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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학교 서울 May 21. 2019

아빠 문제

Daddy Issues

*아빠 문제(Daddy Issues)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맺은 아버지와의 부적응적인 관계 때문에 성인이 되어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문제를 말한다_역주 


누군가 ‘아빠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꽤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을 다소 무례하고 모욕적으로 암시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강인하고 현명하고 분별력 있고 다정하면서도 때로는 엄격하지만 언제나 공정하고, 궁극적으로는 언제나 우리 편에 서주는 그런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다. 살아가면서, 특히 혼란과 혼돈의 순간에 이런 사람을 원하는 것은 상당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 

강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역사적으로 되풀이되어온 주제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중심 신을 남성의 부모로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의 제우스는 ‘인간과 신의 아버지’로 묘사했고 기독교의 하느님은 천상의 아버지이며, 게르만 신화에서 오딘은 다른 모든 신들의 아버지, 최고신이었다. 세속의 문화에서도 이러한 그리움이 존재했다. 미국에서 독립전쟁을 이끌고 헌법을 제정한 사람들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19세기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 싸운 위엄 있고 권위적인 사람 가리발디는 ‘조국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었다. 


누구나 아주 어렸을 때는 엄청나게 취약하고 보호가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몹시 연약하며, 중간 정도 크기의 개에게도 죽임을 당할 수 있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신비롭게 느껴지고 우리 통제 밖에 있는 것만 같다. 이런 상황에서 ‘아빠’를 향한 갈망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성인 남성은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당연히도 어린 아이의 눈에 무척 인상적으로 보인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아는 것만 같다. 뉴질랜드의 수도가 어디인지,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하는지, 외국어로 몇 마디 말하는 법을, 아보카도 껍질을 벗기는 방법을 전부 안다. 신비롭게도 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다. 우리 앞에 서면 우뚝 솟아 보인다. 수영장에서도 우리는 그들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안겨 있거나 등에 업힐 수 있다. 그들은 축구공을 멀리까지 차낼 수도 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곳까지 멀리. 또 우리를 목말 태워 우리 손이 천장에 닿게 해줄 수도 있다. 네 살 아이에게 이는 단순한 놀라움 이상이다. 

‘아빠 문제’의 역설은 아빠 문제를 지닌 사람들이 - 거의 언제나 - 어렸을 때 그다지 좋은 아버지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누군가의 아버지는 강인하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잔인하거나 괴롭히거나 무관심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형제나 자신의 일에 더 관심을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가 곁에 머무르는 시간이 별로 없었거나, 이혼 후 집을 떠났거나, 일찍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를 갈망한다는 것은 어린 시절 좋은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버림받은 결과다. 


이 그리움은 몇 가지 방심할 수 없는 어려운 행동양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아무리 성숙하고 회의적인 사람도 남성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했던 한때의 어린 아이처럼 굴게 된다. 어떤 남성이 개입해 아직 충족되지 못한 환상적인 역할을 실행해주길 은밀히 열망한다. 그 사람이 책임을 져줄 것이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줄 것이며, 단호하고 확고하게 우리의 문제점을 제거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금전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줄 것이고,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화를 내주고 혼내줄 거라고 믿는다. 그 사람은 우리처럼 우리를 자랑스러워해 줄 것이고 우리를 사랑해줄 것이다. 우리는 우정에서, 직장에서, 특히 정치에서 아빠들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빠들’이 결국 우리의 신뢰를 크게 망가뜨릴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다. 사실 그들을 향한 그리움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다른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아주 잘 알고 있으며, 우리에게 그것을 주겠다고 순진하게 혹은 냉소적으로 약속할 것이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 그리고 너무 늦게 - 우리는 그들도 우리처럼 수천가지 결점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은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약속한 것을 해줄 만큼 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사실 그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성인기에 환상적인 ‘아빠’라는 인물이 사실상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는 커다란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정말로 좋은 사람은 스스로 그리 강인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우리가 보통 열두 살 무렵이 되어 새로운 힘과 능력을 의식할 시기가 되면 깨끗하고 솔직하게 자신이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즐겁게 인정한다. 그 나이 이후로 좋은 아버지는 전지전능한 척하지 않고, 아무리 그렇게 해주고 싶어도 우리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수 없으며, 무수한 위험으로부터 마법처럼 우리를 구해줄 수 없음을 고백한다. 좋은 아빠는 우리가 현실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해지자마자 곧바로 우리를 실망시킨다. 세상에 완벽하고 이상적인 아빠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사랑으로 꺾어버린다. 그들은 우리의 성장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빠 문제’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짜증이 나고, 제발 철이 들라고 말하고 싶고, 그들을 조롱하고 싶고, 무엇보다 특히 그들이 생각하는 특별한 아빠의 모습을 놀려주고 싶은 유혹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고 궁극적으로 다정한 전략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집착을 굳힐 가능성만 높아진다. 공격을 당할수록 그 어느 때보다 이상화한 아버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빠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진정 좋은 아버지의 행동과 비슷하다. 즉, 우리의 고통과 두려움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우리에게 가장 좋은 일을 진정으로 원하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혼란스럽고 본질적으로 실망스러운 세상과 잘 어울리도록 사랑으로 도와주고 싶은 사람, 역시 우리의 독립을 사랑으로 격려하는 사람, 그리고 특히 겉으로는 아무리 당당하고 훌륭해 보일지라도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 않게 독려하는 사람이다. 결국 좋은 아빠는 이 세상에 ‘아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 


번역: 이주혜 클래스 리더

편집: 인생학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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