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자기 인생 비뚤어질까봐
겁을 내면서 걷는다.
그러다보면 인생은 어느 순간
더 잘 비뚤어진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늘상 경험했던 일이다.
아슬아슬 연필로 그려놓은
밑그림을 따라 붓을 댈 때
특히 선과 맞닿는 순간
망설임이 길거나
힘이 들어가면 갈수록
어김없이 물감들은 선을 넘었다.
나는 언제나 그럴 수 있는 존재이다.
물론 모든 실수가
뻔뻔한 자기 방어로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시간이라는 공간 안에서
지우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말자.
조금은 길게 보자.
오늘 하루 내가 넘어서는 크고 작은 산길들을
한 평생 차곡차곡 모아
마지막을 정리하는 그 날
지나온 길들을 모두 한번에 이어둔 채
살아온 만큼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선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걸음걸이가
모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것
그 자체가 오만이다.
멋진 길이 아니어도
망설임없이
힘은 빼고
담담하게
뚜벅뚜벅
그저 열심히 걷자.
그렇게 겸손하자.
오늘하루
행복하게