봐 우리가 물을 묻혀 놓았어.
엄마는 힘없이 웃으며 빵 냄새를 맡고는, 왜 괜찮은데 이 정도면 먹을 수 있겠는데 아깝다, 하고 말했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우리는 빵에 물을 적셔 놓길 잘했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